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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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부활한 ‘그때 그 만화’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2-10-1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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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 만에 부활한  ‘그때 그 만화’
    14세기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이래 불멸의 고전 ‘삼국지’는 김성탄, 김구용, 박종화, 정비석, 김홍신, 이문열, 조성기 등 개성 넘치는 작가들에 의해 거듭 태어났지만 고우영의 ‘만화삼국지’만큼 독특한 입지를 구축한 작품도 없다. 일단 최근까지도 유일한 만화판본이었고(2002년 4월 이문열 평역. 이희재의 ‘만화삼국지’ 출간, 10월 이학인의 ‘창천항로’ 출간), 만화가 허용하는 유머와, 상상을 초월하는 해석으로 1970~80년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30대 이상의 독자들 뇌리에 뚜렷한 ‘삼국지’ 등장인물을 떠올려보자. 무겁고 서늘한 눈빛의 관우(저자가 가장 공들여 만든 캐릭터), 거칠지만 장난스러운 장비, 우유부단한 ‘쪼다’ 유비(독특한 해석으로 새로운 유비를 만들었음), 장수에서 모략가로 천의 얼굴을 가진 조조, 사나이 중의 사나이 조자룡 등 우리가 무심코 떠올리는 캐릭터는 바로 고우영의 ‘삼국지’가 만들어낸 것이다.

    만화 ‘삼국지’(전 10권, 애니북스 펴냄)가 24년 만에 무삭제 완전판으로 부활했다. 79년 처음 단행본으로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폭력성과 선정성을 이유로 100여쪽이 삭제, 수정돼 완간의 의미가 희석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한번 5권으로 축소 발간되는 등 원작 훼손이 너무 심해 작가 고우영씨는 “팔 다리 몸통이 갈가리 찢기는 사고”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번 무삭제 완전판은 초판본 10권을 참고하면서 작가가 직접 삭제, 수정된 부분들을 복원한 것이다. 하얗게 지워버리거나 붓으로 뭉개버렸던 부분을 되살리고, 지문이나 대사는 한글 맞춤법에 따라 다시 쓰되 작가의 필체를 그대로 살리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했다.

    그러나 무삭제판 ‘만화삼국지’에 신세대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한 면에 채워넣은 16칸짜리 만화, 깨알 같은 대사와 지문이 ‘젊은 감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읽기보다 느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고우영의 만화에 담긴 정보는 너무나 방대하다. 그러나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웃음과 만나려면 소설을 읽듯 꼼꼼히 읽어야 한다. 물론 386 독자들에게야 익숙한 독법이요 웃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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