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2004.06.10

덜컥수에 당한 ‘아줌마 바둑’

루이 9단(백) : 강동윤 2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6-02 15: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덜컥수에 당한 ‘아줌마 바둑’
    2004 한국 바둑 리그가 8개월여에 걸친 장정에 돌입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본떠 8개 기업 팀이 리그전을 치른 뒤 상위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이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부부 기사인 장주주(江鑄久)-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나란히 선수로 뛰는 한국얀센팀. 그러나 한게임과 치른 첫 대결에서 3장으로 나선 남편에 이어 아내마저 지는 바람에 팀은 4대 0으로 영패를 당했다.

    ‘누구한테도 이길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한테도 질 수 있는 바둑.’ 루이 9단의 바둑은 기복이 매우 심하다. 루이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통산전적 5승2패로 ‘천적’ 소리를 듣지만, 반대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단이 낮은 기사들에게 곧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도저히 여자의 주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앞세운 바둑을 두지만 일직선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점 때문에 카운터블로에 곧잘 걸린다. 게다가 끝내기가 세밀하지 못하고 덜컥수가 잦다. 이번 대결도 덜컥수 한 수로 그르쳤다.

    덜컥수에 당한 ‘아줌마 바둑’
    까지의 형세를 보면 흑이 도저히 덤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제는 흑1로 응수 타진을 했을 때. 생각할 것도 없이 백2로 받으면 그만이다. 백A로 넘어가는 수와 백B로 달아나는 수가 있어 중앙 백 대마는 도저히 잡힐 돌이 아니다. 다음 흑3으로 차단한다 하더라도 백4·6으로 젖혀 이으면 보다시피 하변에는 흑집이 한 집도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곳으로 루이 9단은 백2로 불쑥 기어나갔다. 흑3이 빤히 보이는데 말이다. 흑11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이 모습은 에 비해 하변에 흑집이 8집 정도 불었고 백쫔가 졸지에 떠버렸다. 아울러 백 ‘가’로 중앙 흑대마를 괴롭힐 수 있는 즐거움도 사라졌다. 나중에 백쫔가 결국 죽으면서 돌을 거둬야 했다. 193수 끝, 흑 불계승.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