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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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챔피언 등극 ‘루이의 힘’

루이 9단(흑) : 장 쉔 8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3-19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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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째 챔피언 등극  ‘루이의 힘’
    반상의 철녀(鐵女) 루이 나이웨이 9단이 중국의 장 쉔 8단을 2대 1로 누르고 정관장배 원년 챔피언에 오름으로써 부동의 바둑퀸임을 과시했다. 이로써 한국바둑은 2000년 8월 조훈현 9단이 후지쓰배를 석권한 이래 지금까지 21차례 열린 메이저급 국제대회 패권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싹쓸이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루이 9단은 중국 출신이지만 1999년부터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며 한국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최근 박지은 3단과 벌인 치수고치기 10번기에서 생각지도 않게 정선(定先)으로 주저앉는 수모를 당한 여파 때문이었을까. 루이 9단은 결승1국을 빼앗기고 2국도 천신만고 끝에 따내는 등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인 뒤 힘겹게 우승했다.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고, 6차례나 세계대회를 석권한 관록은 역시 무서운 것이었다. 남자대회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여자대회에서 반드시 한국의 연승행진을 막아볼 심산이었으나 이번엔 공교롭게도 자국 출신 기사에게 패배하는 비애를 맛보고 말았다.

    7번째 챔피언 등극  ‘루이의 힘’
    백3으로 단수쳤을 때 쫔를 따내지 않고 흑4로 둔 수, 언뜻 딴청을 피우는 듯 보이지만 이 수는 에서 보는 것처럼 중앙 봉쇄와 연관이 있는 심모원려(深謀遠慮) 끝에 나온 수. 흑1에 백2로 받으면 흑13까지 이어져 백대마가 봉쇄된다. 이때 흑1이 A의 약점을 방비하고 있음을 눈여겨보시라.

    고민 끝에 장 쉔 8단은 흑4를 불청하고 백5로 따냈으나 흑6 한방을 당하는 순간 국면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흑8·10에 백11로 대처해 살긴 했으나 흑12에 ‘가’의 약점이 드러나며 하변의 거대한 백대마가 졸지에 엷어지고 있다. 352수 끝, 흑 9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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