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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결국 ‘유료 잔디밭’인가

사전 허가받고 ‘사용료 징수’ 조례 공포 … 시민단체 ‘명백한 위헌’ 법적 대응 불사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서울광장 결국 ‘유료 잔디밭’인가

서울광장 결국 ‘유료 잔디밭’인가

한 차례의 행사로 홍역을 치른 서울광장 잔디밭. 축구장에 까는 튼튼한 품종이지만 축제에 모인 사람들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5월20일 서울시는 서울시청 앞에 새로 조성한 서울광장에 대해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주요 내용은 광장을 사용하려면 사용일 60일부터 7일 전에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1m2당 1시간에 10원의 사용료(전체 약 13만원, 야간엔 할증)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을 원하는 사람이 겹칠 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사용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서울광장을 ‘잔디밭’으로 만드는 데 반대해온 문화연대와 경실련 등 ‘시청 앞 광장 되찾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 조례가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하는 데 시장의 허가를 받고 돈까지 내게 하는 명백한 위헌조항으로서 앞으로 법적 대응을 통해 서울시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1년 전 공모전에서 ‘빛의 광장’으로 서울광장 설계 당선안을 냈던 서현 교수(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도 “‘빛의 광장’이 잔디밭으로 바뀐 데 대해 아무런 설명과 상의도 없었다. 소송할 수 있지만 서울시에서 내심 내게 돈 몇 푼 던져주면 차라리 속편하겠다는 태도라 망설이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발적 집회 축제의 공간이 돼야

대책위는 서울광장이 조성된 지 한 달이 안 됐고, ‘하이 서울 페스티벌’ 단 한 차례의 행사가 열렸을 뿐인데도 잔디밭이 심하게 훼손돼 명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처음 계획대로 서울광장 프로젝트를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광장이 2002 월드컵 때 마땅한 공간이 없어 찻길에 모여 응원과 축제를 벌일 수 없었던 시민들의 지지를 모아 조성된 만큼 새로운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 놀고, 자발적 집회와 축제가 열리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광장 잔디를 관리하는 공원녹지관리사업소 측은 “5월 말까지 훼손 부분을 보수하고 매주 월요일은 시민들의 잔디밭 출입을 금지해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광장 전체에 잔디를 다시 심는 데 드는 비용은 1억3000만~1억5000만원이다. 현재 날마다 하루 두 차례 물로 먼지와 매연을 씻어내고 있으며 7명의 직원이 잡초 제거와 청소 등을 하고 있다.

문화연대의 천기원 활동가는 “매연이 심한 서울광장은 공원으로서 적당한 곳이 아니다. 나무 그늘도 없고, 자동차 돌진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시설도 없다. 게다가 손 씻을 곳 하나, 화장실 하나 없는 곳에서 어떻게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쉬겠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한다. 실제로 ‘하이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이동식 화장실과 정화조통들이 대로변에 들어서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화장실 한 번 가기 위해 10분 넘게 줄을 서야 했다.

서울광장 결국 ‘유료 잔디밭’인가

5월 말까지 서울시가 매일 여는 시민음악회.

이에 대해 서울시 측에서는 “화장실 없는 게 서울광장 나름대로 특징”이라는 ‘대답’을 했다.

대책위 등 시민단체들이 이미 20억원의 공사비를 들인 서울광장을 뒤집어엎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시 대개조론’이 몇몇 사람의 불도저식 추진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깊은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조경전문가 양윤재 추진위원장이 ‘잔디밭’ 아이디어까지 냈다는 게 알려지면서 서울시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현 교수는 “서울광장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 했다. 잔디밭은 자연이니 좋고, 도시는 나쁜 것이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을 서울시가 교묘히 이용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서울광장은 이시장의 서울 개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가시적 완성품이다. 시민단체는 법정소송이라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제라도 서울시 개발과 복원의 개념이 무엇인지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437호 (p62~62)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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