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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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금속 탐지 고작 오염물 검사는 사실상 속수무책 … 중국 눈치보기 급급 강력한 조치도 어려워

  •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4-10-01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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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지난 8월10일 중국산 민물장어(활뱀장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됐다. 2000년 같은 달의 ‘납 꽃게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납 꽃게 사건 이후 수산 당국은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한·중수출입수산물 위생관리 약정이 발효된 이후 올해 상반기 동안 중국산 수산물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7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건에 비해 줄었으나 냉동병어 옥돔 참조기 등에서 납조각 볼트 못 등이 발견되었고,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실험실장은 “납 꽃게 사건 이후 중량을 늘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금속 덩어리를 넣는 일은 없어졌으나 병어 옥돔 등 그 대상을 달리해 가며 오염물질이 다양해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며 “납 꽃게 사건 이후 정부에 요구했던 대책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 위생 협정서 빠져… 수은 등 매달 검출

    ‘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2000년 당시 소비자단체들은 중국산 수산물 전량에 대한 금속탐지 검사를 실시하고, 중국에 조사원을 파견해 원인을 조사하고, 중국 공관의 인력을 활용해 중국산 수산물 유통 가공 과정에 대해 정보를 습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금속탐지 검사만 이뤄지고 있을 뿐 정작 오염물질의 근원을 밝혀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검사원 관계자도 “중국 업자들이 우리를 시험하려는 건지 느슨해질 만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중국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없는 상황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이방호 의원(한나라당) 비서관 장덕상씨는 지난해 체결한 협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위생협정에도 정작 수은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일단 수입된 수산물에 대해서는 우리 규정에 따라 검사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 수출품 검사를 할 때 중금속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결국 중금속이 함유된 수산물을 중국에서 걸러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의원측은 “약정을 보완해 수출 전 중금속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부분에 대해 국정감사 때 정식으로 문제제기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 수산물에서 금속이 검출되는 일은 크게 줄었으나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은 매달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정 내용에 따르면 중금속은 양국 기준 차가 너무 심해 당분간 수입국의 규정을 따르기로 하고 국제기준을 참고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출품에 대해 금속 이물질 검사를 하고, 위생증명서를 첨부해 수출하고 있지만 표본검사 하기로 된 중금속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임을 인정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국측에 검사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며 “워낙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어 검사했는지 여부조차 혼선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할 뿐 뚜렷한 대책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장덕상 비서관은 “해양수산부에 중국 수산물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중국 각 지역의 검사원끼리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자료 수집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정책에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검사 시스템의 허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천톤의 수산물을 모두 정밀검사할 수는 없는 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서는 최초로 수입된 물품과, 외형 색깔 선도 등을 검사하는 관능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만 정밀검사한다. 정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경우 차후 수입해 오는 물품에 대해서도 정밀검사를 받게 되지만, 이상이 없을 경우 한동안은 정밀검사를 피할 수 있다. 한번 정밀검사에서 합격하면 적어도 다음번에는 서류검사나 관능검사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수입업자들은 이를 악용해 일단은 질 좋은 제품을 들여와 정밀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한동안은 제품 관리에 소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내 정보습득 대책 조속히 실행해야”

    ‘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97년 수산물 수입 전면개방 이후 수입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의 검사물량 또한 96년 37만6000톤에서 지난해 68만2000톤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일산에 위치한 본원 및 전국 12개 지원의 검사 인력은 197명. 그나마 지난 7월 11명이 증원된 결과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지난 81년 219명의 검사원으로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원을 감축한 결과 지난해 186명까지 줄었다. 그리고 올해 처음 검사원에서 21명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작은 정부를 구현한다’는 취지하에 11명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중국산 수산물 수입물량의 대부분이 몰리는 인천지원의 경우 11명의 검사원 중 5명의 분석실 직원이 수은 납 등의 중금속과 옥소린산 등의 항생물질, 방사능 타르색소 등을 검사하는 정밀검사를 도맡고, 남은 6명 정도가 보세창고를 드나들며 매일 5000상자 이상의 중국산 냉동 수산물을 검사하는 실정이다. 검사원 관계자들은 “수산물 수입량이 급증하고, 검사도 강화된 데 반해 충분한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작은 정부’도 좋지만 정부의 융통성 없는 정책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아닌지.

    ‘중금속 수산물’ 넌 제발 오지 마!
    중국산 수산물의 오염 문제가 뿌리뽑히지 못하는 것은 대(對) 중국 무역수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소비자 건강과 직결되는 일인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 해도,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커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검사원 관계자는 “외교적 마찰 때문에 무작정 검사를 강화할 수도, 강력히 항의할 수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수산물 무역수지는 지난해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올 들어서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수산물 의존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측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경제장관회의 등을 통해 중국측 관계자를 만나면 수출량 대비 부적합 건수 비율은 다른 나라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고 말한다. 중국은 위생검사 강화 자체를 무역 장벽으로 몰고 있는 것.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산 수산물 오염에 대한 근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우리 검사체계는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며 중국의 협조 부족을 탓하기에 바쁘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외교 경로를 통해 검사 강화를 요청하겠다”는 발언만 반복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밀려드는 중국산 수산물의 양과 그동안 중국측이 보여준 외교 태도를 고려할 때 중국측의 개선을 기대하는 미온적인 태도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소비자단체들은 “검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납 꽃게 사건 당시 요구했던 대로 중국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실장은 “소극적이지만 당분간은 소비자들 스스로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같이하고, 외면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문제가 됐던 금속 및 중금속에 대한 검사만 강화할 게 아니라, 중국산 활어 대부분이 양식에 의존하고 있어 항생물질 등 과다한 약물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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