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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UF6 는 한반도 대재앙의 불씨?

국제 암시장에 우라늄 유통 국가로 北 거론 … 美, 사실 확인 땐 군사행동 가능성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UF6 는 한반도 대재앙의 불씨?

UF6 는 한반도 대재앙의 불씨?

57℃ 이상에서는 기체가 되기 때문에 밀폐된 용기에 담아둔 UF6. UF6를 농축우라늄으로 바꿔주는 원심분리기.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2년 가을 한국사회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로 대표되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을 재배치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도 감축된다. 2차 북핵위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주한미군이 줄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니 지나친 반미시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귀담아들어 주는 사람은 적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주한미군 감축이 구체화됐다.

2002년 말 한국사회가 여중생 사망사건에 지나치게 매몰돼 미군 재배치라는 세계 정세에 둔감했다면, 2004년의 한국사회는 주한미군 감축에 너무 몰입해 북핵문제라고 하는 세계적 이슈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요즘 세계적인 관심은 ‘과연 미국과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이 핵물질을 만들어 다른 나라로 유출한 증거를 잡아낼 수 있는가’로 쏠리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핵물질을 제조해 다른 나라로 유출한 것이 확인되면 미국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해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북한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5월23일자 신문에 ‘북한, 리비아에 우라늄 제공한 증거 드러나(Evidence is Cited Linking Koreans to Libya Uranium)’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NYT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 제공”



“올해 초 카다피가 핵 포기 선언을 한 후 리비아는 2001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1.7t가량의 UF6(6불화우라늄)를 용기에 담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Y-12 핵시설로 보내주었다. 1.7t가량의 UF6를 농축하면 한 개의 원자폭탄를 만들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은 리비아가 파키스탄에서 UF6를 제공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유는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인 압둘 칸 박사가 다른 나라에 핵물질과 핵기술을 공급하는 비밀조직망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UF6 는 한반도 대재앙의 불씨?

북한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

UF6를 농축우라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UF6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야 하는데, 리비아는 2002년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등을 도입하는 1억 달러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IAEA 요원들은 칸 박사가 운영해온 비밀조직의 요원을 상대로 오랫동안 면담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리비아에 제공된 UF6는 파키스탄이 아니라 북한에서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전미과학자협회는 북한 지역에 400만t가량의 우라늄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 3국 순방에 나섰던 딕 체니 부통령은 4월15일 상하이 푸단대학 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IAEA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기술을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체니가) 그렇게 말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17개월 전 북한이 IAEA 요원들을 쫓아낸 탓에 실험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면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은 앞에서 언급한 UF6 건과 완전 별개 사안이다.”

이 기사는 매우 강한 제목을 달고 시작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꼬리를 내리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생어는 기사에서 “미국의 첩보위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정밀하게 북한을 관찰하지만, 아직 핵물질을 실은 배가 북한 항구를 출항하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혀놓았다.

이 기사가 파문을 일으키자 이틀 뒤인 5월25일 한국 외교부의 신봉길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IAEA에 확인해본 결과 리비아는 문제의 UF6를 핵 암시장에서 획득했다고 밝혔다. IAEA는 관련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해명했다. 생어 기자의 보도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곳은 북한인데 엉뚱하게도 한국 외교부가 진화에 나선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UF6 는 한반도 대재앙의 불씨?
이에 대해 신대변인은 “우리 기자들이 생어 기자의 기사를 보고 많은 것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우리 언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기사를 키울 것 같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정확히 알려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반응이 나온 때는 그로부터 나흘 뒤인 5월29일이었다. 이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와 리비아 사이에는 농축우라늄 분야에서 어떤 거래도 없었다. 뉴욕타임스의 UF6 밀매설은 근거 없는 날조품으로 우리에게 핵무기 전파자의 딱지를 붙이려는 비열한 정치적 모략극이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러시아 암시장 주요 공급 국가

생어 기자의 기사와 신대변인의 설명에서 공통적으로 거론된 내용은 UF6를 거래하는 국제 암시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NPT(핵확산금지조약)는 5대 핵보유국이 보유한 군사용 핵을 제외한 모든 핵물질은 IAEA에 이동경로를 알려야 하고, IAEA는 현장사찰을 통해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IAEA가 모르는 핵은 없어야 하는데 리비아 사례에서처럼 국제 암시장에서는 IAEA에 등재되지 않은 핵물질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하며 곧바로 IAEA 요원들을 추방했기 때문에 현재 IAEA가 사찰을 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과거에는 파키스탄도 사찰을 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자 재빨리 친미로 돌아섰다. 그리고 칸 박사를 중심으로 한 파키스탄의 핵개발 세력을 연금하고 핵과 관련한 정보를 미국과 IAEA에 제공했다.

최근 파키스탄 정보사령부 관계자 등을 만나고 돌아온 소식통은 “파키스탄 정보부는 한국의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칸 박사가 구축해온 국제 핵거래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신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생어 기자가 파키스탄 정보 관계자들과도 자주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소식통은 “생어 기자는 나름대로의 취재를 통해 파키스탄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됐기 때문에 국제 암시장에 UF6 를 유통시킨 세력을 북한으로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1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이다. 그러나 필요한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는 대형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발전용 우라늄 수입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의 한 관계자는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국인들에게서 국내전화로 ‘값싼 우라늄이 있는데 사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온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 고조 상황에도 적극 대비해야

이 관계자는 “그들은 반드시 선금을 줘야만 물건을 보내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국제사기 수법이다. 따라서 우리는 걸려온 전화만 받아 건성으로 넘기고 있다. 이들은 다른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국제 핵 암거래 관계자를 만나 한국 개척을 부탁받고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될 때 소련에서 군사용 핵물질을 만들던 회사들도 줄줄이 도산했다. 그로 인해 밥줄이 끊긴 일부 기술자들이 돈벌이할 생각으로 제작 도중에 있던 UF6 등을 국제 암시장으로 빼돌렸을 수도 있다.”

이 관계자의 분석을 참고하면 국제 암시장에 UF6를 유출시킬 수 있는 세력은 파키스탄과 북한, 러시아로 늘어난다. 따라서 IAEA가 확실한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는 신대변인의 설명대로 “리비아는 국제 암시장에서 UF6를 수입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UF6와 원심분리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UF6와 원심분리기를 모두 갖추려는 행적을 보였다는 점이다.

기자는 2001년 신동아 8월호에 탈북에는 성공했으나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다시 송환된 인민군 장성 이춘선이 중국 공안 앞에서 작성한 조서를 공개했다. 통역을 맡은 조선족이 이춘선의 진술을 받아 한글로 대필한 조서에는 북한이 평북 대관군 천마산의 지하시설에서 채광해온 우라늄광을 선광-정련한 후 UF6로 변환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조서에서 이춘선은 “제련한 우라늄은 밀폐한 용기에 넣어 직승기(헬기)로 평남 안주시 등에 있는 지하 저장고로 옮긴다”라고 밝혔다.

UF6는 57℃가 넘으면 기체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밀폐된 용기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5월28일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州) 법원은 독일 대외무역청의 명령을 어기고 ‘남촌강’이라는 북한 회사에 224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알루미늄 특수관을 판매하려다 독일 정보당국에 체포된 옵트로닉스사의 한스 베르너 트루펠 사장에게 전쟁물자통제법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현재 북한에서 가동되는 원자로는 5㎿급 실험용 원자로이다. 그러나 이 원자로는 금속우라늄(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흑연감속로다. UF6는 한국에 있는 14기의 경수로용 핵연료의 원료로 쓰일 수 있어도 흑연감속로용 연료로는 절대 쓰일 일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UF6를 추출했다면 이는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밖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려 세울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UF6를 만들려 한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만약 국제 암시장에 유통시킨 것까지 드러난다면 미국은 이라크에서처럼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제 주한미군이 감축된 상태에서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4.06.10 438호 (p28~30)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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