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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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끝내기는 이렇게, 봤지?”

이창호 9단(흑) : 조훈현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7-31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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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부처  “끝내기는 이렇게, 봤지?”
    바둑은 스포츠와 달라서 선수들끼리 난투극을 벌일 일도,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해 난동을 부릴 일도 없다. 그런데 전투경찰 5개 중대 병력이 도전기가 벌어지는 대국장을 빙 둘러싸고 보호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무슨 일일까?

    7월19일 전북 부안군 부안예술회관에서는 이창호 9단과 도전자 조훈현 9단의 왕위전 도전 5번기 2국이 열렸다. 부안은 한국의 현대 바둑을 개척한 조남철 9단이 태어난 곳이라 ‘한국 바둑의 메카’로 통하는 곳이다. 왕위전 도전기 주최측은 도전기 일정을 핵폐기장 문제가 터지기 훨씬 이전에 잡아놓은 것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는데, 대국 전날 부안 핵폐기장 건립 반대 시위대가 들이닥쳐 지역정서를 이유로 대회를 취소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다행히 거센 항의와는 달리 시위대의 실력행사는 없었으나 살벌(?)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도전기였다.

    돌부처  “끝내기는 이렇게, 봤지?”
    이창호가 왜 ‘신산(神算)’이라 불리는지 증명하는 끝내기였다. 흑1이 3으로 기어나오는 수와 귀의 맛을 노리는 교묘한 응수 타진이다. 처럼 받는 것은 흑이 이곳을 선수해 한껏 이득을 본 뒤 우변으로(장면도 백8 자리) 눈을 돌릴 것이므로 앉아서 지는 길이다. 그래서 백2로 응수했는데 흑3, 5, 7이 준비된 수순. 좌변 흑대마를 살리며 차후 ‘가’의 끝내기 수까지 보아두었다.

    흑9가 제2탄. 처럼 받는 것도 A의 끝내기 수가 남는 만큼 마땅치 않다. 그래서 백10 이하를 강행, 흑21까지 주고받았지만 흑 ‘나’로 젖히는 수가 눈엣가시다. 가랑비도 맞다 보면 옷이 젖는 법이다. 301수 끝, 흑 1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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