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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제는 헬스테크 시대

약간의 건강 투자, 엄청 남는 장사

하루 30분 운동으로도 생활 활력 … 체력·적성 따라 가벼운 운동부터 천천히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약간의 건강 투자, 엄청 남는 장사

약간의 건강 투자, 엄청 남는 장사

건강검진과 운동성 점검은 ‘건강테크’의 시작.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지난해 건강 때문에 수십 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130kg이 넘는 체중이 건강을 위협하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의 공연만 세 번씩이나 취소했다. 그의 1회 출연료는 10억원.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본 셈이다. 최근 그는 점심과 저녁에 한 차례씩 운동을 하고 음식을 천천히 먹는 식이습관으로 바꿔 6개월에 걸쳐 9kg을 뺐다. 이른바 ‘파바로티식 건강테크’에 성공한 그는 이제 건강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일은 없어졌다.

같은 연령대라도 운동량 따라 건강 나이 천차만별

수백명분의 왕의 권세를 모아도 시간과 성실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 건강이다. ‘건강테크’란 건강경제학으로, 즉 당장은 기회비용이 들더라도 시간과 금전을 건강에 투자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 수명 연장과 함께 장기적으로 더 큰 생산성과 이익을 낸다는 개념이다.

국가 전체로 봐도 건강테크는 매우 중요하다. 2002년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국민건강 영양조사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결근·조퇴 등으로 상실되는 소득기회분과 의료대기·간호 등에 드는 간접기회비용까지 합한, 질병으로 인한 총 생산액 손실은 GDP(국내총생산)의 3%인 약 13조원에 달했다. 지금까지 건강테크는 몸값이 억대를 호가하는 유명 연예인이나 일부 CEO(최고경영자)에게만 적용되었던 개념이지만 이제 일반인들도 계획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평생 관리함으로써 투자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아가 두세 배에서 수십 배까지의 부가이익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건강테크를 하지 않은 사람과 건강테크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사람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고지혈증, 고혈압이 우려되었던 김모 부장(50). 입사 초부터 마케팅을 담당해온 그는 직장생활 내내 술을 달고 살았다. 운동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등산이 고작. 이렇게 살다가는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그는 10년 전, 직장을 규모가 좀더작은 곳으로 옮기고 사내 달리기 동호회에 가입했다.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매일 5km씩 달리는 건강테크를 시작한 것. 주말에는 주말농장으로 가 작은 텃밭을 가꾸며 운동을 계속했다. 그후 10년, 김부장은 50이라는 나이에도 매일 거래처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며 영업실적을 늘려갈 만큼 건강해졌다. 그는 얼마 전 이사 진급이 확정되면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김부장의 동기로 같은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던 한모 부장(50)은 최근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야근과 술자리가 끊이지 않는 직장생활에서 그가 한 건강테크라고는 종합비타민을 먹는 것이 전부. 2년 전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면서 고지혈증과 지방간 판정을 받았지만 “누구나 조금씩은 그런 경향이 있다”며 그 경고마저 무시했다. 사내 족구대회 1등, 운동회 1등 등 강철 같았던 한부장의 체력은 날이 갈수록 녹슬고 있었지만 자신은 이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송년회가 끝난 다음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다 쓰러졌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는 후유증으로 직장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같은 50대지만 둘의 건강상태는 확연히 다르다. 김부장이 건강에 투자한 시간과 돈이래야 조깅화 구입비와 동호회 회비 월 1만원, 점심시간 30분이 전부였다. 그리고 주말농장 임대료 월 5만원. 김부장은 하루 2000원과 30분의 시간을 투자해 새 인생을 살고 있는 반면, 건강은 소홀히 한 채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한부장은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가족의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약간의 건강 투자, 엄청 남는 장사

집 근처 공원·학교·운동장 등은 ‘건강테크’를 시작하는 장소로 안성맞춤.

하지만 정작 건강테크가 필요한 연령대는 중·장·노년층이 아니라 가장 건강해야 할 20, 30대라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건원)이 발표한 ‘2030 건강재테크’(보건사회연구원, 2004)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34.3%, 여성 32.2%만이 “규칙적으로 운동한다”고 밝혀 20, 30대의 60% 이상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것. 또 4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암이 2000년부터는 30대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원의 최은진 박사는 “젊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과신은 절대 금물”이라며 “젊다고 자만하는 2030세대의 건강은 10년 후면 터질 시한폭탄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테크를 할 것인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할 가장 대표적인 투자처가 ‘운동’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운동테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벤처기업 이사인 이모씨(41·여)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운동을 계속하다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사업상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차분히 자세를 익히고 기본기를 숙련해야 하는 초보임에도 잘못된 자세로 무리하게 스윙연습을 하다 결국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허리, 다리에 심한 통증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다 그렇다, 초보가 그런 것쯤은 참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꾹 참고 지냈지만 결국 병원에서 이씨가 들은 병명은 놀랍게도 ‘허리디스크’. 자신이 허리디스크인지도 모르고 그동안 무리하게 골프채를 휘둘러댔으니 허리가 어떻게 되었을까? 척추전문 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은 “골프는 스포츠 중 요통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운동”이라며 “골프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골반과 허리 근육을 뒤틀어야 하기 때문에 척추손상이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베테랑 골퍼들의 경우 척추디스크가 탄력을 잃어 변성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무리한 운동 고집하단 오히려 ‘득보다 실’

심지어 ‘조깅’ 운동의 창시자가 조깅을 하다 돌연사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16년 동안 조깅을 계속하며 조깅 효용에 대해 역설해 조깅붐을 일으켰던 미국의 조깅 원조 제임스 픽스는 52세 때 조깅하다 목숨을 잃었다. 사망원인은 심장마비. 자신이 협심증 환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이나 자신도 모르는 질환이 있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게 운동이다.

우리가 흔히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효과적이라고 알고 있는 스트레칭 또한 인대가 늘어났다거나 자주 관절이 탈골하는 사람, 근육에 심한 손상을 입은 사람, 관절이나 인대에 주사 치료를 받는 사람 등에게는 독이 되는 운동이다. 또 노인들이 가벼운 운동으로 알고 약수터 등지에서 즐기는 배드민턴도 허리를 뒤로 젖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무리가 될 수 있다. 즉 운동도 알고 하면 약이요, 모르고 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운동하는 방법과 요령,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법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검진을 받은 후 스포츠의학 전문의나 스포츠 상담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의 상담이 필수.

자, 새해에는 당장 금전적, 시간적 손해를 보더라도 건강에 과감히 투자해보는 게 어떨까. 내년 설 때쯤 많이 달라져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행복이다.



주간동아 419호 (p48~4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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