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2004.03.18

‘모바일뱅킹’ 떴다, 카드 죽었다?

전 금융권·이통사 3월부터 본격 서비스 … IC칩 호환 어렵고 은행 제한 불편도

  • 김문영/ 모바일칼럼니스트 mykim@empal.com

    입력2004-03-12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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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뱅킹’ 떴다, 카드 죽었다?
    휴대전화는 그저 전화를 걸고 받는 기계인 줄로만 알았다.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것이 무슨 소용이고 좁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카메라니 오디오플레이어니 하는 기능은 다 부질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모바일뱅킹이라는 쓸 만한 서비스가 나온 게 아닌가. 덕분에 금쪽같은 점심시간도 좀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고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뱅킹에 대한 오해

    모바일뱅킹은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이동통신사업자(이하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뱅킹도 주요 서비스 품목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은 예금 잔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은행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여서 별 소용도 없었거니와 무선인터넷 접속료가 든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난해 LG텔레콤이 이통사 최초로 ‘뱅크온’ 서비스를 선보이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냈을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전의 서비스와 별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홍보 마케팅 결과 LG텔레콤의 뱅크온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모바일뱅킹의 성공 여부가 비상한 관심사가 되었고, 가입자 수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텔레뱅킹, 인터넷뱅킹의 등장 초기와 마찬가지로 모바일뱅킹도 먼저 도입한 은행과 서비스 주체가 있는가 하면 서비스의 성과를 지켜보고 뛰어든 업체들이 있다. LG텔레콤과 국민은행의 제휴로 시작된 모바일뱅킹은 이제 전 금융권과 이통사들의 차세대 대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LG텔레콤과 국민은행에 이어 3월 모든 금융권과 이통사들이 일제히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M뱅크’, KTF는 ‘K뱅크’라는 브랜드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성인 가운데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제 전 국민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출근길에는 휴대전화로 버스며 지하철 요금을 결제하고, 점심시간에는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밥값을 낸다. 예금잔고 및 입·출금 조회, 계좌이체, 현금인출 등 모든 현금카드의 기능도 휴대전화 안에 있다.

    현금·신용·교통카드를 하나로

    현재 모바일뱅킹은 신용카드 서비스와 은행 현금카드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개념이다. 휴대전화에 금융 정보를 담은 IC칩을 내장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신용카드 기능에는 아직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신용카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용 편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통사마다 제휴한 은행이 다르고,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계좌조회, 자금이체, 지로납부 등 기본적인 금융거래는 모두 지원하지만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기능 등 부가서비스는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있다.

    SK텔레콤의 M뱅크는 우리 신한 조흥 하나 전북 광주 제주은행, 농협 등에서 실시된다. 우리 신한 조흥은행은 아직 교통카드 기능이 없고 상반기 중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신용카드는 전국 40만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교통카드는 7월1일로 예정된 신교통시스템 개통 전까지 후불교통카드 기능 탑재를 유보해달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추이를 지켜본 후 추가할 방침이다.

    ‘모바일뱅킹’ 떴다, 카드 죽었다?
    KTF의 K뱅크는 국민은행과 은행 계좌조회ㆍ이체ㆍ출금ㆍ수표조회 및 교통카드ㆍ신용카드ㆍ외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카드 기능은 선불, 후불 서비스로 나뉜다. 수도권에서는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를, 부산 등에서는 선불 교통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뱅크 교통카드 요금은 KTF 통화요금과 함께 청구된다. 신용카드는 각 가맹점에서 자동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LG텔레콤의 뱅크온은 국민은행과 제일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후 3월부터 제일ㆍ기업ㆍ외환은행 등으로 제휴처를 늘렸다. 서비스 내용도 업그레이드해 신용카드 결제기능과 교통카드 기능 등을 추가했으며, 이전의 모바일뱅킹보다 서비스 이용시 버튼을 누르는 횟수와 시간·요금을 절반 이상 줄였다. 외환은행 서비스는 외화송금 등 외환거래 기능이 추가됐다.

    뱅킹 수수료, 무선인터넷 요금 무료

    인터넷뱅킹은 이용 장소에 제약이 따른다. 현재는 인터넷 뱅킹용 인증서를 발급받아 이용하고자 하는 PC에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인증서가 설치된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집이나 회사가 아닌 곳에서 급히 계좌이체를 해야 할 지금까지는 텔레뱅킹을 이용했다. 텔레뱅킹은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사용자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모바일뱅킹은 기본적인 사용자 정보가 저장돼 있어 좀더 간편하다.

    사용자 정보가 저장돼 있는 만큼 보안문제는 더욱 확실히 해결했다. IC칩에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3중보안장치·자동잠금장치 등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분실해도 습득한 사람이 암호를 모르면 사용할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이통사별로 제휴한 은행이 다르고 IC칩이 호환되지 않아 이용 범위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011 가입자는 SK텔레콤이 제휴한 은행과 거래할 수밖에 없다. 주거래 은행이 이통사의 제휴 은행 목록에 없을 경우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거래 은행을 바꾸거나 이통사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모바일뱅킹 전용 단말기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기도 바꿔야 한다.

    ‘모바일뱅킹’ 떴다, 카드 죽었다?
    이통사들은 2004년에 시작된 번호이동성제도를 시장 판도를 바꾸는 호기로 생각하며, 모바일뱅킹이 가입자 마음을 움직이게 할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뱅킹, 인터넷뱅킹에 이어 머지않아 모바일뱅킹이 금융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고, 이에 따라 사용자들에게 어떤 뱅킹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이통업계 시장 판도를 바꿀 주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이통사들은 모바일뱅킹의 조기 확산과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 및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KTF는 6월 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 9월까지 계좌이체 수수료와 모바일뱅킹 데이터 이용요금을 무료로 해준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무료 체험권, 무료 문자메시지 10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SK텔레콤에서는 월정액 800원만 내면 모바일뱅킹에 따른 무선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또 은행별로 일정 기간 뱅킹수수료를 면제해준다. 그리고 12월31일 안에 가입하면 사용한 정액요금을 M뱅크 연결계좌로 돌려준다. LG텔레콤은 5월 말까지 뱅킹 수수료와 뱅킹 관련 무선인터넷 요금을 면제해주고 5월 이후에는 월정액 800원으로 뱅킹에 따른 무선인터넷 요금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면 이통사와 제휴해 모바일뱅킹을 제공하는 은행을 방문해 IC칩을 발급받은 뒤 전용 휴대전화에 장착하면 된다. 전용 휴대전화는 이통사 대리점 및 모바일뱅킹 제휴 은행에서 구매할 수 있다.

    텔레뱅킹, 인터넷뱅킹에 이어 모바일뱅킹 또한 금융서비스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이벤트를 펼치는 기간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다만 사용자들에게는 이통사별, 제휴 은행별로 다른 서비스 내용과 단말기의 장·단점까지 비교 분석하고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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