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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퇴출이냐 자리보전이냐

중국 석방해도 북한은 고민… 쓰자니 中 눈치, 바꾸자니 국제사회 신뢰 추락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양빈, 퇴출이냐 자리보전이냐

북한 신의주 행정특구 양빈(楊斌) 장관의 연금 이후 중국과 북한 간에 외교 협상이 시작되면서 양빈 장관의 재기 가능성에 남북한과 중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양빈 장관 연행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차관급을 중국에 보내 외교 협상에 나서면서 어떤 카드를 들고 중국을 설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협상의 주도권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운신의 폭은 좁은 편이다. 양빈 장관이 탈세와 토지불법전용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 행위를 저지른 상황인데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해 ‘정치적’ 고려를 하기에는 판이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단둥(丹東)의 한 소식통은 “국경절 연휴가 끝나는 8일부터 양국간 협상이 본격화했으며 머지않아 석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양빈 장관이 석방되면 어우야그룹 본사가 있는 선양(瀋陽)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 어우야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양빈 장관이 중국 국적이 아닌 네덜란드인이란 점 때문에 재산몰수나 국외 추방 같은 조치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빈 장관의 연금 상태가 해제된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양빈 장관에게 신의주 특구 사업을 계속 맡길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북한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교체’ 쪽에 무게

그렇다고 북한이 이번 일을 무조건 ‘없었던 일’로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명철 연구위원은 “북한이 먼저 나서서 양빈 장관을 해임하기보다는 중국으로 하여금 어떤 조치를 취하게 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은 이미 양빈 장관을 연금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가 장관직 해임 같은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장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 따라서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압력에 굴복해 양빈 장관을 해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감수하고 직접 양장관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중국의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신의주 특구 사업을 양빈 장관 체제로 계속 끌고 간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 주간동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양빈 장관 기용이 일회용일 가능성이 크다’(354호 참조)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양빈 장관 교체 여부가 사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신의주 특구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북중관계”라며 “북한으로서는 양빈 장관 교체를 통해 사태를 빨리 매듭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이 양빈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대 행정장관 경질로 인한 국제사회의 신뢰 실추라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신의주 특구 사업권에 대한 대가 지불 문제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데다 처음부터 양빈 장관이 구상했던 특구 설계의 대부분을 새로 짜야 한다는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장관 교체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직접 양장관을 조기에 갈아치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신의주 경제특구 장관을 갈아치우기 위해서라도 양빈 장관을 좀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투자여건이 취약한 신의주 행정특구 장관을 ‘일회용’ 취급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인식되기 시작하면 다음 장관 인선에 더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자연스레 신의주 특구 사업은 한참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내 북한 소식통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북한 정부의 의중은 ‘유지’보다는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문제는 시기 선택이다.



주간동아 355호 (p20~20)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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