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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햇볕정책, 용천에서 부활?

북-중, 다시 밀월시대로

김정일 訪中 때 ‘북한 개방 모델’ 의견 접근 …‘6자 회담 재개’ ‘경제 지원’ 짭짤한 빅딜도

  • 베이징=권소진/ 중국 통신원 hanyufa@hanmail.net

북-중, 다시 밀월시대로

비록 용천역 폭발 참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이 갖는 의미가 가려지긴 했지만, 이번 방문은 북한과 중국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띤다. 먼저 겉으로 나타난 성과만 봐도 북한은 중국에 6자 회담 재개라는 의미 있는 선물을 건넸고, 중국은 답례로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방중의 진정한 성과는 그간 냉각기에 있던 북·중 관계가 김일성 주석 생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데 있다.

김주석 사후 북·중이 냉각관계에 놓인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개혁·개방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였다. 덩샤오핑에서 장쩌민까지 중국의 지도자들은 김주석과 김위원장에게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덩샤오핑은 자국을 예로 들면서 자본을 끌어들이기 쉬운 장소에 개발 특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적어도 지난해 김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이전까지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신 북한은 ‘우리식 개혁’이라는 제한된 형태의 변화에 치중해왔다. 나진·선봉지구 개발 계획이나 신의주 특구 추진이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나진·선봉지구 개발계획이 무산된 이면에는 일본과 유럽, 미국계 자본이 북한에 들어감으로써 그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은 중국의 ‘방해’가 있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신의주 특구 장관에 임명된 유럽계 중국인 양빈을 전격 체포한 이유도 중국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은 차기 국책사업으로 동북 3성 지역 부흥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大)베이징 계획과 기존 발해만 지역, 그리고 동북 내륙 지방을 연결해 각각 금융 물류 생산의 거점으로 삼아 동북아의 경제 패권을 강화하려는 게 중국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독자적 개방 둘러싸고 북·중 오랫동안 냉각기



문제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추진하면서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동북 3성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유럽계의 중국 자본가를 특구 장관에 앉힌 까닭도 이런 차원에서였다. 북한의 이 구상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북한 배후에 있는 유럽계의 거대한 자본과 경쟁해야 할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중국 남부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북한의 유럽 자본에 동북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줘야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이후 이런 이유들로 북·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은 북한의 마지막 젖줄이라 할 송유관까지 폐쇄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국 북한이 개방에 관한 한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결론이 날 듯하다.

이번 방중에서 김위원장의 눈에 띄는 행보는 톈진 방문이다. 김위원장 일행은 중국의 모범적인 부촌인 한춘허(漢村河)와 베이징 근교에 있는 공업개발구를 방문한 데 이어 톈진을 전격 방문, 북한계 기업도 돌아봄으로써 중국식 개혁·개방 의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북한은 덩샤오핑의 오랜 충고대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해외 북한계 자본을 끌어들이되 중국의 이해와 맞부딪히지 않는 공동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동북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주도권을 장악한 중국이 북한 시장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위원장의 방중 이후 랴오닝성 보시라이(薄熙來) 성장이 단둥, 선양, 다롄 등의 경제ㆍ무역ㆍ체제 관리를 소집해 경의선 연결에 대비한 신의주-단둥 철로의 복선화와 새로운 압록강대교 건설 등을 발빠르게 추진하려고 한 것은 이런 포석으로 보인다.

결국 김위원장의 상하이 구상은 중국 정부와의 주도권 문제로 무산된 뒤 중국 주도하에 톈진식 개방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북한이 유럽과 일본 자본이라는 오랜 꿈을 접고 중국과의 전통적인 유대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 함으로써 한반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주간동아 434호 (p28~28)

베이징=권소진/ 중국 통신원 hanyuf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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