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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빅뱅 정국

‘아군 늘리기’ 결코 멈출 수 없다

한나라당, 세 불리기 영입 경쟁 가속… 정몽준 캠프와 ‘영토확장’ 맞대결 점입가경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아군 늘리기’ 결코 멈출 수 없다

‘아군 늘리기’ 결코 멈출 수 없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 그는 최근 당 외부 주요 정치인, 당내 비주류 인사 등과 접촉하면서 한나라당 외연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10월18일 한나라당 기자실.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북한 핵 관련 영수회담을 제의하는 자리에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출신의 정치학 박사 전모씨도 배석해 있었다. 북-미관계 등 국제정치를 전공한 전씨는 최근 이후보 돕기를 자청, 이후보의 비상근 정책특보로 임명됐다. 전씨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부근에 자비로 개인사무실을 냈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과 한나라당을 사이에 두고 거취를 고민해온 모 대선후보 특보 출신 A씨. 정치인 합종연횡의 전문가로 통한다. 한나라당에서 적극적인 영입교섭이 들어오자 그의 선택은 한나라당으로 기울었다. 다음날 정의원 캠프에서도 “요직을 줄 테니 같이 일하자”는 연락이 왔다. A씨는 “이미 한나라당행을 결정했으므로 물릴 수 없다. 앞으로 ‘페어플레이’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세 불리기 움직임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대통령선거는 ‘화장(후보의 이미지 관리를 빗댄 말)’만 잘해선 이길 수 없다. 아군이 많고, 적군이 적어야 이긴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유력 정치인 영입이 변수라는 얘기다.

현재 민주당과 자민련은 분열되고 있다. 대선 구도도 사실상 경기남부, 충청권, 강원도를 누가 ‘접수’하느냐는 쪽으로 일단 진행되고 있다. ‘4자연대론’을 들고 나온 정몽준 캠프와의 ‘영토확장전’이 현실이라면 피하지 않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이다. 한나라당과 정의원측의 영입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받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 한승수 한나라당행 ‘배신감’ 토로



‘아군 늘리기’ 결코 멈출 수 없다

‘자민련 퇴출’ 이후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심대평 충남지사.

10월14일 오후 3시 민주당 전용학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기자회견을 했다. 전의원 입당 3일 전 한나라

당 한 관계자는 전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결단의 시기가 됐다”며 입당을 요청했다.

전의원은 입당을 앞두고 이 관계자 외에 한나라당 다른 요로(要路)와도 입장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원 입당 사실은 14일 오전 알려졌으나 정오가 지나도록 입당기자회견의 시간, 장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공개하라’는 사인이 나지 않아 실무진에서 함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 영입 문제와 관련해선 한나라당은 당사자간엔 충분한 사전합의, 외부적으로는 철저한 보안유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소속 한승수 의원의 입당 정보도 여권에 사전 누출되지 않았다. 한의원 입당기자회견은 그래서 여권에 더 충격을 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의원 입당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국민의 정부가 외교부장관과 유엔의장을 시켜줬는데 어떻게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한나라당으로 갈 수 있느냐”면서 흥분했다.

민주당 의원의 경우 15대 때 한나라당 출신이었다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수도권 의원 3명, 충청권 의원 3명, 강원도 의원 2명이 추가로 한나라당행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의원 6명도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련 퇴출’이 가시화하는 상황이어서 현재 자민련 소속인 심대평 충남지사가 중립(무소속), 한나라당 입당, 정몽준 캠프 합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도 정치권의 큰 관심 사안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심지사와 김종필 총재의 친분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심지사의 행보는 충남 표심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므로 우리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서 당내 자금, 정보, 인사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신진 인사 영입도 거의 김총장 재가를 거쳐 이뤄진다. 정치인 입당 문제도 김총장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부분. 김총장은 “의원들의 입당은 본인 의사에 의한 자발적 결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의 연대 대목에선 적극성을 보였다. 김총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의원과 함께 일해온 사람과 이의원 간에 이심전심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의원 접촉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김총장은 이어 “정치여정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의원은 MJ 신당 참여보다는 한나라당과 함께 하는 쪽으로 선택할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군 늘리기’ 결코 멈출 수 없다

10월10일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열리기 전 이인제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대선 투표일(12월19일) 직전인 12월 초 대구 서문시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니는 모습은 한나라당으로선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이회창 후보는 ‘집권시 여성총리 발탁’ 이라는 말로 박대표의 복당(復黨) 가능성에 대해 운을 떼놓았다. 박대표는 입장 표명을 유보중이다. 그러나 박대표의 한 측근은 박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된 정치권 여론 파악에 나섰다. 이 측근은 기자에게 “만약 한나라당에 복당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통일축구 개최, 동해선 개통 등에서 증명되듯 박대표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엔 신뢰관계가 있다. 한나라당과 북한이 현재 긴장관계에 있는 만큼 대북문제에서 박대표가 기여할 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한 박대표 측근의 말도 복당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최근 김영일 총장은 ‘중학교 선배’인 민국당 김윤환 대표를 만났다. 김총장은 “우리측에서 조금만 성의를 보이면 김대표가 서운했던 마음을 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덕룡 이부영 홍사덕 의원을 직접 찾아 대선 때 협조해줄 것을 부탁했다. 외연확대와 함께 내부단속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옥고를 치렀다 풀려난 뒤 외부활동이 뜸한 황낙주 전 국회의장은 최근 한나라당 고위관계자의 문안 방문을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국민통합21의 민주당 인사 영입에 대해 ‘DMJ연대’라는 신조어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분석한 국민통합21의 약점은 다른 데 있다. 현재 정몽준 의원과 소수의 정의원 측근이 국민통합21의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데 향후 개성이 강한 민주당과 자민련 현역의원들이 대거 합류해 한 살림을 꾸릴 경우 당권 재편을 놓고 신·구세력 간 내부 갈등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개혁, 통합의 정치를 표방한 국민통합21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온다면 그날로 정의원의 지지율은 내려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당 분란사태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내려간 자신들의 경험을 근거로 한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의원 영입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의원 영입은 본질적으로 정몽준 의원 훼방놓기의 연장선이라는 게 정의원측 주장이다. 일종의 네거티브성 정략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칙도 없고, 정치도의도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입’이었던 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대표적인 ‘배신과 변절의 사례’로 비판받았다. 정의원 측근은 “한나라당측 의원 영입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여론의 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은 경쟁적으로 정치권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측 스카우트 활동에 대해선 비난을 퍼붓고 있다. 피해자 격인 민주당과 자민련도 자당 인사가 A당으로 갈 땐 침묵하고, B당으로 갈 땐 비난을 쏟아내는 이상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최종심판은 유권자의 몫이다.



주간동아 2002.10.31 357호 (p18~19)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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