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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큰 ‘인터넷 소설’이 하찮니

‘귀여니’ 특례입학 논란 그만큼 큰 영향력 방증 … “상호작용 결과물 기존 잣대로 평가 안 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부쩍 큰 ‘인터넷 소설’이 하찮니

부쩍 큰 ‘인터넷 소설’이 하찮니

12월 중 귀여니(사진)의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등이 영화화되며, 그의 신간 ‘내 남자 친구에게’도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넷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18)가 성균관대에 특례입학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작은 과연 그의 책이 어느 정도 문학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과 그 작품으로 대학에 진학한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또다시 인터넷 소설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놈은 멋있었다’ 등의 작품으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귀여니는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11월19일 2004년도 성균관대 2학기 수시모집에서 예체능 계열에 합격했다. 전공은 연기예술학.

그러자 성균관대 홈페이지, 귀여니 홈페이지, 귀여니안티동맹 사이트 등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이중 일부 사이트에서는 입학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귀여니의 입학에 찬성하는 이들은 “귀여니가 창의성과 잠재성을 인정받았다”고 하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대다수 수험생들이 지난 수년간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며 많은 노력을 쏟은 데 비해 귀여니는 문학으로 볼 수 없는 인터넷 소설 몇 권으로 쉽게 대학에 입학했다”고 반박한다.

귀여니를 뽑은 성균관대 연기영상학과 정진수 주임교수는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 과는 대중예술에 무게를 두는 학과로, 문학성을 평가하는 학과가 아니다”며 “귀여니가 드라마 작가로서는 어린 나이인데도 재능이 뛰어나고, 드라마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곧 인간의 이중성을 통찰하는 능력을 타고났다고 판단했다”고 뽑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논리는 더욱 거세졌다. SF(공상과학) 작가 이우혁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귀여니가 잦은 이모티콘(컴퓨터 자판·은어·비속어·해체어 등의 조합) 사용으로 언어파괴 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데도 ‘재능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운 정교수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비판한다기보다 비난과 심지어 욕설 수준의 글들을 마구 올려 귀여니가 “충격을 받을 정도”(귀여니 아버지의 표현)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귀여니는 “인터넷 소설은 하찮은 것이 아니다. 또래들이 독서실과 집을 오가며 공부할 때 나는 공부하는 대신 인터넷 소설을 써 다른 방법으로 꿈에 다가갔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지만 이에 반대하는 ‘리플’은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작품 잇따라

부쩍 큰 ‘인터넷 소설’이 하찮니

귀여니는 팬사이트에 최근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사건이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인터넷 소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옥탑방 고양이’ 등 여러 편의 인터넷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오프라인에서도 인터넷 소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2월 중에만 귀여니의 작품 몇 편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의 새 책 ‘내 남자 친구에게’가 출간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소설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귀여니가 특례입학한 것을 둘러싼 논란만 있지, 인터넷 문학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문학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혜실 교수는 지금이 바로 인터넷 문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문학이 작가 혼자 일방적으로 쓰는 작품이 아니라 독자들이 개입해서 스토리까지 바꾸는 작가와 독자 간 ‘상호작용’의 산물인데 이것을 기존의 일방적인 창작과 비평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 장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호작용의 문화현상을 제대로 분석할 미학적 틀을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귀여니의 작품을 기존 문학의 잣대로 재면 수준 이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대중적인 스토리를 생각해내는 능력과 이모티콘이든 외계어든 그런 상징적인 기호를 남보다 잘 활용하는 능력은 분명 재능이다”며 “귀여니의 성대 입학에 찬성하며 이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13호 (p68~68)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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