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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은 ‘근육이완제’… 1만5900여개 행방 ‘아리송’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사람 잡은 ‘근육이완제’… 1만5900여개 행방 ‘아리송’

사람 잡은 ‘근육이완제’… 1만5900여개 행방 ‘아리송’

경남 거제에서 집단 부작용을 일으킨 근육이완제.

10월2일 경남 거제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근육이완제 집단 쇼크 파동을 꼼꼼히 살펴보면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집단 쇼크로 인한 피해는 총 환자 17명 중 이미 1명이 사망하고, 2명은 아직까지 중태인 상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 결과 밝혀진 내용은 이 병원에서 사용된 이완제 앰풀에서 발견된 다량의 엔테로박터 클로케균이 제약사의 제조 공정상의 실수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를 보며 우선 떠오르는 의문은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느냐는 것. 문제가 된 엔테로박터 클로케균은 사람의 장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균들 중 하나로 항문과 피부, 심지어 호흡기 점막에도 존재할 수 있는 흔한 균이다. 따라서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사람의 손에는 이 균이 항상 묻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제조 공정상에서 위생 상태가 불량했다면 앰풀의 감염은 불 보듯 뻔한 일. 실제 식약청 조사 결과 이 제약사에는 3월부터 최근까지 제조관리 책임자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균은 일단 감염이 되면 패혈증이나 요로감염, 수막염 등을 일으키지만 감염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설사 감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로 쉽게 치료가 되는 질환. 그렇다면 1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2명의 환자가 중태인 점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임상병리과 전문의 이정림씨는 “이 균은 일반 근육주사를 맞을 때는 별 부작용이 없으나 혈관으로 직접 침투(링거나 혈액주사)할 경우,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저항력이 약한 노인이나 지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패혈증을 일으킨 환자들이 모두 링거를 통해 이완제를 투여받았다는 점과 사망한 사람이나 중태인 환자가 모두 70대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아 들어가는 주장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제약사가 이 병원에 공급한 앰풀과 같은 제조번호의 앰풀이 이미 전국 각 병·의원에 2만8050개나 공급됐고, 이중 1만5900여개는 유통과정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 식약청은 부랴부랴 각 병·의원에 이 앰풀의 전량 폐기를 지시했지만 이미 앰풀을 맞은 환자들은 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다른 병원들에서는 이런 부작용과 쇼크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어떤 약품이 어디로 가서 얼마나 쓰였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의약품의 유통 현실인 이상, 의사들의 양심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주간동아 356호 (p77~7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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