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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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제제 맞고 에이즈 감염 … 누구 책임인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5-06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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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제제 맞고 에이즈 감염 … 누구 책임인가

    대한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관리는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의 안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혈로 인한 에이즈와 간염의 감염이 사회 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혈액으로 만든 의약품인 혈액제제를 맞고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17명이나 있다는 통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4월8일 낸 에이즈 감염자 통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5년 이후 수혈이나 혈액제제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는 총 44명으로 이중 27명은 수혈에 의해, 나머지 17명은 혈액제제에 의해 감염된 환자’라고 밝혔다. 수혈사고로 인한 에이즈 감염의 사례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혈액제제의 경우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대한적십자사와 보건복지부, 각 제약사 모두의 동일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가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통계를 내놓은 것.

    혈액제제는 혈장, 적혈구, 혈소판의 세 가지 혈액 성분 중 혈장 성분만을 따로 재가공해 만든 의약품으로, 국내 2곳의 제약사는 적십자사가 반(半)제품 상태로 공급한 원료를 재처리해 완성품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한다. 알부민, 면역 글로불린, 혈우병 치료제 등이 가장 대표적인 혈액제제.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이 수혈 감염보다 더 무서운 까닭은 한 사람분의 감염 혈장이 적십자사의 혈장 분획센터에서 수천명분의 정상 혈장과 합쳐져 수만개의 오염 혈액제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혈액제제 생산 제약사 두 곳은 2002년 7월부터 2003년 8월까지 1년여 동안 모두 2만1000여명분의 혈장(제품시가 3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폐기 처분한 적이 있다. 적십자사가 자체 검사를 거쳐 제약사에 제공한 혈장 반제품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백혈병이나 골수이식 환자, 혈우병 환자와 같이 매일 혈액제제를 주사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자들이나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일반 환자들은 혈액제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적십자사는 ‘혈액제제에 의한 에이즈 감염자 17명 발생’이라는 통계에 대해 ‘수치는 확실한데 내용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홍순구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이 통계는 지난 96년 이전에 잡혀 있던 것을 매년 똑같이 쓰고 있을 뿐,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의 내용은 해당 문서가 모두 폐기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혈액제제를 생산한 A제약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한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절대 아니다. 외국에서 맞고 들어온 사람이거나, 질병관리본부가 통계상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혈액제제(혈우병치료제)를 맞고 에이즈에 걸렸다”며 혈우병 환자 16명이 2003년 2월28일 해당 제약사를 상대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데 이어, 7월에는 이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대외법률사무소측이 “혈우병 에이즈환자에 대한 국립보건원 산하 역학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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