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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선드라마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한나라당 “이제부터 본격 검증” 여유 속 잔뜩 긴장… 정국 반전·부동층 흡수 대책 마련 골몰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11월12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울산시내 한 시장을 방문, 생선가게에서 물고기를 만지자 상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되자 “선거 구도의 모호함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집권여당 후보가 결선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대통령선거를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의 논쟁으로 몰고 가기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신경식 대선기획단장은 기자에게 “정몽준 후보로 단일화됐다면 이회창 후보가 직접 검증에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여야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보수성향 후보간 난타전, 폭로전으로 선거가 전개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단장은 “노후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분으로, 지금부터 본격적 검증에 나서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단일화 과정에서 노후보가 얻은 시너지 효과, 개혁세력의 결속력 강화에 대해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노후보는 이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노풍이 불어 20여일 뒤의 투표일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면 선거에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보이고 있다. 대선의 본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입장에선 시작이 순조롭지 않다.

11월21일 저녁 대전 유성구에서 김원웅 의원이 ‘6·13’ 지방선거 때 대덕구청장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송모씨를 만났다. 김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는 송씨에게 탈당 의사를 처음 밝혔다. 김의원의 의사는 다음날 한나라당 중앙당에 바로 전달됐다. 수개월 전만 해도 당 지도부는 김의원의 탈당을 굳이 만류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김의원이 ‘해당’적 발언을 많이 해왔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당 지도부는 당황했다. 탈당 시점이 안 좋기 때문이었다. 이미 11월 초 이부영 의원이 한 차례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엔 제대로 손쓸 사이도 없이 김의원이 탈당했다. 김의원이 노후보를 지원하는 개혁적 국민정당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김의원의 탈당은 다시 점화된 노풍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는 탈당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수구세력”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필 이때 김원웅 의원 탈당… 당 지도부 당황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팔굽혀펴기 등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이후보의 한 고위 측근은 11월21일 심각한 표정으로 당직자들의 보고 내용을 듣고 있었다.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보고에도 “허, 참”을 연발하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국 각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움직임에 대한 보고였다. 각 대학 학생회측에 따르면 130여개 대학에서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당 2000명씩만 더 투표하게 돼도 26만명의 젊은층 표가 새로 생겨난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39만표 차로 낙선한 바 있다. 20, 30대의 투표 참가율이 높아질 경우 선거 결과는 예측불허다. 전체 유권자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9%에 이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후보는 20, 30대 층에선 노후보에 절대 열세다.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는 ‘화끈하게’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점이 많았지만 정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노후보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런 모습은 젊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후보측의 20, 30대 유권자 대책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가 부재자 투표소 설치 움직임에 비상

한나라당 지도부는 거시적 선거전략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공적자금 문제 규명 카드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는 것이다. 선거중립화를 유도한다는 뜻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선거 승리를 자신한 결과였다. 정몽준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4억 달러 대북지원설 등 현대 관련 각종 의혹도 정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써 파괴력이 약화됐다. 노무현 단일후보 출현이라는 이벤트가 대선 이슈가 돼버렸다. 한나라당은 뉴스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공작을 펴서 대선후보를 노후보에서 정후보로 바꿔치기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서 한나라당은 머쓱해지고 말았다.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한나라당 선거전략회의 모습

한나라당은 선거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노후보도 검증받을 것이 많다”고 말했다. 현 정권에 대한 새로운 비리 의혹도 몇 가지 더 있다고 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감수할 태세다. 정권 연장, 교체 문제로 선거 방향을 틀어놓기 위해선 현정권과 여당후보의 실정을 부각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의 의원 영입은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역시 당 지도부의 선거전략에 대한 내부 반발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서울 용산지구당 위원장인 진영 변호사는 이회창 후보의 측근이다. 경기고 동문이 주축이 된 100인회라는 단체에 관여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용산지구당 당원들이 한나라당사를 항의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역 의원 영입설에 대한 반발이었다. 같은 지역구 설송웅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 행을 모색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설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다시 돌아갔다. 자민련 오장섭 의원이 탈당하자 오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예산의 한나라당 지구당이 들썩였다. 오의원이 입당할 경우 당장 서울 한나라당 중앙당사로 올라가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다. 오의원의 영입도 유보됐다.

이처럼 아래로부터의 반발이 나오는 것은 의원 영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당 지도부는 대선을 앞두고 세 확산과 조직력 강화를 위해 의원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영입 의원들이 세 확산에 나서면 이들과 자리가 겹치는 당내 인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내분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어선 세 확산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게다가 의원 영입으로 인해 정치적 명분이 손상을 입었다. 의원 영입이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된 것이다.

“20여일 남기고 또 盧風… 속탄다!”

최근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단일후보 등장 이후 부산-경남-울산, 충청지역 표심의 변화는 한나라당의 관심 사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후보 지지 선언이 미리 나온 점에 대해 한나라당은 안도하고 있다. 며칠 늦춰져 노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모습을 YS가 지켜보았다면 그때도 과연 이후보를 지지했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은 YS의 이후보 지지 선언으로 민주계 출신 인사들의 노후보 지지 움직임에 상당한 제동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공식적으로 노후보를 돕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울산의 표심은 정의원의 행보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청지역 대응을 놓고 한나라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층은 자민련 송광호, 정우택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설을 언론에 흘렸다. 일부 언론은 입당 예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이들이 입당하기로 한 날 오전, 한나라당 회의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소장파 K의원은 기자에게 “입당을 연기시키라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의원 영입에 대한 개혁세력의 입장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후보 측근 인사들은 충청민심 수습 차원에서 송, 정 의원의 입당 연기를 지도부에 건의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지나치게 몰아붙일 경우 충청권에서 JP동정론이 확산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자민련 의원들의 영입 이후 충청권에서 이후보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의원 영입으로 충청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심대평 충남지사 영입은 경우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신경식 단장은 기자에게 “심지사가 자신의 주변 인사들을 한나라당으로 보내주고 있다. 심지사 본인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보로의 단일화는 그나마 충청대책에서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는 자평이다. 현재 충청지역은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JP도 성향이 다른 노후보를 지지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권 후보인 노후보에 뒤지지 않는 방대한 선거조직,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견 일사불란해 보이지만 의사결정-보고 라인은 선대위, 대선기획단, 후보비서실, 부국팀 등 여러 갈래다. 최근 전략회의에서 상호간 정보교류의 문제를 놓고 고위 당직자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가 확정된 뒤로는 팀워크가 다시 결집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얘기다. 이후보는 작심한 듯 재래시장을 이번 대선의 테마 유세 지역으로 잡고 있다. 노풍을 잠재울 역풍을 시장에서부터 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후보는 10월26일 부산평화시장을 방문했을 때 상인들이 지지 피켓을 들고 나오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인 것에 대해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정몽준 의원 지역구인 울산 동구 남목시장에선 이후보에 대한 사인공세까지 벌어졌다. 며칠 뒤 이후보 참모가 후보 일정 결재를 받으러 가자 이후보는 시장 방문이 빠진 것을 지적했다. 이후 이후보 지방 방문 코스에서 재래시장은 꼭 들어간다고 한다. 11월18일 경주 에서 열린 경북도지부 후원회를 마친 뒤 이후보는 다음날 포항죽도시장을 찾았다. 최근 충남지역 방문 때도 두 곳의 재래시장이 포함됐다. 한나라당 유한열 충남지부장은 “후보가 국민들과 스킨십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차갑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이후보에게서 의외로 따뜻한 면모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우려했던 후보단일화가 현실이 됐다. 노후보를 쉬운 상대로 봤지만 단일화 이후 노후보는 구심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부동층 유권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간이 빨리 가기만 기다리던 한나라당은 이제 시간 부족을 염려하고 있다. 재래시장이든 TV토론이든, 이후보는 반전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 빠졌다.





주간동아 362호 (p24~26)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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