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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에 딴죽 건 숨은 ‘의도’ 있나?

성기능 개선 천연물질 개발 벤처기업… 대대적 비교 광고로 ‘주가 띄우기’ 의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비아그라에 딴죽 건 숨은 ‘의도’ 있나?

비아그라에 딴죽 건 숨은 ‘의도’ 있나?

성기능 향상 식품인 VNP54 (오른쪽)와 발기부전 전문의약품 비아그라.

코스닥시장이 개장 이래 최저치로 급락하던 10월9일, 유일하게 상한가 행진을 계속한 벤처기업이 있었다. 건강식품 제조회사인 벤트리㈜가 바로 그 주인공. 9월 말 주당 2030원대에 머무르던 이 회사의 주가는 10월7일 이후 연 5일째 상한가를 기록하며 369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주가를 이처럼 폭등시킨 시장 재료는 이 회사가 발견한 VNP54라는 성기능 향상 물질.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주가 폭등의 원인으로 이 회사의 독특한 ‘언론플레이’를 꼽는다. 그렇다면 이 회사 ‘언론플레이’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를 엿볼 수 있는 단초는 10월8일 벤트리가 주요 일간지에 실은 대형 광고. 붉은 바탕에 씌어진 ‘새빨간 거짓말!’(연예인 하리수의 데뷔 당시 광고 카피)이라는 문구로 일단 독자들의 시선을 모은 이 광고는 ‘VNP54의 효과가 비아그라보다 낫다고?’라며 비아그라를 능가하는 의약품의 출현을 암시했다. 그 아랫단에는 고려대 의대에서 실시한 VNP54의 성기능 개선 임상실험 결과(개선효과 81.0%)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임상실험 결과(81.2%)를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자사의 제품이 비아그라에 버금가는 성기능 개선 효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술 더 떠 이 회사는 ‘비아그라는 일시적인 치료 효과밖에 없으며, 부작용이 이미 보고된 반면 우리 제품은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다’라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면서 비아그라는 한계가 뚜렷한 의약품이며 이에 반해 자사 제품은 부작용이 전혀 없는 획기적인 발기부전 향상 물질임을 독자의 뇌리에 심어줬다. 광고가 나가자 이 회사에는 제품을 사려는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주가는 폭등세를 이어갔다.

“의약품과 식품 비교 대상 아니다”

광고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VNP54는 의약품이 아닐 뿐 더러 제품도 아니다. VNP54는 국내 자생 갈조류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이 회사가 이 물질을 원료로 만든 제품 ‘섹소스’는 영양보충용 식품(비타민 보충용 식품)으로 등록돼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자신들이 발견한 천연물질과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VNP54의 임상실험을 담당했던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는 “VNP54의 성기능 향상 효과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아그라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며 “회사측이 왜 이런 비교 광고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이교수는 “비아그라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VNP54는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비아그라와 비교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임상실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벤트리의 한 관계자는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 한 달 전부터 기자회견과 광고 문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광고에 법률상 하자가 없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상대 회사측이 크게 반발하면 할수록 광고효과는 더욱더 커질 것”이라며 은근히 비아그라 제조사인 화이자가 싸움을 걸어오기를 바라는 듯한 인상까지 풍겼다. 실제 이 회사는 임상실험을 한 대학의 홍보과를 통해 낸 보도자료에서 마치 이 대학측이 이 물질을 발견한 주체인 것처럼 제목을 붙여 각 방송사는 이를 근거로 보도를 내보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바로 문제의 광고가 일제히 나갔고 그 광고에는 ‘어젯밤 방송을 보았느냐’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큰 반발이 예상됐던 화이자측은 이에 대해 “너무 황당해서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들의 수를 알고 있다”며 상대조차 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황상연씨는 “벤트리가 7월에도 이런 방법으로 주가를 3배 가까이 끌어올린 적이 있다. 성기능 강화물질이 나올 때마다 ‘반짝효과’는 있었지만 이처럼 폭등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분석했다.

과연 이 광고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문제는 이 광고가 법적으로 별다른 하자가 없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356호 (p28~28)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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