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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증시 안전판이라굽쇼

내년 투자 규모 7조원으로 확대 … “시장 불확실” 투자 위험론도 만만찮아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연기금’이 증시 안전판이라굽쇼

‘연기금’이 증시 안전판이라굽쇼

증시 부양 목적으로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도 연기금 주식투자 규모가 올해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밝힌 내년 연기금 주식투자 규모는 어림잡아 4조9000억원대. 2조3000억원 규모였던 올해 연기금 주식투자액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직접투자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수익증권 형태의 간접투자 금액까지 포함하면 내년도 연기금 주식투자 규모는 7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뮤추얼 펀드 등에 비해 평균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잦은 변동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연기금이 주식시장의 ‘구원투수’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 하지만 10월 들어 한때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는 등 폭락장세가 연출되면서 정부가 증시대책의 일환으로 연기금의 직접 주식투자 확대를 들고 나오자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강남지역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증시 쪽으로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연기금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동안의 수익률은 시장평균 상회

‘연기금’이 증시 안전판이라굽쇼

국민연금의 내년도 주식투자 규모는 4조원으로 연기금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장면

정부가 내놓은 연기금 주식투자 액수는 일종의 한도 개념에 불과하다. 연기금 운용 주체들이 얼마나 주식시장에 뛰어들지는 순전히 시장 상황에 달린 셈이다. 특히 내년도 4조9000억원의 연기금 주식투자액 가운데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조원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이 올해 1조9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한 것에 비하면 주식투자 규모는 거의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개정 기금관리기본법상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계획에 대해 정부예산과 같은 방식으로 국회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4조원이나 되는 주식투자 계획에 대해 여야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기획팀 장춘영 차장은 “국민연금이 주식 운용을 시작한 이래 10% 정도의 누적 수익률을 올리는 등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7∼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주식투자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예산처 기금총괄과 관계자 역시 “2000년 증시 상황이 안 좋아 연기금만으로 운용되는 주식전용펀드를 만들었을 때도 결과는 괜찮았던 편”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물론 이처럼 연기금을 이용해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연기금의 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새롭게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연기금 투자풀(pool) 운용 상품 중 주식투자가 허용된 혼합형의 경우 9월 말 현재 7.80%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해 업계 평균수익률보다 5%포인트 가량 높은 운용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MMF나 채권형 상품에 비해서도 운용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연기금 투자풀 운용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풀 전체자금 중 주식에 들어가 있는 금액은 800억원대에 불과하다. 혼합형 펀드의 경우에도 주식투자 비중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증시의 변동성이 큰 데다 아직까지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주식투자는 위험하다는 주장과 주식시장의 안전판 확보를 위해 연기금 주식투자는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표 참조).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기금관리기본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닥쳐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틀을 바꾸지는 않았다. 현행 기금관리기본법 3조는 ‘기금관리 주체는 당해 기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예외적 허용 조건인 ‘설치 목적과 공익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금 운용 계획에 반영된 경우에 한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 전년도 기금 운용 계획에 미리 반영되어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으면 아무리 증시 전망이 좋다고 하더라도 주식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회 예산정책국 정문종 예산분석관은 “정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주식시장에 들어간다면 수익보다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투자 결과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주식투자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공단 역시 ‘정부에서 주식에 투자하라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경제학)는 “장기적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기금 운용 주체들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연기금 투자 확대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증시라면 어차피 다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자산 운용 주체의 전문성 강화나 △투자기간 장기화 △투자 손실에 따른 책임 면제 방안 마련 같은 보완책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연기금을 증시에 쏟아 붓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연기금의 증시 투입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인 셈이다. 그래야만 파탄 직전에 놓인 국내 연기금의 수익성을 올리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것.

4대연금 중 이미 거덜난 군인연금은 제쳐놓고서라도 당장 공무원 연금이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며 사학연금 역시 적자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실정이다. 내년도 4조원대의 주식 매입을 계획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도 2030년대 중반부터는 적자를 피하기 어렵고 2048년쯤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목적은 ‘증시 부양’이 아니라 ‘수익성 창출’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구원투수’는 ‘구원투수’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2.10.31 357호 (p38~39)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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