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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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번’의 행운 … 불운한 첫 출발

김석수 총리 인준은 정치적 역학구도 덕분? … DJ연설 대독 요구에 초장 의욕 반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0-12 0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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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세번’의 행운 … 불운한 첫 출발

    9월10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김석수 국무총리 서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하는 것을 국회가 원한다.”

    10월5일 국회인준을 통과한 김석수 국무총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청와대에 요청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총리로서의 그의 의욕은 청와대에 의해 무참히 꺾였다. 청와대는 대통령 대신 총리가 나서는 소위 대독 총리 역할을 요구한 것. 총리실 관계자는 “대독은 관행”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국회인준 등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김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4개월 20일간의 짧은 총리로서의 여정이 험난할 것임도 미루어 추측이 가능하다. 10월7일 국립묘지를 참배한 김총리는 곧바로 국회로 향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 전임들의 전철을 밟았다.

    기간 짧지만 대선관리 등 난제 산더미

    김총리는 장상, 장대환씨 등 전임 총리서리들에 비해 정치적 ‘행운’이 뒤따랐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대선용 대형 폭로가 연일 정치권을 강타, 상대적으로 검증의 잣대가 물렀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비토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여야는 애초부터 무딘 칼을 들고 나서 사전에 인준 통과를 예고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정통성과 도덕성을 검증받았다”는 총리실 관계자의 설명 한편으로 “정치적 역학구도가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자녀 생활비 지급 및 증여세 누락,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직시 실권주와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등을 들어 김총리의 도덕성이 장상, 장대환 두 명의 전임서리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이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김총리는 내년 2월24일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기간은 짧지만 김총리 앞에는 중립적인 대선 관리, 국정 마무리, 임기말 공직기강 확립 등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3개월간이나 총리 자리가 비어 있어 공직사회의 이완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더해지면서 부처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



    3개월간의 총리 공백은 외교적인 문제도 몰고 왔다. 9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이한동 전 총리, 장상, 장대환 전 총리서리 등 세 차례에 걸쳐 명단을 교체, 통보하다가 끝내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의에 장관이 가는 결례(?)를 범한 것. 국가 신인도나 신뢰 문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불문가지다.

    대선과 관련한 중립내각 운용도 웬만한 원칙으로는 쉽게 헤쳐 나가기 어려운 문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존경한다’거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선운동 기간중에는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는 등 소신을 밝혀 오히려 여권에서 중립성 시비를 제기한 상황이다. 총리실은 “임기말 행정부와 정치권(야당)의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아무튼 총리실은 김총리가 각종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 조용한 마무리에 치중할 것을 원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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