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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02년 취업 비용 3000만원

“직장운 키운다” 관상 성형 ‘붐’

취업 준비생들 ‘취업 필수과목’ 인식… 남녀 구별 없이 성행, 수술비는 100만~300만원 선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직장운 키운다” 관상 성형 ‘붐’

“직장운 키운다” 관상 성형 ‘붐’
지난해 수차례의 입사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진 취업 재수생 정모씨(27)는 올 9월 초 마지막 시도로 성형외과를 찾았다. 대학시절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점이 좋았고, 1년간의 외국 연수 경험 덕에 영어도 유창한 실력파였지만, 면접관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자신의 외모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 실제로 정씨는 이마 한가운데가 푹 꺼져 있는 데다 얼굴이 마른 편으로 빈상(貧相)의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정씨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 박현 성형외과 원장의 말.

“이마 한가운데 부분을 관상학에서는 건록궁이라 하는데, 직업운이나 승진운을 상징합니다. 환자처럼 거기가 꺼져 있으면 취업을 하는 데 장애가 있기 십상입니다. 건록궁이 두툼하고 훤해 보여야 직업운이 좋다고 보지요.”

정씨는 의사의 관상평을 듣고는 당장 수술하기로 결심했다. 수술은 정씨의 허벅지 지방을 채취한 뒤 주사기로 이마의 꺼진 부분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시술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정씨는 들뜬 목소리로 “선생님 덕분에 대기업에 채용됐습니다”며 ‘관상쟁이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예쁘게보다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얼굴 요구





한창 취업 시즌인 요즘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관상 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 단지 아름다움을 좇아 얼굴을 개조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관상의 단점을 성형수술로 보완해 직장운이나 사업운을 북돋우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관상 성형수술도 취업 시험의 한 ‘과목’으로 ‘당당히’ 자리잡게 됐을 정도다. 보통 취업을 보장받기 위한 성형수술에 드는 비용은 100만~3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틀에 박힌 듯한 예쁜 얼굴, 이른바 ‘성형 미인’ 대신 ‘관상 미인’이 뜬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관상과 성형을 주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가 20대 젊은층으로부터 주목을 받는가 하면,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는 얼굴의 어느 부위를 고쳐야 관상이 좋아지는지 상담해주는 점집들이 성업중이다. 압구정동에서 ‘사주 카페’를 운영하는 이정민씨는 취직운이 있는 관상이 되도록 성형수술을 하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취업 예비생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예 ‘스승을 모시고’ 관상학을 연구하는 성형외과 의사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관상학을 연구한 박현 원장은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주문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지다 보니 의사들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를 테면 “탤런트 아무개처럼 눈이나 코를 고쳐주세요” 하는 환자들이 줄어든 대신 “제 인상이 날카로운데 좀 부드럽게 해주세요” 하는 주문에서부터 심지어는 “제 관상이 좋지 않은지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는데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고 관상 상담을 의뢰하는 환자들까지 있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한 성형수술 때문에 오히려 취직이 안 된다며 재수술을 원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는 점. 쌍꺼풀 재수술 전문인 김삼 성형외과 원장의 말.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예전에 한 쌍꺼풀 수술 때문에 비서실 취직이 안 된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환자를 살펴보니 아주 예쁜 얼굴의 미인형인데, 쌍꺼풀 라인 폭이 너무 넓고 두꺼워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한국인의 자연스런 얼굴에 외국 여성들이 주로 하는 쌍꺼풀 형을 하고 있으니 조화와 균형을 잃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굴형에 맞게 자연스런 쌍꺼풀이 되도록 재수술을 해주었다. 나중에 그녀는 D기업 비서직으로 채용됐다면서 기뻐했다.”

관상 성형은 남녀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예전에는 성형수술이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왔으나 요즘은 성형외과에서 남성 환자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옆으로 찢어진 눈 때문에 관상이 좋지 않으니 쌍꺼풀 수술로 눈을 부드럽게 해달라”거나 “이마에 흉터가 있어서 어디서 놀다 온 친구가 아닌가 하고 오해를 받고 있으니 수술을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성형외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뽀얗고 윤기 있는 피부를 위해 피부 미용이나 박피수술을 원하는 남성들이 피부과 문을 두드리는 것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귀티 나는 맑고 흰 피부를 갖고 있어야 사회생활에서도 그만큼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일종의 관상적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게 피부과 관계자의 귀띔. 또 얼굴의 주름이나 점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신학철 피부과 원장은 치료 부위를 관상학적 관점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환자들도 적잖다고 밝혔다.

“흔히 눈 밑에 있는 점이 ‘눈물점’이라고 해서 오던 복도 나가버린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꽤 많다. 한 환자는 턱 밑에 있는 점은 복점이니까 놔두고 흉점인 눈물점만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연예인 노사연씨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던 미간의 점을 뺀 것도 아마 관상학적 이유에서일 것이다.”

“직장운 키운다” 관상 성형 ‘붐’

▲ 추진력을 의미하는 턱이 너무 두드러져 보이거나 각이 져 있으면(사각턱) 거만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여성의 경우팔자가 드세다고도 한다. 강한 인상을 부드럽게 보이도록 턱 성형을 한 모습.

20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부는 관상성형 바람은 30, 40대 직장인들의 경우 출세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피부과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씨의 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있는데 직장 상사가 ‘왜 그리 인상을 쓰느냐’며 자주 지적하곤 했다. 늘 미간에 세로 주름이 잡혀 있다 보니 얼굴 표정이 굳어 보였기 때문이다. 상사뿐만 아니라 직장동료들도 내가 항상 찌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기에 관상을 봐주는 점집을 찾아갔더니 당장 주름을 없애라고 했다. 미간의 세로 주름은 출세에 방해가 되고 운명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이씨는 점집에서 그 말을 듣자마자 부랴부랴 주름을 펴는 보톡스 시술을 받으러 피부과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도 성형외과 의사의 권유로 이마의 주름살을 펴는 수술을 받았다. 이마에 난 세 줄의 주름살이 대선 행보에 장애가 된다는 관상학적 이유에서였다.

관상이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정도가 지나쳐 웃지 못할 촌극도 빚어내고 있다. 자신의 관상학적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타고난 운명을 완전히 바꿔버리려는 시도도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사업을 준비중인 홍모씨는 손금 개조로 개천명(改天命)에 도전한 경우다.

“직장운 키운다” 관상 성형 ‘붐’

▲ 5-1(before), 5-2(after) 상정(이마 부위)과 하정(턱 부위)을 이어주는 중정(코 부위)이 꺼져 얼굴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 경우 부모운이나 조상운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본다. 또 자신감이 없어 보여 소극적일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경우 콧대에 지방을 넣어줌으로써 자신감 있어 보이게 하고 이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점을 보러 갔는데 내가 하려는 사업운이 좋지 않게 나왔다. 그런데 점쟁이가 손금이 달라지면 운명도 바뀐다고 조언해주어 아예 손금을 바꿔버리기로 했다.”

홍씨처럼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새끼손가락 아래 부분의 재운선을 뚜렷하게 하면 돈의 융통이 원활해지고 재정이 튼튼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데 과연 성형수술로 관상이 바뀌면 당사자의 운명도 바뀌는 것일까. 박현 원장은 두 환자의 예를 들며 설명했다.

관상보다는 심상·운명 개척 의지가 최우선

“코가 너무 낮아 심한 콤플렉스를 가진 환자가 둘 있었는데 모두 코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한 사람은 변화된 자기 모습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적극적이 되고 대인관계도원만해지는 등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누가 수술한 것을 알아보면 어쩌나’ ‘코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게 되고 성격마저 소극적으로 변했다. 관상학적으로는 낮은 중악(中岳·코)을 높여주면 두 사람 모두 운명이 좋아져야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형수술로 관상을 바꿔 그 사람의 운명을좋게 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이나 사고방식도 건강하게 변화됐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성형과 관상’의 저자인 이원석 성형외과 원장 역시 “성형을 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관상보다는 심상이 중요하다(觀相不如心相)’는 것이다.

다만 이원석 원장은 “굳이 환자들이 성형수술을 받으려 할 경우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성형미인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 조화로운 이미지를 주는 관상형 미인이 보기에도 좋다”고 주장한다. 실제 성형외과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상적인 미적 얼굴 형태란, 관상학의 여러 문헌들에 기록된 관상이 좋은 얼굴형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상학을 인정치 않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더 확보하기 위한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 논리”라며 관상 성형을 주장하는 논리를 일축한다. 수려한 외모를 위한 성형수술은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수긍할 수 있지만,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키우기에 앞서 관상을 고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환자들을 현혹하는 논리라는 주장이다.





주간동아 362호 (p62~64)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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