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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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가 태어나는 이유는

수정란 분리 실패 15만~20만명당 한 명꼴 … 얼굴 마주보는 흉결합이 40% 차지

  • 정풍만 교수/ 한양대 의과대학 소아외과 pmjung@hanyang.ac.kr

    입력2003-07-31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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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샴쌍둥이’가 태어나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샴쌍둥이라 부르는 이들을 의학용어로는 결합쌍생아라고 한다. 결합쌍생아는 평균적으로 15만명 내지 20만명당 한 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문 데다 외양이 특이하고 각 개체가 이상증세를 보여 의사는 물론 세인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제까지 가장 유명한 결합쌍생아는 1911년에 지금의 태국인 ‘샴’이란 지역에서 중국계 아버지와 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창’과 ‘앵 방크’. 배가 서로 붙은 채로 태어나 샴쌍둥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평생을 붙은 채로 살았지만 둘 다 결혼해 앵은 9명, 창은 10명의 자녀를 두었다. 63세 때 창이 폐렴으로 숨진 직후 앵도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이들은 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문헌상 최초의 결합쌍생아로 보고된 이들은 1100년에 영국에서 엉덩이부터 어깨까지가 붙은 채 태어난 여아들로 이들은 서로 붙은 채로 34세까지 살았다.

    결합쌍생아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 수정한 후 13일에서 15일째의 수정란이 똑같이 둘로 나뉘어 각각 하나의 개체로 형성되는데, 결합쌍생아는 이 과정에서 완전히 둘로 분리되지 않고 일부가 붙은 채로 두 개의 개체로 자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합쌍생아는 서로 붙어 있는 부위에 따라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흉부가 붙어 있는 경우는 흉결합쌍생아, 복부가 붙어 있는 경우는 제대결합쌍생아, 골반이 붙어 있는 경우는 좌골결합쌍생아, 엉덩이가 붙어 있는 경우는 둔결합쌍생아, 머리가 붙어 있는 경우는 두개결합쌍생아라고 한다.

    출생 전 결합부위 기형 진단 가능



    이중 흉결합쌍생아가 가장 흔해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흉골 횡경막 상복부에서 배꼽까지가 붙어 있으며 75%는 심장이, 90%는 심낭이 붙어 있고, 50%는 장을, 25%는 담도계를 공유하며, 대부분이 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약 33%를 차지하는 제대결합쌍생아다. 상복부에서 배꼽까지 결합되어 있는 이들은 간을 공유하는데 종종 배꼽탈장을 동반하기도 한다.

    19%를 차지하는 둔결합쌍생아는 엉덩이 뼈와 엉덩이 회음부가 붙어 있으며 척추를 공유하나 그 속에 있는 등골은 대개 각각 분리돼 있다. 이 경우 직장과 항문을 공유하고 외음부 및 하부 생식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6% 가량인 좌골결합쌍생아는 배꼽부터 몸통 하부 및 골반이 붙어 있으며, 작은 창자 말단부와 대장이 하나이며 비뇨생식기 기형을 동반한다. 두개골이 붙어 있는 형태인 두개결합쌍생아는 발생빈도가 가장 적어 2% 정도이며 이중 약 30%는 골이 서로 연결돼 있다.

    산전초음파검사를 하면 임신중에 결합쌍생아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결합 부위와 동반 기형까지도 알 수 있다. 결합쌍생아의 경우 출생 이후에 환자 상태를 정밀진단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제왕절개를 해 분만해야 한다. 출생 후에는 여러 가지 검사, 특히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등을 통해 선천성 기형 여부, 결합구조 등을 상세히 검사하여 치료 원칙을 정해야 한다.

    결합쌍생아 분리수술은 공유하고 있는 장기에 대한 수술 전 평가가 중요한데, 특히 두 아이를 다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선천성 기형의 종류나 공유하고 있는 장기 여건상 어쩔 수 없이 한 아이를 희생시켜야 할 경우에는 분리수술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종교적·사회적 및 법적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아외과의 수술 및 마취, 중환자 관리, 진단방법, 관련 외과와의 협력체계 등 의학의 발달로 수술 후 생존율과 수술 결과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수술시기도 빨라져서 정확한 수술 전 검사를 한 후 생후 3∼6개월 내에 분리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 아이 혹은 두 아이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일 때는 조기에 응급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한 아이가 이미 죽었거나 살릴 수 없을 때, 분만 도중 서로 연결된 부위가 손상됐을 때, 배꼽 탈장 같은 동반 기형이 있을 때, 한 아이에게 심한 심장기형 같은 교정할 수 없는 기형이 있을 때 등이다.

    우리나라에선 7건 분리수술

    때로는 기형이 심해 수술 전 검사를 하는 도중에 아이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장을 공유하고 있는 흉결합쌍생아의 경우나 뇌와 정맥동이 연결되어 있는 두개결합쌍생아의 경우에는 분리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198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600건 이상의 결합쌍생아가 보고됐으나 결합쌍생아 분리수술이 시도된 경우(1505년부터 1987년까지) 167건에 불과하다. 이중 여아가 65%를 차지하며 분리수술 빈도는 흉결합쌍생아 29%, 제대결합쌍생아 25%, 좌골결합쌍생아 20%, 두개결합쌍생아 16%, 둔결합쌍생아 10% 등이다.

    흉결합쌍생아의 경우 수술 후 생존율이 45%에 이르렀으나 심장을 공유한 경우에는 모두 사망했다. 제대결합쌍생아의 생존율은 66%, 좌골결합쌍생아의 생존율은 80%, 두개결합쌍생아의 생존율은 50%(뇌가 연결돼 있는 경우에는 40%), 둔결합쌍생아의 생존율은 75%로 나타났다. 이 경우의 생존율은 두 아이 모두 산 경우와 한 아이만 산 경우를 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필자가 국내 최초로 1990년 11월에 흉제대결합쌍생아 분리수술을 시도해 성공했다. 당시 수술한 두 남아 모두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두 번째 예는 1994년 8월에 태어난 좌골결합쌍생아를 분리수술한 것으로 역시 수술에 성공해 현재까지 둘 다 생존해 있다. 심장을 공유한 흉제대결합쌍생아의 경우 수술 전 진단 과정에서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7건 정도 분리수술이 시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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