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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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에 담은 ‘슬픈 동심’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2-10-17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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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글에 담은  ‘슬픈 동심’

    사진 속 아이들은 극도의 빈곤 속에 시달리고 있지만 눈빛만은 맑다. 이번 사진전의 수익금은 모두 유니세프 등의 구호기관에 기부될 예정이다.

    2000년 4월, 젊은 사진작가 김희광씨(28)는 인도로 향했다. 어머니의 타계는 그에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벗어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괴로움을 잊고자 떠난 여정이었지만, 낯선 인도의 풍광 속에서도 그는 개인사가 주는 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즈음, 김씨는 우연히 인도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어린 나이에 이미 구두닦이 날품팔이 등 힘겨운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는 크고 무구한 눈동자의 아이들. 서툰 영어로 “1달러, 플리즈!”를 외치는 아이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면서 김씨는 비로소 고통의 기억을 떨치기 시작했다.

    10월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는 김씨의 사진전 ‘차일드 차일드(Child Child)’는 바로 이때 촬영한 북인도 아이들을 주제로 한 전시다. 김씨의 피사체가 된 아이들은 한결같이 예쁜 눈망울을 빛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놀랄 만큼 미인이다. 반짝이는 귀고리를 한 아이들, 발찌를 한 채 계단에 서서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는 예닐곱 살의 여자아이는 빨려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사진 속의 아이들에게서는 이미 삶의 신산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은 무표정하지만, 우울의 그림자는 확연히 감지된다. 보고 있노라면 그 아픔이 스멀스멀 전염되어 코끝이 찡해진다.

    “인도의 아이들은 가난과 카스트, 두 가지 족쇄에 얽매여 있어요. 한번은 끼니를 굶은 한 아이의 배를 채워주려고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식당 주인이 못 들어오게 막더군요. 아이가 최하층 ‘불가촉 천민’이기 때문이었어요. 경찰이 곤봉으로 아이를 미친 듯 두들겨패도 그 아이가 불가촉 천민이란 이유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군요.”



    앵글에 담은  ‘슬픈 동심’
    그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남자아이들은 한결같이 돈을 요구했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사진찍기를 즐거워해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서너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소녀가 다가와 “2백 루피(약 5000원)만 주면 같이 호텔에 가주겠다”고 제의할 때, 그리고 그 소녀 뒤로 멀찌감치 소녀의 엄마인 듯한 여자가 보일 때, 그는 인도에 대해, 아니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인도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정신적인 번민이 너무 커서인지 인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여기 찍힌 아이들은 당시의 내 자화상입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것은, 나를 바라보던 그 표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참으로 불행한 환경 속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지만, 시선만은 너무도 맑았어요.”

    첫 전시를 정성스레 꾸리고 있는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사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시의 수익금은 모두 유니세프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아이들을 찍으면서 나는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때 아이들에게 진 빚을 이번 전시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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