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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속의 성 | 색(色)에대한 경계

‘정욕의 수렁’은 파멸에 이르는 길

잠언 여기저기 음탕한 여자 주의 충고 … 르무엘 왕 어머니 “임금도 망하게 한다” 신신당부

  • 조성기/ 소설가

‘정욕의 수렁’은 파멸에 이르는 길

‘정욕의 수렁’은 파멸에 이르는 길

섹스를 통해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베터 댄 섹스\'의 한 장면.

구약성경의 ‘잠언’ 첫머리에 보면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 하여 잠언을 쓴 저자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솔로몬 혼자서 그 많은 잠언들을 다 지어냈다기보다는 그동안 전해 내려오던 잠언들을 솔로몬이 여러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집대성해놓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다음 구절은 잠언을 모아놓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지혜와 훈계를 알게 하며 명철의 말씀을 깨닫게 하며 지혜롭게, 의롭게, 공평하게, 정직하게 행할 일에 대하여 훈계를 받게 하며 어리석은 자를 슬기롭게 하며 젊은 자에게 지식과 근신을 주기 위한 것이니.’

분명히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근신’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목적도 언급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잠언 전체를 보면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에게 여자, 그중에서도 음탕한 여자를 조심하라고 자주 충고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을 정욕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 유혹들은 사회 곳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잠언 7장에 보면 한 음탕한 여자가 젊은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아주 구체적으로 생생히 묘사돼 있다.

이 여자의 남편은 은주머니를 차고 먼 길을 떠났다. 여자는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누구를 유혹해 오쟁이(유부녀가 외간남자와 사통하는 일)를 질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요란하게 옷을 차려입고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한다. 해가 저물 무렵 여자는 광장 모퉁이에서 여전히 남자들에게 눈짓을 보내며 서성거리고 있다. 그러나 날은 점점 어두워져 밤이 되어가는데도 단 한 남자도 걸려들지 않는다.

잠깐 동안의 쾌락은 죄인을 묶어놓는 쇠사슬

그때 한 청년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여자의 눈에 띈다. 평소 안면이 있던 청년이다. 여자는 청년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이더니 슬쩍 입을 맞춘다. 이에 당황한 청년이 여자에게 묻는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성전에 가서 화목제를 드리고 서원하고 오는 길이야.”

여자는 성전에 가서 제사 드리고 온 것처럼 잠시 경건한 척한다.

“그런데 밤중에 왜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

“네가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지.”

여자가 청년에게 슬그머니 다가서며 더운 입김을 뿜어낸다. 순간 청년은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남편 되는 분이 보시면 어쩌려고요?”

청년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양반은 은주머니 차고 멀리 출장 갔어.”

“은주머니라니요?”

“여비를 넉넉히 가지고 갔다는 말이야. 한 보름쯤 있다가 돌아올 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고.”

여자의 목소리는 어느새 코맹맹이 소리로 바뀌어 있다. 청년은 여자의 손에 이끌려 모퉁이 골목으로 들어가 여자의 집으로 간다. 여자의 침실로 들어가자 화려한 문양의 침구들이 놓여 있다. 청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침상을 둘러보자 여자가 들뜬 목소리로 자랑을 늘어놓는다.

‘정욕의 수렁’은 파멸에 이르는 길

안창홍 작 '우리도 모델처럼3' (1991년ㆍ부분). 남자의 바지 속 깊이 들어가 있는 여자의 손을 통해 사랑과 성의 주도권을 여성이 쥐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요는 말이야, 화문 요라는 거야. 여기 꽃무늬들 참 예쁘지? 그리고 이 이불은 이집트 상인한테서 산 건데 보통 이불과는 질이 달라. 이집트 사람들 여기 무늬 넣은 것 좀 봐. 얼마나 촘촘하고 앙증맞게 놓았는지…. 요 위에 누워 이 이불을 덮고 있으면 이집트 공주가 된 기분이라니까, 호호호.”

금방이라도 여자가 달려들어 청년을 침상으로 몰아붙일 것만 같다. 청년은 침실 가득 퍼져 있는 향기에 취해 코를 벌름거린다.

“향기도 좋지? 몰약이랑 침향, 계피향을 뿌린 거야. 난 이런 향이 나야 흥분이 되거든.”

여자가 청년을 밀다시피 하여 침상에 뉘며 속삭인다.

“우리 아침까지 밤새도록 사랑해볼까? 마음껏 즐겨보자고. 인생이 뭐 별건가? 쾌락을 즐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청년도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자의 몸을 허겁지겁 더듬는다. 둘은 서로의 옷을 벗기며 쾌락의 늪으로 빠져든다.

잠언 기자는 청년이 그 여자를 따라가는 광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소가 푸주로 가는 것과 같고 미련한 자가 벌을 받으려고 쇠사슬에 매이러 가는 것과 일반이라. 필경은 살이 그 간을 뚫기까지에 이를 것이라. 새가 빨리 그물로 들어가서 그 생명을 잃어버릴 줄 알지 못함과 일반이니라.’

여기서 잠깐 동안의 쾌락은 소를 도살장이나 푸줏간으로 끌고 가는 고삐와 같고, 죄인의 몸을 묶는 쇠사슬과 같고, 새를 가두는 그물과 같다고 했다. 그 결과는 파멸이다. 쾌락은 짧고 파멸은 길다.

인간이 일생 동안 4000여번의 성교를 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런데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은 남자의 경우 단 몇 초에 지나지 않는다. 3초로 잡는다고 해도 남자들이 한평생 오르가슴을 맛보는 시간은 200분, 그러니까 4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남자들이 일생 동안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쾌락을 위해 재산을 탕진하고 생명을 걸기까지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남녀관계에서 오르가슴이 전부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녀가 결합하려고 하는 이유는 결국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한줌도 되지 않는 쾌락을 위해 젊은이들이 사창가를 기웃거리며 청춘을 낭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나쁜 남자 유혹을 주의하라는 충고 없어

‘잠언’에는 앞에 나온 경계 외에도 젊은 남자들이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요지의 충고들이 가득하다.

잠언 31:3에 보면 르무엘의 어머니가 르무엘 왕에게 충고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너의 힘을 여자에게 쓰지 마라. 여자는 임금도 망하게 할 수 있으니 여자에게 너의 길을 맡기지 마라.’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임금이 될 젊은 아들에게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충고를 한 셈이다. 막강한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될 젊은 왕이 가장 먼저 빠질 수 있는 유혹은 성적 쾌락이 아닐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솔로몬 왕처럼 얼마든지 여자들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르무엘의 어머니가 충고한 대로 여자가 임금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사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임금과 나라를 망하게 하는 여자를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경국지색으로는 포사, 달기, 서시, 양귀비 같은 여자들을 꼽는다.

그러나 과연 여자가 임금을 망하게 한 것일까. 여자를 탐하려는 마음 때문에 임금 스스로가 망하고 나라가 망했으면서도 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것도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에 그러할 터인데, 아니나 다를까 ‘잠언’ 어디를 보아도 여자에게 나쁜 남자의 유혹을 조심하라는 충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여자가 지혜로운 여자인지에 대한 충고는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다.

‘고운 것도 헛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잠언 31:30) 이런 여자를 만나는 남자라면 그 또한 많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64~65)

조성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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