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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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여고생들 “우린 火葬할래요”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2-11-28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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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 깊은 여고생들  “우린 火葬할래요”

    장례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대전 성모여고 학생들의 지지 글과 서명.

    꽃다운 여고생 225명이 매장이 아닌 화장(火葬)을 지지하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화장 서약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죽음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의 화장 지지 서명은 장묘문화 개선운동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성모여고 고정은양(16·1학년) 등 225명은 11월15일 화장문화를 지지하는 글과 지지 서명을 담은 편지를 환경운동연합 앞으로 보냈다. 이들은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매년 묘지로 바뀌고 있고, 지난 수해 때는 5000여기의 묘지가 유실돼 가족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조상 묘를 찾는 횟수가 1년에 한두 번뿐인 상황에서 변화된 세상에 맞는 새로운 장례문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풍수지리의 현대적 해석이, 좋은 묘자리가 부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땅은 무대일 뿐 모든 것은 사람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속 깊은 여고생들  “우린 火葬할래요”
    학생들의 화장문화 지지 서명은 이 학교의 ‘사회참여 학습’ 도중에 시작됐다. 담당 사회교사 최성은씨(36)는 “사회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파악하고 대안을 찾게 하는 사회교육 중에 몇몇 학생이 자발적으로 장묘문화 개선운동에 동참하자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최교사는 또 “일부 학생은 오랜 시간 뒤의 일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언 서약까지 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연합의 녹색장묘운동 관계자는 “여고생들의 지지 서명은 젊은 그들에게는 화장이 장례 방법으로 부정적이지 않고, 이 운동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다. 서울, 울산, 부산 등 주요 도시의 화장률이 50%대를 넘어섰고 전국적으로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 시설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제2추모공원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조만간 화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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