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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노대통령이 힐러리에게 배워야 할 것들

  •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노대통령이 힐러리에게 배워야 할 것들

노대통령이 힐러리에게 배워야 할 것들
”빌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을 고백한 순간 힐러리가 느낀 살의에 가까운 감정이다. 현재 뉴욕주 상원의원인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은 800만 달러의 인세를 받아 화제가 된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Living History)’에서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힐러리는 클린턴이 한창 스캔들에 휘말려 있을 당시에는 결코 이런 ‘부적절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실 클린턴의 부적절한 행동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모니카 르윈스키 이전에도 제니퍼 플라워즈, 폴라 존즈, 조 제킨즈, 수잔 맥두걸 등 이름이 공개된 클린턴의 연인만도 14명에 이르렀으며 그중 폴라 존즈와는 당시 민사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성질 급한 한국인의 정서로 보면 힐러리는 클린턴과 수십 번 이혼을 해도 시원치 않을 터였다.

그러나 노련한 힐러리는 이혼을 해서 미래의 정치가인 자신에게 치명타를 입힐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또 이혼을 해서 자신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인 클린턴을 잃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다시 자서전을 보자.

감정 표출 자제하는 노련미·전략적 목표 향한 집념

“내가 상원의원 출마를 결심한 것이 화해의 계기를 제공해줬다.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생기면서 서서히 관계가 풀렸다. 결국 내가 퍼스트 레이디로선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상원에서 취임선서를 했던 2001년 1월,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와 왈츠를 추는 것으로 마감했다.”



결국 클린턴의 뛰어난 정치자금 모금 능력은 힐러리를 상원의원으로 만들었고, 이제 힐러리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부상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힐러리의 자서전 출판과 관련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이 대통령으로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87%였고, 힐러리의 지지율은 43%로 나타났다. 힐러리의 오랜 와신상담이 보답을 받을 역사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의 노련함 중 하나는 공개석상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힐러리의 인고의 세월을 다시 보자.

“이후 힐러리에겐 시련의 세월이었다. 세상사람들은 몰랐지만 클린턴은 백악관 아래층 침실에서, 힐러리는 위층에서 각 방을 쓰며 별거에 들어갔다. 냉랭한 부부관계가 계속됐다. 가족 구성원 중 이 가족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는 클린턴밖에 없었고 클린턴 곁에 있어주는 동료는 애완견 버디밖에 없었다.”

이런 극단적인 가족관계와 클린턴과의 불화, 정적들의 끈질긴 공격 속에서도 힐러리는 ‘퍼스트 레이디 못 해먹겠다’고 발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적어도 공식 석상에서는! ‘대통령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는, 지극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노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전략적 목표에 대한 집념 역시 힐러리의 돋보이는 점이다. 힐러리의 궁극적인 야심이 미국의 초대 여성 대통령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클린턴의 재임시절 미국 사회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낮의 대통령은 클린턴이고 밤의 대통령은 힐러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는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여성 정치가에 대해 의외로 보수적인 사회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힐러리가 택한 방법이 우회전술이다. 힐러리는 우선 남편을 아칸소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으로 만든 다음 자신은 그 후광을 입고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으로 가는 경로를 택했다. 흔히 미국인들의 성격이 급하다고 하지만 힐러리의 이런 우회전술은 중국인의 만만디를 빰치는,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선 당시의 지지세력이 반기를 들고 있고 개혁세력 내부도 상충하는 목표하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예상치 못한 사태의 전개에 당황해 동요하고 있는 듯 보인다. 리더가 동요할 때, 리더가 인내심을 잃을 때 그 조직은 무너져내리고 만다.

개혁은 단칼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혁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인내에 인내를 거듭해야 한다. 노대통령도 이제는 힐러리가 보인 인내력과 전략적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391호 (p104~104)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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