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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실패 파문 김운용 쓰러지나

유치 활동 부적절 처신 뒤 IOC 부위원장 당선 … “개인 영달 위해 국익 침해” 논란 가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평창 실패 파문 김운용 쓰러지나

평창 실패 파문 김운용 쓰러지나

7월6일 귀국한 김운용 위원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방해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마침내 체육계의 거목(巨木)이 쓰러지는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김운용 위원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김위원이 IOC 부위원장에 당선되기 위해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고 정부 고위 관계자도 “김위원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안 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됐다”며 김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또 고건 국무총리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지에서 김위원에게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김위원이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행동을 했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P)를 이끌고 있으며 18년째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운용 위원은 야누스적인 인물이다. ‘세계 스포츠계의 거목’이라는 긍적적 평가와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김위원은 1986년 IOC 위원이 된 뒤 10개월 만에 집행위원이 됐으며 92년에는 5년9개월 만에 부위원장(96년에 임기만료)이 되는 등 IOC 사상 최단기간 승진 기록을 세우며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 시절엔 세계 스포츠계의 2인자로 대접받았다.

‘거목’ VS ‘부도덕한 인물’ 극단적 평가



한국 체육계에서 김위원의 가장 큰 공로는 서울올림픽 유치와 태권도의 세계화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에는 IOC에서의 김위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IOC에서의 김위원의 이런 위상 덕택에 일부 체육계 인사들 사이에선 신적인 존재로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체육계에 김위원을 추종하는 세력이 아직도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김위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과 추문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사마란치 전 위원장 등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과의 금전적인 유착설, 태권도협회와 관련된 금품수수설에 휘말렸고, 아들 존 김(한국명 김정훈)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에 때맞춰 조직위에 취직한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김위원은 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의 김동성 선수 실격 파문이 불거졌을 때 국민여론에 반하는 처신을 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사실 김위원과 관련된 방해운동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대한체육회(KOC)의 내부 문건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동아시아 지역)에 사실상 내정된 것을 확인한 윤모씨(김운용 위원 최측근) 등이 이회장에 대해 1월 OCA 총회에서 사실상 낙선운동을 벌인 적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윤모씨는 “낙선운동을 벌인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OCA의 한 관계자는 “김운용 위원의 대한체육회장 복귀를 노리는 세력이 이회장의 당선을 방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당시 OCA총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도 “김위원 측근들이 이회장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위상을 높여가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연이은 구설수에 김회장은 ‘사퇴 카드’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졌을 때 IOC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처신을 했다가 국내 여론이 반발하자 대한체육회장에서 물러났고, 태권도협회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자 태권도협회장에서 사퇴한 바 있다. 하지만 태권도협회장에 다시 올랐으며 대한체육회장 복귀설도 간간이 제기되고 있다. 잦은 구설에 오르면서도 김위원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IOC의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2001년 IOC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김위원의 일생에서 가장 쓰라린 패배였다. 사실 국내 체육계에서 김위원의 입지는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재수 끝에 당선되는 등 격에 어울리지 않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노골적으로 반(反)김운용을 외치는 비토 세력도 상당수 있다. 대한체육회장에서 물러난 뒤로 김위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체육계 일부에선 김위원이 김동성 선수 실격 시비 사건에서 국내 여론과 반대로 IOC를 옹호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과 고건 총리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IOC 부위원장 출마 포기 요청을 거부하고 출마해 당선된 것을 같은 맥락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IOC에서의 위상은 김위원에게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처신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위원이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파문으로 김위원의 IOC 내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평창의 2014년 재도전과 태권도의 정식종목 유지를 위해선 김위원의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IOC 부위원장이란 직함이 방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익을 위해 덮어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 5월 불가리아에서 체포돼 구금된 아들의 석방을 위해 외교통상부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현재로선 김위원이 그토록 집착한 IOC 부위원장 자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간동아 393호 (p10~1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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