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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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or 맛’ 日 요리 그것이 문제로다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입력2004-03-1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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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or 맛’  日 요리 그것이 문제로다

    ① 일본 요리는 맛과 함께 눈도 즐겁게 해준다. 아기자기한 상차림이 돋보이는 ‘다이 차즈케’ 요리. ② ③ 화려한 도쿄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통의 문제를 다룬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장면들. ④ 값싸게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일본식 도시락.

    ‘로스또 인 도란스레-션’.

    이 말이 무슨 뜻일까. ‘Lost in Translation’이란 영화의 일본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살짝 변형됐다.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는 이 영화를 통해 최고의 신예 감독으로 떠올랐고 2004 아카데미 각본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빌 머레이는 산토리 위스키 광고 촬영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그러나 일본 문화에 대한 소외감과 겉돌기만 하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는 그를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CF감독은 일본어로 계속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고 통역은 그 긴 말을 한 문장으로 통역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스칼렛 요한슨이다. 그녀는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여행 왔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관심한 남편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호텔 바에서 마주친 그들은 서로의 모습에서 똑같은 외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함께 도쿄 시내를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두 사람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도쿄의 한 호화로운 호텔에서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저 화려한 호텔이 과연 어디일까’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Park Hyatt Tokyo’였다. 하얏트 호텔에는 여러 등급이 있는데, 그랜드 하얏트(Grand Hyatt)가 별 5개라면 여기는 별 6개에 해당된다고 한다.



    마침 도쿄로 출장 갈 일이 있어서 거기서 점심을 먹어보기로 했다. 41층에서 내리니 대나무가 심어진 일본 정원이 눈앞에 들어왔다. 음식 값이 너무 비싸면 차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40층으로 내려가니 ‘Kozue’라는 일식당이 있었다. 보통 점심은 저녁보다 싸지만 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입구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종업원에게 메뉴 좀 미리 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저녁은 1만2000엔에서 2만2000엔이었다. ‘과연 비싸군’ 하는 생각을 하며 점심 값을 보니 3900엔부터 하는 도시락 정식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전망도 좋고 레스토랑 인테리어가 정말 세련돼 한번 와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려 있는 그림, 테이블, 플로어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주 편안한 느낌이었다.

    ‘서비스 or 맛’  日 요리 그것이 문제로다
    같이 간 한 선생님과 메뉴를 놓고 장시간 의논을 한 끝에 두 번째로 값싼 4800엔짜리 도시락 정식 ‘Kozue’와 ‘가이세키’ 중에 제일 싼 7200엔짜리 ‘Shigaraki’를 먹어보기로 했다.

    요리가 나오는 순간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본 요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시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이바시라’를 파래로 둘러싼 것이나 일본 정원을 연상시키는 재료들의 가지런한 배치 등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특히 생선을 방금 갈아 만든 듯한 어묵은 대단히 향긋하고 씹는 질감도 뛰어났다.

    두 요리 가운데서 값에 비춰 질을 따지자면 Kozue 도시락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양이 생각보다 많아 포만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유부초밥 두 덩어리가 있는데 꽤 크기가 커서 양이 적은 사람은 하나로 족할 것 같았다. 그리고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저 아래로 눈발이 휘날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곳을 포함해서 가끔 가본 일본의 좋은(그러니까 비싼) 레스토랑은 때로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거의 완벽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레스토랑 끝에 서 있는 종업원은 모든 손님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손님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는지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그래서 불편해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냉정하면서 매우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그런 분위기가 서로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과 프랑스는 서로를 좋아한다.

    일본에는 ‘아마쿠다리(天下り)’라는 말이 있다. ‘천상에서 내려온다’는 뜻인데, 다음날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긴자의 에르메스 빌딩을 보고 뒷골목에 있는 한 자그마한 식당을 찾아갈 때는 천상에서 내려와 현실세계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복어 전문식당의 가이세키 정식 메뉴가 좋아 보여 들어갔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깔끔하고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각각의 코스가 나오고, 심지어 도미머리 간장조림까지 나왔다. 디저트로 나온 자몽은 그 위에 젤리가 얹어져 정말 상큼,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에 나온 커피가 그저 평범했으나 이런 것은 옥의 티도 되지 않았다. 긴자에서 먹는 가이세키 요리인데, 값은 1980엔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안에 소비세도 포함된 값이다. 서울에서도 이 정도 먹으려면 그 이상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서비스는 약간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나면서 친절하고 깔끔했다.

    과거에 비해 일본 물가는 많이 내렸다. 지난 10년간 디플레이션이 일어났고, 일본인들은 19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이라고 부른다. 대략 우리 음식 값의 2배 정도라는 느낌이고 경우에 따라 거의 비슷하기조차 하다.

    스타벅스의 그린티 프라푸치노는 서울에서 파는 값과 똑같았다. 서울에는 없는 더 싼 스몰 사이즈도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그린티 프라푸치노지만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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