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8

2002.11.07

“장기수들 그림 실력에 깜짝 놀라셨죠”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0-30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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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수들 그림 실력에 깜짝 놀라셨죠”
    10월12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관훈동 하나 아트갤러리에서는 장기수들의 작품을 모은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백야(白夜)’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전시회를 준비한 주인공은 산부인과 의사 강신영씨(54).

    2000년 10월부터 청송교도소의 장기수를 대상으로 그림을 가르쳐온 강씨는 꼭 2년 만에 그들의 그림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살인, 특수강도 등 무거운 죄를 저지르고 죄값을 치르고 있는 장기수들의 마음이라도 수양했으면 해서 시작한 것이 전시회까지 열게 되었다.

    “엄청난 잠재력을 썩히고 있는 다이아몬드라고 할까요. 기성 화가들도 그들의 작품을 보고 모두 놀랐습니다.” 강씨는 특히 “장기수들의 그림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내면이 리얼하고 깊이 있게 그려져 있다”고 말한다. 창살에 걸린 시계와 정지한 바늘, 유리병 속에 갇힌 자신과 목탁 안에서 고개만 내민 다람쥐와 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것. 전시회의 주제가 ‘백야’인 것도 영원히 불이 꺼지지 않는 감옥을 상징한 것이다.

    하지만 강씨는 전문 화가가 아니라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다. “미국인 사형수에게 그림 용품과 금전적 도움을 주다 보니 고국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영구 귀국을 서둘렀습니다.” 강씨는 이후 국내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청송교도소를 선택했고, 교도소측은 흔쾌히 그에게 장기수 미술반을 구성해줬다.

    “출소하면 전과자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백야 전시회는 올해도 내년에도,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강씨는 장기수들의 그림을 광주(11월14~20일)에 이어 미국 뉴욕 웨스트 32번가 갤러리(내년 1월8~15일)에서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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