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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추석 연휴를 영화와 함께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코믹 액션 다큐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 한판 대결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역시 추석 연휴엔 ‘보는 게 남는 것’이다. 차례를 마쳤다면 이제 가까운 멀티플렉스로 날아가 스크린 앞에서 휴가 기분을 만끽해보자. 추석 때면 늘 찾아오던 성룡이 없긴 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고 있다.

올 추석 극장가도 가족물과 로맨틱 멜로 대신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물과 액션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독신이 많아진 라이프 스타일과 우울한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코미디물 일색인 극장가에서 뜻밖에 다큐멘터리 한 편이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고, 진지한 드라마 ‘바람난 가족’이 추석을 앞둔 극장가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및 개봉 예정일/ 감독/ 출연배우)

불어라 봄바람

9월5일/ 장항준/ 김승우 김정은 변희봉 김경범 성지루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김승우와 함께 돌아왔다. 감독이 코미디에 걸출한 재능을 보이는 데다 ‘라이터를 켜라’를 함께 찍으며 ‘이심전심’의 기술을 키운 덕분인지 전작 ‘역전에 산다’에서 실격패당한 듯했던 김승우의 연기에서도 성실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이제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김정은이다. 그는 대사가 없을 때도, 뒤로 빠져 있어도 코미디를 멈추지 않는다.



‘라이터를 켜라’에서 음악을 맡았던 윤종신도 참여해 영화를 윤택하게 만들었다.

Synopsys : 매일 새벽 성당 앞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고, 아무리 추워도 보일러를 켜지 않으며 전화요금이 아까워 아직도 삐삐를 쓰는 ‘무늬만’ 소설가인 선국의 집에 ‘누가 봐도 다방 레지인’ 화정이 세 든다. 별 볼일 없는 집안 내력을 거짓말로 윤색하고, 소설가 지망생 희구를 가정부로 삼아 ‘착취’하며 꽤 우아하게 살던 선구는 무식하고 시끄러운 화정을 벌레 보듯 한다. 88올림픽 때 이후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터라 미리 원고료를 받아 챙긴 연애소설을 시작도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선국은 연애박사인 화정이 뜻밖에 낭만적인 이야기꾼임을 알게 된다. 친구 핑계를 대고 화정의 소설을 받아쓰기 시작한 선국이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려 거짓말을 둘러대면서 사건은 꼬리를 물고, 한편으로 선국은 이 ‘천박한’ 다방 레지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주의 : 그렇다. 이 영화의 동기는 ‘브로드웨이를 쏴라’와 비슷하다. 독창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를 원한다면 비디오로 감상하는 게 좋겠다.

오! 브라더스

9월5일/ 김용화/ 이정재 이범수 이문식 박영규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어머니 간병을 위해 생선좌판을 벌였던 자신의 경험을 담은 단편영화 ‘자반고등어’로 국내외 영화제를 휩쓴 김용화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으로 따뜻하고 위트 있다. 뺀질뺀질한 상우(이정재)가 장애가 있는 동생을 찾아 나서면서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대목들도 꽤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오버하지 않는 이정재와 이범수의 ‘아슬아슬한’ 연기 경쟁이 영화에 별 하나를 더했다. 우정출연한 박영규도 기대한 만큼 보여준다.

Synopsys : 불륜 커플들의 사진을 찍어 돈을 뜯어내 살고 있는 건달 상우에게 아버지가 사망했고 빚이 남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상우는 빚을 떠넘길 배다른 동생 봉구를 찾아내는데, 12살-참 애매한 나이다-봉구는 조로증과 당뇨병에 걸려 이미 30대 중반의 외모다. ‘적과의 동거’를 시작한 상우는 다소 엽기적인 봉구를 악덕 채무자들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데 써먹고, 봉구는 형과 살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해결사’로 나선다. 이제 슬슬 되살아나는 형제애,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

주의 : 애당초 이범수와 이정재의 연기를 호감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오! 브라더스’가 킬링타임용 코미디물일 수 있다.

9월5일/ 정흥순/ 신은경 박준규 장세진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2001년 추석 ‘조폭마누라’라는 다소 생경한 코믹액션물이 530만 관객을 끌어모은 사건은 그해 최고의 ‘이변’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폭마누라’는 신은경을 포함해 중성적인 여배우들의 주가를 높이는 데도 한몫했다. 여전히 험악한 영화와는 달리 사랑스런 피앙세의 모습으로 시사회장에 나타난 그는 “약혼자에게 가장 감사한다”면서 “‘조폭마누라3’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극장가를 석권한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은 8개의 시나리오 중 조폭마누라 은진이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설정을 선택했다.

Synopsys : 은진은 싸우다가 빌딩에서 추락,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어버린 채 변두리 중국집 배달부로 살아간다. 뭇 남자들의 추파와 중국집 홀아비의 구애를 받으며 벼락 맞기, 전기감전, 최면치료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억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기억이 되살아날 가망은 보이지 않는다. 은진 자신 외에 그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열망하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1편에서 은진에게 당한 패배를 되돌려주려는 ‘백상어파’ 일당이다. 은진은 다시 부하들을 모아 중국집이 있는 시장통을 재개발하려는 사채업자와 그와 결탁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백상어파와 ‘자웅’을 겨룬다.

주의 : 속편의 딜레마는 1편의 성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전편보다 재미있는 속편은 ‘터미네이터2’와 ‘여고괴담2’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온2

9월5일/ 시미즈 다카시/ 사카이 노리코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 ‘주온’의 뜻밖의 성공에 힘입어 8월23일 일본에서 개봉한 ‘주온2’가 바로 우리나라로 건너와 추석 시즌에 개봉된다. ‘주온2’는 전편의 스태프들이 그대로 다시 모여 만든 작품으로 감독 시미즈 다카시는 할리우드로 진출할 만큼 주목받는 신예이기도 하다.

Synopsys : 속편의 무대 역시 그 저주받은 집이다. ‘납량특집!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의 실체’라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본 공포영화의 호러 퀸 교코와 스태프들이 그 저주받은 집을 찾아간다. 이 집은 남편이 아내를 무참하게 살해한 후 자신 역시 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던 곳. 촬영이 시작된 날 메이크업 담당 메구미가 실종되고 다른 스태프들도 하나씩 죽거나 사라진다. 원혼은 바이러스처럼 TV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된다.

주의 : ‘주온’의 전략은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아니라 관객의 심리에 맞춰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있으므로 예상된 쇼크에도 놀라는 사람은 관람을 삼가는 게 좋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2

9월5일/ 존 싱글턴/ 폴 워커, 타이리스 깁슨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2001년 개봉된 전편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성공을 보고 존 싱글턴 감독은 자동차 질주 장면이야말로 젊은이들의 감성에 꼭 맞는 스펙터클이라고 확신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숫자와 영어를 엮은 이런 말초적인 제목을 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차들이 등장하고 운전 장면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 자체가 어찌 젊은이들의 꿈이겠는가.

Synopsys : 이젠 톱스타가 된 전편의 주인공 반 디젤은 나오지 않고, 전편에 경찰로 나왔던 폴 워커가 주인공이다. 폴 워커는 경찰에서 쫓겨나 불법 길거리 레이스 경주에 참가해 번 돈으로 먹고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어느 날 경찰에 잡힌 폴은 전과를 지워주는 대신 마약거래 혐의자인 카터에게 접근해 정보를 캐내달라는 경찰의 제안을 받는다. 폴은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와 함께하겠다는 조건으로 제안을 수락하고 카터가 관여한 불법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한다.

주의 : 운전할 때의 흥분, 떨림, 기계와의 일체감에 매료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멀미를 일으킬 수 있다.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캐러비안의 해적

9월5일/ 고어 버빈스키/ 조니 뎁, 제프리 러시

한가위 극장가 ‘영화풍년’
이 해적영화의 매력은 일반적인 해적선 이야기와 정반대의 줄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과 영원한 ‘청춘스타’ 조니 뎁이 다소 멍청한 해적으로 나온다는 점일 것이다. 그 조니 뎁의 ‘어리버리한’ 모습마저 여성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Synopsys : 자신의 배 ‘블랙펄’을 해적 바르보사에게 강탈당하고 맥 빠진 채 살고 있는 해적 선장 잭 스패로. 10년 만에 잭은 바르보사가 자신의 배로 영국 함대가 주둔한 진지를 습격해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까지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잭은 엘리자베스를 짝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영국배를 훔쳐 ‘블랙펄’을 찾아 나서면서 이 배의 비밀을 알게 된다. 즉 바르보사 일당은 저주를 받아 영원히 죽지 않고 달빛을 받으면 해골로 부활하는 것이다. 해적이 죽지 않으면 무적함대가 아니냐고? 바르보사 일당도 스스로 빨리 죽기를 바랄 뿐이다.

주의 : 공포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권할 만하다.

영매

9월5일/ 박기복/ 채둔굴 박미정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은 다큐멘터리로 추석에 극장(하이퍼텍 나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를 만든 박기복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는 이미 스타로 꼽힌다.

Synopsys : 박기복 감독이 3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만난 무당과 그들의 한과 굿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감독은 ‘가족과 기억의 한’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말하자면 매우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라는 뜻이다. 일반인이 보기 힘든 전통굿을 볼 수 있다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는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문화인류학적인 사료이기도 하다

주의 : 이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서두르는 게 좋다.



주간동아 401호 (p176~17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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