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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혼 그리고 위자료

“당신의 위자료 얼마입니까”

협의이혼 여성 설문 결과 평균 4962만원 … 이혼 늘면서 ‘뺏으려 안 뺏기려’ 위자료 다툼도 다반사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당신의 위자료 얼마입니까”

“당신의 위자료 얼마입니까”
“고현정이 위자료로 15억원을 받았다는데, 너무 적은 거 아냐?”

“15억도 많지. 또 소송하면 더 받을 수 있다잖아.”

“난 이혼하면 남편이 위자료를 얼마나 줄까?”

“그동안 속썩은 거 생각하면, 쥐꼬리만한 재산 다 가져도 시원찮은데.”

최근 서울의 한 찜질방에 모인 아줌마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다.



연예인들의 거액 이혼 위자료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요즘 ‘내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를 따져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자료가 ‘내 결혼생활의 값’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루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헤어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율을 생각해볼 때 위자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매일매일 가정법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혼소송은 모두 돈, 즉 ‘위자료’ 때문에 일어난다.

그렇다면 결혼기간 동안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액인 ‘위자료’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일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적정하면서도 만족스런’ 위자료는 얼마일까.

주간동아는 결혼전문정보회사 선우와 함께 미혼 및 이혼 여성 323명을 인터뷰해 여성이 받는 위자료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현재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이혼 여성이 협의이혼을 통해 받은 위자료는 평균 4962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 희망한 위자료는 그 3배에 달하는 1억6839만원이었으며, 미혼 여성들도 ‘만약 이혼을 하게 된다면’ 위자료로 평균 1억7326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대답했다(별도의 이혼 이유 조사 결과를 볼 때 답변자들은 귀책사유가 배우자에게 있는 것으로 전제한 결과다).

미혼여성들 이혼시 희망 위자료는 ‘1억7326만원’

“당신의 위자료 얼마입니까”

최근 위자료 문제로 세간의 화제가 된 고현정, 최진실 (사진 위 부터).

조사대상 이혼 여성 115명의 응답 결과를 보면 66.1%가 ‘위자료 액수가 부족하다’고 대답해 위자료가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응답자의 20%에 이르는 23명은 위자료를 전혀 받지 않았으며, 학력이나 자녀 수와 위자료 사이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우의 임선영씨는 “이혼에는 학력이나 자녀 수보다 외도나 폭력 등 다른 이유들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여성이 전문직 등에 종사해 연소득이 3000만원이 넘는 경우엔 위자료 액수가 평균의 2배 가까운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 가정법원에서 가사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는 “위자료는 대부분 이혼에 이르게 한 책임이 적거나 없는 쪽이 현재 재산과 정신적 피해 등을 계산해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미래적’ 요인과는 상관관계가 낮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혼여성의 경우에는 연소득보다 학력에 따라 예상 위자료가 크게 달라져 초대졸 이상 학력 소지 여성은 고졸 학력 소지 여성의 예상 위자료의 3배가 넘는 액수를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미혼인 김은영씨(가명·27·학생)는 위자료를 100억원이라고 써 조사에서 제외됐는데 그는 “이혼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100억원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결혼 20일 만에 이혼하고 2억원의 위자료를 받은 안정은씨(가명·36·치과의사)는 “남자 쪽에서 식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해 겪은 그간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받으려면 10억원은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당신의 위자료 얼마입니까”
위자료 자체는 과거의 고통을 배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혼 당사자의 미래를 완전히 배제한 계산의 결과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대답이다.

그나마 협의이혼으로 위자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협의이혼의 위자료에는 정신적 손해배상, 즉 법적인 의미의 순수한 위자료 외에 결혼기간 동안 함께 마련한 아파트나 자동차 등 공동재산에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한 ‘재산분할’ 몫이 관행적으로 더해진다.

그러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혼소송을 하게 되면 법정에서 결혼생활의 모든 것을 하나씩 까발려 돈으로 계산하는 일이 벌어진다. 위자료청구소송이나 재산분할청구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온 가족을 동원한 배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결혼 파탄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위자료 액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설탐정(법정에선 인정하지 않는다)을 고용해 오랫동안 배우자의 뒤를 밟아 간통 현장을 잡거나 폭력과 구타로 의사진단서가 첨부되는 일도 흔하고, 카드청구서가 배우자 낭비의 한 증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시어머니와 장모가 법정에서 각각 며느리와 사위가 ‘우리 집안을 깔본다’고 증언하고, 여섯 살 난 아이가 ‘아빠가 술 마시고 때렸다’거나 ‘엄마가 밥을 안 해줬다’고 증언해야 한다. 이런 증언들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한쪽에서는 증인이 ‘신경안정제를 먹는 사람’이라며 정신질환자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잠자리에서 배우자가 변태행위를 했다든가, 성행위를 거부했다든가 하는 진술도 이혼소송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다.

이혼소송을 많이 다루는 김기수 변호사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이혼소송을 내도 대개는 판사의 화해권고 등을 받아들여 중간에 협의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산분할청구소송까지 벌여 판사의 판결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항소한다.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집안 식구들 모두가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이 되므로 절대로 돈을 줄 수 없다는 거다. 변호사 말도 판사 말도 안 듣는다. 간혹 이혼했다가 재결합하는 부부들이 있지만 판결까지 갔다면 그럴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위자료·재산분할 법정공방 땐 양쪽 집안까지 나서 ‘전면전’

이렇게 해서 법정에서 인정받은 돈, 위자료는 대부분 3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 법정이 웬만하면 같이 살라는 쪽으로 판결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도 몇 년간 악질적으로 피운 것이 증명되고, 구타를 당해도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낭자할 정도로 계속 맞고 살았음이 증명되어야 위자료로 3000만원 정도가 인정된다. 단순히 부부싸움이 집안싸움으로 이어져 이혼소송에 이르면 귀책사유가 양쪽에 있는 것으로 보아 위자료가 기각되는 사례도 많다.

가정법원 합의부의 한 판사는 “요즘은 판사들 사이에서도 결혼생활의 비참함에 비해 위자료가 너무 적다는 논의가 있어 5000만원, 혹은 남자가 돈이 좀 있다면 1억원으로 판결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기는 하다”고 말한다.

위자료가 이처럼 적기 때문에 최근 대부분의 이혼소송 때 재산분할청구소송이 함께 이뤄진다. 재산분할청구는 부부가 공동으로 이룬 재산을 나누자는 것이므로 간통이나 구타 등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어도 청구할 수 있다. 바람난 남편이 부인에게 위자료만 주고 재산을 떳떳이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난 부인도 공동재산에 대해서는 ‘기여도’만큼 분할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계에서는 전업주부들은 절반, 맞벌이 여성은 직장을 다니며 가사와 육아까지 맡으므로 그 이상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법정에서는 전업주부의 경우 결혼 후 형성된 재산의 30%, 맞벌이 여성은 50%를 인정한다. 재산분할청구소송이 늘어나면서 이혼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재산을 빼돌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남자들은 살고 있는 집을 제3자 이름으로 근저당 설정을 해두기도 하고, 여자들은 자동입금되는 남편의 월급을 빼돌려 친정 식구 통장에 넣어두기도 한다. 배우자 몰래 인감도장을 빼돌려 부동산을 팔아서 ‘빚을 갚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위자료청구소송과 재산분할청구소송을 낸 H씨(35·여성)는 뒤늦게 남편의 사업체가 부도가 난 것을 알았다.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낸 것이 분명했으나 법정에서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얼마 전 판사는 남편이 H씨에게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남편은 그나마도 못 주겠다며 버티고 있다. 위자료 지급 판결은 10년간 유효하지만, 현재로선 집행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혼 대비(?) 재산 빼돌리고 감추는 몰염치파도 상당수

서울 가정법원의 김준모 판사는 “법정에서 재산은닉 혐의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을 친척 명의로 옮겨놓았더라도 취득 당시 자금 조달이나 부동산 유지 상황 등을 보아 실질적으로 부부재산으로 판단되면 재산분할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이혼전문변호사는 “요즘 웬만한 아파트가 5억원은 하니, 재산분할을 통해 2억원 정도 받아 10%를 사례로 받으면 변호사에겐 꽤 수입이 된다. 그러나 이혼소송은 가장 지저분한 일임에 틀림없다”고 털어놓는다.

이혼율 증가가 현실이라면,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의 인간적 신뢰와 사회적 관계까지 파괴하는 ‘지저분한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성계에서 결혼 이후 모은 재산을 부부가 합리적으로 분할하고, 전업주부의 몫을 ‘기여도’라는 추상적 단어에 의지할 게 아니라 일정 비율로 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부부재산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조경애 위원은 “결혼 전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계약을 맺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이혼에 직면하면 감정적으로 ‘더러운 돈 안 받는다. 무조건 빨리 이혼하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선우에서 인터뷰한 대상 중 위자료를 받지 않은 20% 대부분이 ‘이혼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이혼으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대차대조표로 만들어보세요. 거액의 위자료를 받고 재산을 나눠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에 꼭 이익이 되는 건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혼소송 변호사와 판사들이 들려주는 이혼소송 에필로그. 재판을 통해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위자료(재산분할)를 받은 사람들 중 그걸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강남에서 위자료가 좀 커지면 보통 빌딩 한 채가 간다. 원래 재산 형성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면 물론 잘 굴린다. 하지만 소송으로 받은 거라면 ‘축출 이혼’이라 대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재산관리 능력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질이란 뻔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제 이름 대신 사람들 사이에서 4억, 15억, 25억으로 불리는 스타들의 삶이 허구이듯 그들의 화려한(?) 위자료도 환상이다. 위자료의 대가는 혹독하다.





주간동아 413호 (p16~1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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