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8

2003.08.21

날쌘돌이 된 돌부처

이창호 9단(흑) : 조훈현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8-13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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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쌘돌이 된 돌부처
    심하게 흔들리던 ‘돌부처’ 이창호 9단이 스승을 만나 예전의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에서 스승 조훈현 9단의 도전을 3대 1로 물리치고 왕위 8연패를 달성한 것.

    올해 들어 이세돌 9단, 송태곤 5단 등 후배 기사들의 거센 도전 앞에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야성을 보이다 실족을 거듭한 이창호 9단이 왕위전 도전기를 기점으로 본인 특유의 ‘기다리는 바둑’으로 급선회하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 빠른 창’. 자유자재로 바둑을 구사하는 조훈현 9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왕위전 도전기를 결정지은 도전 4국에서는 제자 이창호 9단이 부드러운 바람, 빠른 창이었다. 묵직하게 우보로 천리를 가는 줄로만 알았던 돌부처가 날쌘 제비처럼 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 흑1의 갈라침.

    날쌘돌이 된 돌부처
    ‘두 칸 벌릴 여유를 가지라’는 바둑 이론대로라면 갈라치는 수는 흑‘가’가 맞다. 그런데 이창호 9단은 묘한 곳을 갈라쳤다. 의 흑1에서 갈라치면 백2에 이어 흑3으로 두 칸 벌릴 여지는 있으나 이 자체가 백의 강한 쪽으로 다가서는 꼴이고 이후 백4(혹은 A)의 맹폭을 견딜 수 없게 된다.

    흑1에 백2로 다가서고 4로 포격을 가했으나 흑5 이하 11까지 흑이 선수로 수습하고 13으로 발 빠르게 대세점을 차지하자 백으로선 닭 쫓던 개꼴. 더 이상 공격할 수가 없는 것. 의 백2로 다가서는 것도 흑7까지 가볍게 운신한 뒤 흑9를 차지하면 비슷한 결말이 된다. 여기서 한 발 앞서 나간 이창호 9단은 이후 조훈현 9단의 사력을 다한 흔들기에 미동도 않고 선방해 1995년부터 지켜온 왕위를 유지했다. 255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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