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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당신 손에 달려 있다

17대 총선 어느 때보다 큰 물갈이·변화 욕구 … 지역구도 타파 정책선거 ‘절호의 기회’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당신 손에 달려 있다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당신 손에 달려 있다
다시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민이 잠깐이나마 말 그대로 ‘주인’ 대접을 받는 때가 다시 왔다는 얘기다. 4년간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 온 정치권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과 불법 대선자금 검찰수사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정치권 불신 최고조 … 총선 경쟁률 역대 최고 예상

이는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일차적인 원인일 것이다. 여기에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선거를 지배해온 지역주의 구도가 최근 들어 완화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과거에는 현역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그를 공천해준 지역의 ‘보스 정치인’ 때문에 인내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7대 총선에서는 16대 총선보다 더한 세대교체와 ‘바꿔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16대 총선 때의 ‘낙천·낙선운동’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당선운동’도 함께 펼침으로써 정치판을 물갈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벌써부터 각 당의 다선 중진의원들이 총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 신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지난해 12월1일 현재 파악한 17대 총선 출마 예상자는 1430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80년대 이후 최고인 6.3대 1이다. “현역 지구당위원장이 약하다 싶은 곳은 물 묻은 플라스틱 바가지에 참깨 달라붙듯 후보자들이 모여들 정도다.”(민주당 이낙연 의원). 80년대 이후 최고 경쟁률은 96년 총선의 5.5대 1이었다.



자연 유권자들의 고민은 높아갈 수밖에 없다.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지만 과연 이번에는 누구를 찍을까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기남 부소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인물 중심의 투표 행태보다 정당 중심의 투표 행태를 보이지만 그래도 기성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지는 반면 전문성과 참신성을 겸비한 40대 초ㆍ중반 인재들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각 언론사들이 2004년 신년 특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추세는 확인된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40대 청·장년 유권자의 변화 욕구가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경륜과 경험이 많은 인물’보다 ‘젊고 새로운 정치 신인’이 좋다는 응답이 20대 57.6%, 30대 59.9%, 40대 54.0%에 달한 반면 50대 이상만 ‘정치 신인’(40.5%)보다 ‘경륜 있는 인물’(47.7%)을 선호한 것.

겉으로만 보면 각 정당도 이러한 유권자의 변화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이 총선 승리의 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당 보스에 의한 일방적인 하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상향식 공천을 위한 예비 경선을 도입하는 등 ‘국민 속으로’를 실천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경선 투표에 참여, ‘나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당신 손에 달려 있다
물론 경선제가 생김으로써 ‘돈 선거’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당원과 일반 국민을 선거인단으로 하는 경선의 경우 현재와 같은 정치 불신이 극심한 상황에서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돈과 조직에서 앞선 사람이 승리하는 ‘동원 경선’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향식 공천은 시대의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선관위도 유권자들의 정책선거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원래 정당은 선거에서 자신의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그것이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는 경우 권력을 장악한다. 그리고 정책공약 수행의 정도와 국민 만족도가 다음 선거에서 그 정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의 기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정책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 때부터 인터넷에 공개할 각 당의 정책공약 평가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기록될 만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는 각 당의 정책공약을 인터넷에 공개, 유권자가 이를 직접 평가하고 토론하면서 투표까지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책선거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독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발, 유권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뛰어오르려면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까. 선택은 국민에게 달려 있다. 과거 우리 국민의 중요한 후보자 선택 기준의 하나였던 지역주의적 투표 행태가 상당 부분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17대 총선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기준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19호 (p14~15)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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