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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 음식 ‘세계로 세계로’

“반했어요, 코리안 푸드”

한국식당가 뉴욕 인사들 발길 잦아 … 고유한 맛 살리고 국제화·고급화 전략 더 필요

  • 뉴욕=김인영 서울경제신문 특파원 inkim100@hotmail.com

“반했어요, 코리안 푸드”

“반했어요, 코리안 푸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오른쪽)이 7월19일 저녁 뉴욕 플러싱 소재 한국식당 ‘금강산’을 방문해 다우 닥토로프 경제담당 부시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저녁 무렵 뉴욕 맨해튼 20번가 파크 애버뉴를 걷다 보면 샹들리에 빛이 흘러나오는 식당 안을 흘깃흘깃 쳐다보며 순서를 기다리는 긴 행렬을 만날 수 있다. 주로 20, 30대의 미국 젊은이로 구성된 이들이 들어가려는 곳은 지난해 말부터 뉴요커들 사이에 ‘뜨고’ 있는 식당 라운지 ‘안주(Anju)’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칵테일 라운지가 있고, 창가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이 놓여 있다.

각 민족 음식 총집결 … 각국 입맛 치열한 경연장

‘안주’는 한국 식당이지만, 중국과 일본 요리를 가미해 독특한 맛이 나는 퓨전 요리로 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갈비, 잡채, 해물전골, 김치볶음밥, 돌솥비빔밥, 새우볶음밥, 만둣국, 은대구조림, 파전 등 한국 요리 외에 바닷가재 롤 만두, 고기가 들어간 두부 샌드위치, 게 케이크, 스시 등 다양한 요리가 메뉴에 올라 있다. 뉴요커들은 1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지하 라운지에서 새벽 4시까지 동양 술을 즐긴다.

이 식당의 공동 오너 가운데 한 사람인 황재희씨는 10년 전 미국에 건너와 뉴욕대학(NYU)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그 후 8년 동안 뉴욕의 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식당을 구상, 지난해 여름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 식당 명칭을 ‘레미디(Remedy)’로 했다가, 몇 달 뒤 안주와 함께 편안하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로 ‘안주’로 바꿨다.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팝가수 엘튼 존, 10대들의 우상인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등 유명인사들이 다녀갔고, 미국 금융회사 JP 모건과 일본 회사 소니 등 대기업들이 파티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뉴욕은 세계 금융·외교·문화의 중심지이자, 다민족 도시다. 뉴욕에 살면 세계 여러 민족의 최고급 문화와 음식을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자국 문화와 음식을 알리려는 각 민족의 홍보전도 치열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뉴요커들은 동양 음식으로 일본과 중국 음식을 꼽았다. 한국 식당은 김치와 된장찌개 맛에 절어 있는 한국 교포와 주재원, 유학생들만이 찾는 곳이었다. 어쩌다가 노랑머리 외국인이 들어오면 구경거리가 되기가 일쑤였다.



“반했어요, 코리안 푸드”

‘금강산’의 내부전경.

하지만 지난해 한·일 월드컵을 전후로 한국 정부와 식당, 민간단체들이 한국 음식의 국제화, 고급화에 적극 나선 덕분에 한국식당을 찾는 뉴요커들이 부쩍 늘어났다.

월드컵 직전인 2002년 5월 뉴욕 한국문화원은 유엔본부 구내식당에서 한 달간 ‘한국음식 페스티벌’ 행사를 열었다. 갈비, 불고기, 비빔밥, 김치 등 50여 가지 한국 음식이 선보인 이 페스티벌에 6000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99년 10월의 프랑스 음식 페스티벌을 찾은 4800명, 2001년 5월 이탈리아 음식 페스티벌 때의 5200명보다 많은 손님을 유치한 것이다. 또 95개국 대사급 손님들이 한국 음식 축제에 참석해 25~30개국 대사급이 찾은 다른 국가 페스티벌에 비해 위상이 한층 격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음식의 국제화 가능성을 입증해준 행사였다.

“반했어요, 코리안 푸드”

맨해튼 32번가에 있는 한인 타운. 한국 음식점 중 많은 수가 이 한인타운에 몰려 있다.

이 성공에 힘입어 뉴욕 한국문화원은 올 12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한국음식 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번에는 조원일 뉴욕총영사가 유엔주재 각국 기자들에게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민간 차원의 한국 음식문화 국제화 노력도 활발하다. 맨해튼 54번가에 있는 한국식당 ‘코리아 팰리스’는 지난해 4월 미국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 쿠킹 아카데미’ 행사를 열어 잡채와 불고기의 조리법을 가르쳤다. 부산 롯데호텔 주방장 출신의 요리사 왕거인씨는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며, “한국 고유의 맛을 알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리법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은 앞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중국 및 일본 음식에 비해 반찬 가짓수가 많고, 포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뉴욕의 JF케네디 공항에는 즉석 김밥과 설렁탕, 라면 등 간단한 한국 음식을 파는 코너가 생겼다. 이 식당이 생기면서 그 옆에 있던 맥도널드와 중국 음식 코너가 썰렁해진 것을 보면 한국 음식이 여타 음식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타임워너사의 뉴욕 메트로 전문 채널 ‘NY1’의 메인 앵커 루이스 더들리씨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불고기, 잡채, 고등어구이를 꼽는다. 대학시절부터 한국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더들리씨는 맨해튼 32번가의 한국식당을 찾는가 하면, 한국 노래방에서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와 조성모의 ‘투 헤븐’을 열창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유학 온 한국 여성을 꼬셔(?)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인 정서를 더 많이 이해한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 수 있다.





주간동아 401호 (p148~150)

뉴욕=김인영 서울경제신문 특파원 inkim1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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