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2003.03.13

돌부처 대마도 세돌에겐 죽는다!

이창호 9단(백) : 이세돌 3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3-03-05 13:1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돌부처 대마도 세돌에겐 죽는다!
    지금 바둑계는 이창호-이세돌의 LG배 2차 대전에 온통 열광하고 있다. 바로 2년 전 제5회 LG배 결승에서 ‘이-이 1차 대전’을 벌이면서 이창호 시대를 종식시킬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이세돌은 당시 파죽의 2연승을 거두며(그러나 이후 3연패) 이창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바 있고 지난해 왕위전 도전5번기에서도 비록 2대 3으로 지기는 했지만 박빙의 승부를 펼쳐 이창호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상대로 자리매김했다. 이창호 9단의 바둑이 부동(不動)의 대지라면 이세돌 3단의 바둑은 거세게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같다. 이창호와의 번기(番棋) 때마다 이세돌은 항상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으며 그것도 대마를 잡고 이겼다. 이번 LG배 2차 대전에서도 또 대마를 포획하며 대승을 거둬 이창호의 자존심을 구겼다. 가 그것. 백1은 흑2로 받아달라는 주문. 그러나 여기에는 백5·7로 양분하는 맥점이 있어 흑이 매우 곤란해진다.

    돌부처 대마도 세돌에겐 죽는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이에 이세돌이 들고 나온 흑2의 수가 검토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백3에 귀가 결딴났고 흑4로 봉쇄해봐야 ‘가’와 ‘나’를 연결하는 백5의 묘수가 있어 닭 쫓던 개꼴이라 생각했는데, 이세돌은 계속해서 흑6·8로 돌려치며 장차 ‘다’에 뛰어들 수 있는 수단마저 과감하게 포기하더니 흑10, 꽝! 하고 이 수를 터뜨렸다. 그러자 지붕 위로 달아났던 닭이 다시 미끄러져 내려온 형국으로 돌변했다. 이후 이창호 9단은 고립된 백△를 살리려 안간힘을 썼으나 이세돌의 사나운 발톱을 견디지 못하고 항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149수, 흑 불계승. 그러나 2년 전과는 달리 이창호의 방패는 두 번 연속 뚫리지 않았다. 이어진 2국에서 이창호는 특유의 평정을 되찾고 승리를 거둠으로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장군, 멍군을 부른 이창호-이세돌 신 라이벌전은 한 달 뒤 재개된다.



    흑백19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