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7

2004.03.25

1950년대 女大 기숙사 비망록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3-19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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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女大 기숙사 비망록
    ‘모나리자 스마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막 날아온 미술사 강사인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 분)이 동부의 명문인 웰슬리 여대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꿈에 부푼 왓슨을 맞아주는 건 똑똑한 머리로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있고 적당한 남자와 결혼해 안주할 생각이나 하는 뻣뻣한 1950년대식 여대생들이다.

    왓슨이 이들과 맞서 싸우면서 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학교에는 서서히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모나리자 스마일’은 여자대학 버전 ‘죽은 시인의 사회’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웰튼 남자 고등학교를 웰슬리 여자 대학으로, 열성적인 남자 문학교사를 풋내기 미술사 강사로 바꾸고 약간의 페미니즘 주제를 첨가하면 ‘모나리자 스마일’이 만들어진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부티’가 나고 예쁘장하다. 뉴잉글랜드의 풍광은 아름답고, 50년대의 화려한 패션은 보기만 해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거물급 스타인 줄리아 로버츠의 기용도 이 럭셔리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반면 매기 질렌홀, 키어스틴 던스트, 줄리아 스타일스 등 여배우들은 많은 사람들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다소 맥풀릴지도 모르는 50년대 분위기에 경쾌한 독기를 불어넣어준다. 한마디로 ‘모나리자 스마일’은 보기 좋고 듣기 좋은 편안한 오락영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모나리자 스마일’은 공포영화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1950년대를 사는 여성들에 대한 묘사는 화사한 색조로 치장한 초현실적인 악몽과도 같다. 자신을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적인 이미지에 천천히 세뇌되어가는 이 똑똑한 여성들의 모습은 조금 무섭다. 한마디로 말해, 이 화사한 여성 영화는 좀비영화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만약 작가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 작품의 공포영화적 속성은 더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이 영화의 주제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리라.

    그러나 영화는 그런 수준까지 오르기엔 너무도 얌전하다.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뻔한 갈등이 보인다. 화려한 할리우드의 오락과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영화는 공식적인 이야기만 안전하게 하고, 어정쩡한 할리우드식 타협으로 끝나버린다.

    아마 여대를 다닌 많은 사람들은 50년대를 그린 이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가 예상한 정도 이상으로 겹친다는 걸 알고 소름이 끼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우리 관객들에게 유익한 영화일까? 미안하지만 이 영화는 ‘레디메이드’(ready made·기성품)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데에도 역부족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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