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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票心 찾아 ‘TV 속으로’

대선 ‘TV합동토론’에 지지율 2% 왔다갔다 … 후보 진영마다 필승 전략 찾기 고심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길 잃은 票心 찾아 ‘TV 속으로’

길 잃은 票心 찾아 ‘TV 속으로’

TV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종종 후보들에 대해 의외의 평가를 내린다.

11월22일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TV합동토론이 열린 뒤 “정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나왔다. 노후보는 말 잘하고, 정후보는 어눌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상식을 깨뜨리는 의외의 결과였다. 그러나 단일후보는 노후보로 결정됐다. 두 번째 이변이었다.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독일 총리후보 간 TV토론에선 논리 정연하기로 유명한 슈뢰더 후보가 예상대로 상대후보를 압도했다. 이는 초반 뒤지던 지지율 역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이 끝나면 특정 후보는 1%라도 표를 더 얻고, 다른 후보는 표를 잃는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1.6%의 지지율 격차로 당락이 갈렸다. 이번 대선에서 TV합동토론은 2% 안팎의 지지율 변동은 충분히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후보 지지자가 옮겨올 경우 이는 최대 4%의 효과를 얻는 일이다.

李 조직력, 盧 상승세, 權 총력전

이전의 TV토론 때 잘했느냐, 못했느냐의 평가는 무의미하다. 토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토론 양상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토론해본 적이 없다. 12월3, 10, 16일 후보 TV합동토론이 열린다. 각 후보 진영은 필승의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후보는 조직력, 민주당 노후보는 상승세를 무기로, 민노당 권후보는 총력전 태세로 TV토론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9층. TV토론 준비팀이 수개월 전부터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에서 수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L씨도 이 팀에 합류해 TV토론 준비 실무를 맡고 있다. 이후보측은 체계적, 이론적으로 TV토론에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보측은 시청자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시간 동안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시청자들이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몇몇 특색 있는 말만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시청자들은 그때 받은 인상을 토대로 TV토론이 끝난 뒤 각 후보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후보는 시청자의 인상에 남을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KBS의 이회창 후보 초청 TV토론의 한 대목. “사회자 :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질의서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후보는 142명의 의원이 있는 거대정당의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필마단기 격인 정몽준 의원에게 서울, 대전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이회창 후보 : (웃으면서) 정후보 요즘 뜨고 있는 거 축하합니다. 이게 또 안 좋은 점도 있으니 뜬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시고 잘 좀 지켜가세요. 사회자: 그렇게만 답변하시겠습니까. 이후보: 네.” 한나라당측은 이후보의 이러한 답변이 유권자들에게 여유 있고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고 보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세 차례 합동토론 중 첫번째, 세 번째 토론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첫번째 토론에선 후보 자질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세 번째 토론은 투표일(12월19일) 사흘 전에 열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세 번째 토론에서 상대후보 진영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토론 도중 설득력 있게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후보는 포지티브, 고위 당직자는 네거티브 선거운동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선 기간중 자체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우세 또는 이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올 경우 TV합동토론에서 공세적 입장을 취한다는 전략이다.

노후보측은 단일후보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후보와의 TV토론을 성공작으로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공격적으로 나온 정후보에게 의표를 찔린 듯했다. 노후보 진영에선 “사오정이 갑자기 손오공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노후보는 정후보와 TV토론을 끝낸 뒤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도 만족스럽지 않은 듯했다.

민노당 김영철 대변인은 노-정 TV토론에 대해 “노후보가 딜레마에 빠져버렸다”고 평가했다. 노후보는 정후보와 후보단일화`및`공동선거운동을 하기로 사전 합의했기 때문에 정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기 곤란한 입장이었다는 것. 국민통합21 진병윤 미디어단장은 “노후보의 클로징멘트는 노후보가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나빴다”고 지적했다. “노후보는 TV토론 내내 고전한 것이 마음에 걸린 듯 같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해 사용하는 등 잘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주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노후보측은 이후보와의 TV합동토론에선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보 검증에는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이다. 조광한 미디어선거특별본부 팀장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클로징멘트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정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경우 TV합동토론에서 이회창, 정몽준 후보를 총력을 다해 검증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정후보의 경우 성격 문제까지 검증 대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단일후보가 노후보로 결정되자 민노당측은 내심 김 빠져 하는 분위기다. 김대변인은 “노후보 개인에 대해선 검증할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노후보의 사상문제 등은 민노당 입장에선 전혀 검증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현 정권의 실정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TV합동토론은 후보들의 성향에선 노-권 후보가 이후보를 협공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권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며 TV토론에서 전선은 주로 지지층이 겹치는 후보간에 형성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노 후보 입장에선 권후보라는 돌발 변수의 존재로 인해 TV토론을 의도대로 이끌어가기가 더 어렵게 된 상황이다.





주간동아 362호 (p34~35)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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