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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團 터만 닦으면 기업 우르르?

土公, 미분양 몸살 경북지역에 또 조성 … 포항4산단 만들면 출혈 경쟁 불 보듯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工團 터만 닦으면 기업 우르르?

工團 터만 닦으면 기업 우르르?

주민들에게서 ‘호화판’이라는 비난을 들은 포항4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기공식(큰 사진). 포항4산단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작은 사진).

경북 내 산업단지들이 미분양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가 또다시 대규모 공단 조성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토공의 새 사업 지역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과 오천읍 일원, 지구 이름은 ‘포항4지방산업단지’(이하 포항4산단)다. 2005년까지 1280억원을 들여 62만2000평의 부지를 조성하는 대공사. 이달 1차분 43만평에 대한 분양을 시작한다.

토공과 포항시 측은 ‘고용 창출을 통한 지역주민 소득증대, 포항제철(이하 포철) 연계 공장용지 부족분 해결’ 등을 포항4산단 조성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포항시의회 의원, 해당 지구 주민과 관련 전문가 등은 “포항시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어디 가서 이 넓은 땅 메울 공장을 찾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도 지적사항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토공이 급변한 경제환경과 국가정책은 도외시한 채, 여전히 ‘선(先)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후(後) 졸속 분양’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산업 재구조화에 대한 명확한 분석, 공단 조성 뒤 프로그램에 대한 정교한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대규모 단지 조성은 오히려 국토 균형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있을 수도 있는 수요에 대비

경북지역 공단 미분양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3년 말 391억원을 들여 조성한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일대 24만5000평의 구성지방산업단지는 10년 동안 단 한 필지도 팔지 못해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한 토공의 부담금은 직접투자비용, 금융비용 등을 합쳐 1000억여원에 이른다. 2002년 12월 분양한 칠곡군 왜관2지방단지도 비슷한 상황. 수의계약 방식 적용 등 계약조건 완화에도 14만6000평 가운데 30% 정도만이 겨우 분양됐다. 국가 공단인 구미제4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2001년 5월 분양에 들어갔으나 100만7000평 가운데 고작 7% (2003년 12월 현재)만이 임자를 만났다. 경주시 외동공단 30만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토공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연구개발단지나 외국전용단지로의 전환, 국민임대산업단지 특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세금 면제 및 감면, 조성원가 이하 분양 등의 유인책 또한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4산단은 어떤가. 포항에는 이미 220여만평 규모의 1~3산업단지가 조성돼 가동 중이다. 그 중에도 아직 미분양분이 남아 있는 상태다. 게다가 포항4산단이 들어설 지역은 1~3단지보다 내륙이다. 입지 여건도 나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유치업종도 1차금속, 조립금속 및 기계, 비금속 광물, 석유화학 등으로 인근 공단과 큰 차이가 없다. 적자를 감수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항시의회 이동걸 의원은 “포철 연관단지라고 하면서 5만여 평을 석유화학 업종에 할당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 입주 희망업체 수요 조사를 할 때는 분명 금속 및 기계 업종만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석유화학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리한 공단 조성으로 분양이 안 될 것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석유화학 업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工團 터만 닦으면 기업 우르르?

극심한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는 경북 칠곡군 왜관2지방단지.

또 다른 시의원은 “환경오염도 우려된다. 석유화학 업종 유치, 그리고 단지 안에 들어서게 될 지나치게 큰 규모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등은 지역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주민의 반대가 분명한데도 일을 강행한 시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포항4산단 개발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한 지역 인사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경제 분야에 확실한 ‘공적’이 될 수 있기에 공단 조성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3년 11월에 있은 포항4산단 기공식만 해도 무려 7000만원의 예산을 투여해 ‘초호화판’으로 치름으로써 지역민들에게서 “토공이 단체장의 생색내기 전시행정에 동원된 꼴”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클러스터 성공은 質의 문제

“왜 또 산업단지를 만드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 토공 경북지사 측은 “장기적으로는 공장 부지가 더 필요할 것이 분명하므로 당장 미분양 상태로 남더라도 조성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있을 수도 있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토공의 주장은 신빙성이 적다. 2003년 9월 기준으로 토공이 개발한 산업단지 중 미분양분은 전체 면적의 30%인 442만평에 이른다. 이 가운데 5년 넘게 안 팔리고 있는 악성 미분양분만 156만평이다. 그럼에도 토공은 올해에만 전국에 40만평의 산업용지를 공급하고 150만평을 신규 개발할 예정이다. 장기 수요에 대비해 800만평을 신규 매입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차 산업입지공급계획은 한술 더 뜬다. 앞으로 10년간 1조원을 투여해 약 3000만평의 각종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특성화에 기초한 혁신 클러스터(cluster) 육성이라는 참여정부의 산업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클러스터 성공은 양이 아닌 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클러스터란 일종의 산업 집적단지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과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산업단지처럼 연관 업종을 ‘그냥’ 모아놓기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더군다나 업종 가릴 것 없이 분양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과는 전혀 다른 딴세상 이야기다.

한 국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자본집약적 산업 육성을 통한 양적 팽창에서 정보통신 산업 등을 통한 질적 도약으로 바뀐 지금, 더 이상 ‘공장들’만으로 구성된 대규모 지방산업 단지는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다. 무조건 터만 닦아놓는다고 기업들이 몰려오나.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기업에 확실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건교부는 클러스터를 산업·주거시설이 혼재된 첨단 신도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생활환경도 중요하나 핵심은 국가의 강력한 지원하에 제도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적 조직 구성과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라는 주장이다.





주간동아 434호 (p38~39)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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