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7

2002.10.31

“중도 사퇴 없이 끝까지…”

장세동씨, “全 전 대통령에게 결례 불구 출마” … 5共 향수 보수성향 유권자 지지 내심 기대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2-10-24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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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 사퇴 없이 끝까지…”

    10월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10월21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부장의 권기진 대변인은 “‘장 전 부장=의리의 사나이’라는 등식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전 전 대통령은 장 전 부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장 전 부장은 아버님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따로 개업을 하려는 것 같다”는 재국씨(전 전 대통령의 장남)의 말을 전했다. 전 전 대통령 측근인 A 전 장관은 전 전 대통령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연희동에 진의를 물어보고 답하겠다”고 즉답을 유보했다가 하루 뒤 “장씨의 출마는 그의 개인적 일이며 전 전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장 전 부장은 9월30일 전 전 대통령이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하키 한·일전을 관람할 때 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장 전 부장측에 따르면 그는 10월 들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장 전 부장측은 “출마 의사를 전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전 장관은 “장씨가 의논해왔으면 만류했을 것”이라면서 “전 전 대통령은 장씨의 출마를 원하지 않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추후에도 장 전 부장에 대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장 전 부장은 서울 여의도에 대선캠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당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장 전 부장의 대선캠프엔 아직 5공화국 고위관료,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장 전 부장이 “나는 필마단기로 나왔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출마로 인해 연희동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은 장 전 부장도 인정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은 ‘주간동아’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결례임에도 이를 무릅쓰고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측근 “억울한 평가 해명 심정”

    장 전 부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한 언론이 장씨의 대선자금에 의문을 제기했다. 1987년 폭력배를 동원한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장씨가 출감 후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면서 절하자 전 전 대통령은 “수고했어”라면서 18억원을 위로금으로 주었다는 설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측은 펄쩍 뛴다. 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은 장씨에게 돈을 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전 부장측도 “개인재산은 법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며 돈 안 드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헌정파괴로 법적 결론이 난 12·12 쿠데타 주도 세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 ‘난센스’라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절대 충성’을 바쳤던 전 전 대통령도 출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출마 강행은 ‘의리의 사나이’라는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전 부장이 출마한 진의는 무엇일까. 장 전 부장은 보도자료 등에서 “혼란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출마한다”고 밝혔다. 1936년생인 장 전 부장은 99년 서울 송파갑 재선거 출마를 모색하다 포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대선을 정치활동 재개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을 수 있다. 장 전 부장의 한 측근은 “그동안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고, 국민들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심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92년 대선에서 박찬종씨는 장세동씨처럼 필마단기로 출마해 151만 표를 얻었다. 장 전 부장의 출마 선언 직후 그의 홈페이지엔 1400여건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장 전 부장 캠프는 5공에 대해 향수를 가진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수십만 표 차로 1위가 결정될 수 있는 올해 대선에서 장세동씨가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 전 부장은 “중도사퇴는 없으며 끝까지 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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