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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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생 주가 급락 … 대기업 대리와 동급?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1-14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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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연수원생 주가 급락 … 대기업 대리와 동급?

    사법연수생 1000명 시대를 연 제33기 임명식 모습.1월16일 수료를 앞두고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33기 사법연수원생들이 2년간의 고된 연수생활을 마치고 1월16일 감격의 수료식을 한다. 그러나 적잖은 이들이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데다 그나마 구한 직장에서도 과거보다 훨씬 못한 대접을 받아 침울한 표정이다.

    “변호사란 ‘세무사’와 ‘변리사’까지 겸하는 폐쇄적인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업난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 초임 변호사는 몇 년간 선배들로부터 일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첫 직장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0대 초반의 한 연수원생은 “이제껏 20여 군데의 로펌, 정부기관 및 기업 법무팀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취업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기생들은 모였다 하면 취업정보를 나누느라 분주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들어 변호사들에 대한 처우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한 법무팀 관계자는 “재벌그룹에서 연수원 출신 변호사를 채용하는 경우 1980년대는 상무급, 90년대는 부장급으로 대우해주었으나 지금은 과장급보다 낮은 연봉 4000만원의 대리급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소속 한 중견 변호사는 “그나마 삼성그룹의 경우가 연봉 7500만원 안팎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수원생들이 선호하는 첫 직장으로는 판ㆍ검사 임용이 첫손에 꼽히고, 이어 대형 로펌-대기업-중소 로펌 순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직장은 400여곳을 넘지 않는다는 게 연수원생들의 자체 분석이다. 당연히 판ㆍ검사로 임용되지 못한 연수원생들은 한정된 자리를 두고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최근 법무팀 충원을 위해 면접심사를 마친 삼성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경우 1~2명 선발 예정에 많게는 1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1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45명이나 몰려 1명을 더 뽑을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도 끼지 못하는 절반 가까이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지방에 내려가 개업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여성 연수원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하다. 자신의 성적이 500등 정도라고 밝힌 한 여성 연수원생은 “어중간한 성적과 30살이 넘는 여성인 까닭에 여러 로펌과 기업에서 문전박대했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체는 여전히 젊은 남성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밖에 외국어 실력과 회계실무 능력을 별도로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사시 합격생 1000명 시대이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당연히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변호사들의 임금이 낮아지면 그동안 변호사들의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이들을 채용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와 중소기업 및 각종 공익단체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려 하고 있고, KBS에서도 변호사 출신 기자를 선발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고 연봉을 제시해온 대형 로펌들은 다른 걱정에 빠져 있다. 몇 년 전 로펌의 인기가 높을 때는 판ㆍ검사를 마다하고 로펌에 지원한 경우가 많았으나 갈수록 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법무법인 ‘세종’의 채용담당 변호사는 “지난 한해 꾸준히 수백명의 지원서가 들어왔지만 300~400등 내외였다”고 아쉬워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연말 성과급을 더해 세후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혜택을 받는 초임 변호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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