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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이라크 충정작전’ 육군이냐 해병대냐

추가 파병, 한국 목소리 키울 기회 확보 … 파병부대 인원·병력 구성 또 다른 관심사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라크 충정작전’ 육군이냐 해병대냐

‘이라크 충정작전’ 육군이냐 해병대냐

10월16일 서희·제마 부대 1진이 이라크 주둔 업무를 끝내고 귀국하고 있다.

복잡할 것 같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10월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제출한 대(對)이라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면서 간단히 해결돼버렸다. 미국은 한국의 추가 파병 결정으로 천군만마를 얻게 되었다. 한국군은 휴전선을 지키기 때문에 상시 전투에 참전하는 미군 영국군 등과 더불어 전투력이 강한 군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군기와 숙련도는 폴란드나 스페인 군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터키군 파병과도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르다. 터키와 이라크 국민 사이에는 한국과 일본 국민 사이처럼 경쟁심이 깔려 있는 데다 쿠르드족 문제가 걸려 있다.

터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파병을 하려고 하나, 이라크 과도정부는 국민들의 거부감을 고려해 터키군의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군기가 엄정한 데다 이라크 국민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 미국 처지에서는 최고의 ‘지원군’인 것이다.

1만명 내외 연말 국회 동의 요구

미국은 한국군의 추가 파병을 유도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양보해왔다. 최근 북한에서는 류경 정주영체육관 완공 기념행사와 남한 TV 방송사의 북한 내 촬영 등 남북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가 봇물 터지듯 이루어졌다. 이러한 행사를 위한 방북단은 판문점을 관통하는 육로나 남북 직항로로 방북했다. 베이징으로 돌아가거나 서해를 우회하는 ㄷ자항로가 아닌 최단거리 항로를 이용한 것인데 여기에는 미국의 배려가 있었다.



‘이라크 충정작전’ 육군이냐 해병대냐
미국은 만의 하나 “북한에서의 행사가 미국의 방해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까봐 한국측의 직항로와 직육로 사용 요구를 수용했던 것이다.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80억 달러의 차관을 받는 조건으로 파병을 결정했으나, 통일을 국가 목표로 하는 한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개입 기회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파병을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2차 북핵 위기를 한국 주도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추가 파병을 확정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4월2일 서희·제마 부대(도합 666명 규모)를 파병하기 위해 국회로부터 받았던 파병 동의안과 1999년 파병돼 ‘말라이 무띤(다국적군의 왕)’이라는 호평을 받다가 10월15일 완전 철수한 동티모르 주둔 상록수 부대(419명 규모) 파병 동의안의 유효기간은 모두 1년이다. 국회는 매년 새로 동의해주는 형식으로 국군 파병 동의안 유효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이라크 충정작전’ 육군이냐 해병대냐

이라크 추가 파병을 확정한 10월18일 국가안보회의 모습.

국회는 파병시 파병 상한선도 결정하는데 현재 서희·제마 부대의 상한선은 700명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서희·제마 부대 파병 연장안과 1만명 내외의 추가 파병안을 묶어 올 연말 국회로부터 일괄 동의를 받아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어느 부대가 이라크에 가느냐는 것도 관심사항이다. 서희·제마와 상록수 부대는 지원자를 중심으로 임시 편성한 ‘한시(限時) 부대’였다. 그러나 이라크에 추가 파병되는 부대는 후세인 지지파들이 벌이는 테러를 제압하는 ‘전쟁 이외의 군사활동(MOOTW)’과 이라크 과도정부의 통치를 돕는 ‘민사(民事)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작전은 육군과 해병대의 정규 사단급 부대가 펼칠 수 있다.

197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면 계엄령이나 위수령을 발동해 군을 출동시켰다. 이때 출동한 군대가 펼쳤던 것이 ‘충정작전’인데, 이라크에 추가 파병되는 부대는 충정작전과 비슷한 작전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휴전선을 방어하는 상비사단은 충정작전에 동원될 수 없다.

충정작전은 전선을 맡지 않는 부대가 담당했는데, 서울에서는 육군 수경사(지금의 수방사) 예하의 향토사단과 특전사 예하의 여단이 투입되었다. 지방에서는 각 도마다 있는 육군 향토사단, 그리고 특전사 예하 여단(전남·북)과 해병대 1사단(부산·경남 지역)이 투입되었다.

이라크에 추가 파병될 부대는 이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수방사 예하 부대와 각도 향토사단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위수지역이 있으므로 파병에서 제외된다. 특전사는 게릴라전 전문 부대라 종합 상황에 대처하는 민사작전 부대의 사령부를 맡을 수 없다.

이렇게 추리고 나면 해병대 1사단이 유일한 파병 적격부대가 된다. 해병대 1사단은 어떤 곳에서든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훈련돼온 국가 전략예비군이다. 부대원 전원이 지원병이어서 전투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3 해병대 원정군과 수시로 연합작전을 펼쳐 연합작전 수행능력도 뛰어나다. 또한 유사시 북한 지역을 상대로 민사작전과 전쟁 이외의 군사활동을 펼치기 위한 훈련도 반복해왔기 때문에 이라크 추가 파병의 최적격 부대로 꼽히고 있다.

육군에서는 육군의 전략예비군인 ㅎ사단이 파병부대로 거론된다. ㅎ사단은 한국군과 임무 교대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육군 101공중강습사단처럼 헬기를 타고 적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강력한 공격부대이자 경(輕)보병부대라는 점이 장점이다. ㅎ사단이 선발되면 포병·기갑·공병·통신·화학·항공·헌병 병과로 구성된 ㅎ사단 사령부 직할부대(3000여명)와 3000여명의 보병으로 구성된 ㅎ사단 예하의 1개 보병연대가 파병 부대의 중심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ㅎ사단의 보병연대는 대대와 중대 단위로 쪼개져 각 지역에서 민사작전을 펼치게 된다.

이와 함께 특전사 예하의 특전여단(1400명)이나 2군 예하의 특공여단(2000여명) 중에서 한두 개 부대가 선발돼 ㅎ사단에 배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게릴라전이 전문인 특전여단과 특공여단은 민사작전을 펼치는 ㅎ사단의 보병연대를 보호하며 후세인 지지파들이 은신한 위험지구를 공격하는 전투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투부대 파병이 불가능한 해군과 공군도 부대를 보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해군은 “한국에서 이라크까지의 바닷길은 한국의 원유 수송로와 일치한다”며 “유사시 이 항로를 방어하려면 이번 기회에 추가 파병되는 부대의 장비는 고준봉급 상륙함(LST)으로, 보급품은 천지급 군수지원함(AOE)으로 날라야 한다. 해군 함정은 주권을 인정받는 영토의 일부로 간주된다. 우리 군의 장비는 미군 함정이 아닌 태극기를 게양한 우리 함정에 실어야 한다. 이 보급함대를 우리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호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상록수와 서희·제마 부대원들은 대한항공 등 민항기를 이용해 현지로 이동했다. 공군은 이를 의식해 “차제에 공군의 장거리 수송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공군 수송기로 병력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왜 한국은 파병 비용뿐만 아니라 2억6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대가는 몇 배로 커져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대답한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한국이 지원한 2억6000만 달러로 발주하는 공사는 전부 한국 기업에게 맡긴다. 한국으로서는 일감을 챙기고 지원금은 공사대금으로 되돌려 받는 셈인데, 공사가 끝나면 차관 형태로 지원된 이 돈을 몇 년에 걸쳐 회수하게 되므로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게 된다.

자비로 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안보와 치안 위기에 처한 나라를 ‘품앗이’로 도와준 것이 된다. 사람(병력)을 보낸 것은 돈(차관)을 보낸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이 또한 공사 수주의 형태 등으로 되돌아온다. 한국 처지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은 실전을 통한 훈련 기회이자 이라크 전후 복구과정에서 더 많은 공사를 수주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추가 파병 결정으로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한미 간 공조는 더욱 단단해지게 되었다. 최근 북한은 12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상당히양보하며 한국을 포섭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국이 미국을 선택함으로써 더욱 고립되는 처지가 되었다.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으로 한국은 경제회복의 기회 포착과 함께 대북한 문제 개입 기회의 확대, 그리고 한미 공조 확대라는 이득을 확보하게 되었으나 전사나 각종 사고사로 인한 파병 장병의 희생이라는 손실을 감수하여야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가 부족해 최근까지도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이라크에 추가 파병하기에 앞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간동아 407호 (p32~33)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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