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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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내 갈 길 가련다”

후보 사퇴 압력에도 국민경선 원칙 고수 … “이탈도 감수” 강수 선택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01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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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내 갈 길 가련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행보가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자택도 개방했다. 국민경선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노(反盧) 세력의 일부 이탈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8월18일 기자들을 서울 명륜동 자택으로 초청한 그는 비교적 말을 많이 했다. 평소 정치와 사생활을 극명하게 구분하며 대문을 걸어 잠갔던 그의 자택 개방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날 발언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다. 친노(親盧)-반노(反盧)파의 대립이 격화하고, 중도파의 후보 사퇴라는 압박에 직면한 그가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연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후보는 이날 “타협할 것을 내놓는다면 거부하지 않겠지만 깨질 때 깨지더라도 원칙의 문제를 타협할 수는 없다”며 당내 반노파의 선(先)사퇴론에 일단 쐐기를 박았다. 이인제 의원, 이한동 전 총리,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 조부영 자민련 부총재 등이 추진하는 제3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결국 길이 아니란 것을 알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재경선에 참여할 인물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어떤 경우든 재창당은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反盧 세력 결집에 한대표도 압박

    제3신당 추진세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정몽준 의원이 국민경선을 받아들이면 대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제 의원 등 반노 세력들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들의 탈당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얘기다. 노후보는 자신의 이런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강한 자신감과 달리 그를 둘러싼 정치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제3신당 창당에 나선 이인제 의원은 당초 계획과 달리 대규모 탈당 플랜을 접고 당내 투쟁으로 돌아섰다. 선사퇴론을 관철시키고 반노 세력을 결집시키는 게릴라전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중도파 인사들 상당수가 그런 이의원의 행보를 주목한다.

    노후보측과 “짜고 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한화갑 대표도 노후보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대표는 지난 18일 “신당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제3자여야 한다”며 노후보의 소신과 원칙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김근태 김원길 김영환 등 친노 성향 의원들도 “당이 깨져서는 안 된다”며 통합신당론을 들고 나온다. 통합신당론은 백지신당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노후보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통합신당의 추진이 가능하다. 비노(非盧) 성향의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은 “노후보가 주장하는 국민경선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정의원의 영입을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노후보의 양보가 정의원 영입의 관건이라며 결단을 기대하는 눈치다.

    분위기가 이처럼 바뀌자 노후보는 “내 머릿 속에 국민검증 절차는 꼭 국민경선이란 생각이 드는데 혹 다른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의 원칙을 좌표 삼아 ‘마이웨이’를 외치며 측근 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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