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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선진국 감축 연구에 제각각 약점… 심해저 저장은 해양오염 우려, 유전층 저장 땐 폭발 위험

  • 강호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hjkang@ewha.ac.kr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지구 온난화의 위협이 심각해지자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장의 매연.

지난해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6차 회의에서는 나라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때 각국의 삼림 및 농지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양을 이산화탄소 감축량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삼림이 많은 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미국측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식물이 이를 흡수하는 능력도 커진다는 결과는 단기적인 실험에 근거한 것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가 있는 주장임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리키 박사팀은 2002년 4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아마존 열대우림의 강물과 습지에서 낙엽이 썩는 동안 숲이 흡수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와 배출량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 대기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기온이 올라가 나무의 성장속도도 빨라진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낙엽의 양도 증가해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미미해진다는 의미다.

낙엽 썩는 동안 숲에서도 CO2 배출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시위 현장

최근에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더라도 다른 요소들이 식물의 성장을 억제해 광합성의 증가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식물은 많은 이산화탄소에 노출되면 스스로 기공의 수를 줄이거나 기공을 조금만 열어 광합성의 절대량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토양으로부터 얻는 질소 인 칼륨 등 다른 영양소가 광합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면 식물체 내의 탄소와 질소의 비율에도 영향을 미쳐 뿌리를 통한 영양물질의 공급을 방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 등 다른 물리적인 요인도 광합성을 제한할 수 있다.

게다가 광합성의 증가로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식물체나 토양 유기물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의 호흡으로 대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필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습지와 같은 일부 생태계에서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때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 강력한 온실기체가 생성돼 대기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처럼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 되먹임, 즉 이산화탄소 증가가 생물계로부터의 이산화탄소나 다른 온난화기체 발생을 더욱 가속화하는 경향을 생각해보면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 대한 경고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지난해 세계의 저명한 기상학자 및 환경학자 수백명이 참여해 작성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는 1995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금세기 말까지 5.8℃나 상승할 것이고, 이 같은 급속한 기온 상승은 흉년과 물 부족, 질병 증가, 홍수로 인한 도시와 마을의 파괴, 산사태와 해상폭풍 증가 등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감축 및 그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함량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방안으로 소위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에너지성은 1999년 이 기술과 관련해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12개의 연구팀을 발족했고, 2000년 연간 약 900만 달러에 머무르던 예산을 올해엔 2000만 달러 규모로 늘렸다. 일본 역시 일본 혁신기술연구소(RITE, Research Institute of Innovative Technology)를 주축으로 연간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열대우림의 습지에서는 숲이 흡수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런데 탄소격리 기술은 기본적으로 지구 생태환경 자체를 실험대상으로 하고 있어 환경론자들은 물론, 생물학자·지질학자 등 일반 과학자들까지 이 기술을 섣부르게 생태계에 적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97년 미국 일본 노르웨이 3개국은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심해저 1000m 아래에 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높은 압력에서 물과 화학작용을 일으킨 이산화탄소는 마치 얼음 덩어리처럼 변해 대양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는 원리다. 그러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이 프로젝트는 해양 생물학자와 환경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심해에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들 경우 산성화가 진행돼 심해저 생물에게 혈중산소의 저하와 같은 심각한 기능장애를 가져온다는 주장 등이 제기된 것이다. 프랑스 브레스트대의 해양 연구가 스테판 블레인 박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양은 모두 서로 연계돼 있어, 이들 실험에 의한 영향이 국지적인 차원에 머무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7월 프로젝트팀이 실험 허가서를 자체 철회했으나 기타 제반 기술 연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양 미생물과의 관계 연구도 필요

지상에서 탄소를 격리하는 기술로는 지하 탄층이나 유전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 유전층에 존재하는 공동(空洞)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석유시추회사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용하고 있던 기술이다. 유전층에서 발견되는 원유를 함유하는 공동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액체 상태의 석유 체적이 줄어들게 돼 더 많은 석유를 뽑아 올릴 수 있다. 석유회사에서는 지금까지 가능한 한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 투입으로 더 많은 양의 석유를 뽑아 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이 기술을 이용해왔으나 최근엔 반대로 이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유전층에 가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산화탄소 투입 압력으로 인한 폭발사고 위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CO2 줄이려다 생태계 망칠라

지하 탄층이나 유전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수년 전에는 바다에 사는 조류가 철분이 부족하면 광합성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철분을 인공적으로 공급해 조류 발생을 유도, 광합성을 통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실험도 있었다. 이후 다른 생태적인 부작용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제기돼,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쳐 작동하는 생태계를 단기간의 공학적인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보여줬다. 기후 변동을 우려해 이산화탄소 규제를 외치는 것은 바로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것인데, 거꾸로 이들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고자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순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식생의 광합성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토양 미생물과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학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산업공정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355호 (p77~78)

강호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hjk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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