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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칼럼

북한의 ‘대화 공습’ 5가지 이유

  • < 장성민 / 미 듀크대학 국제문제 연구소 객원 연구원·전 국회의원 >

북한의 ‘대화 공습’ 5가지 이유

북한의 ‘대화 공습’ 5가지 이유
북한이 서해도발 27일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7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서울에서 열자는 파격적 제안도 내놓았다. 서해도발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며 억지를 부리던 북한이 왜 돌연 ‘대화 공습’을 재개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를 남북관계에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북미관계를 대비한 복합적 포석을 두는 ‘선택적 화해협력 정책’이라고 본다. 첫째, 북한은 서해도발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분노와 배신감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쌀을 비롯한 인도적, 경제적 지원이 끊기게 생겼고 국책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지도 모를 위기를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뢰의 위기가 파국적 국면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자면 지금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음직하다.

‘벼랑끝’ 전술과 선택적 대화 다목적 포석

둘째, 8월부터 본격적으로 단행되는 경제개혁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경제개혁을 준비해 왔는데, 개혁이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지속성을 확보하자면 한국 및 국제사회의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위해 ‘서해교전은 평양 수뇌부의 계획적 도발’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조기에 불식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에서 냉전적, 군사적 대결의식을 버리지 못했다면 그의 개혁노선 역시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서해교전의 ‘우발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서해교전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관망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이에 대한 긍정적 대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 7월25일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의 조치를 “분명 긍정적 발전”이라고 언급한 것이나, 7월26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특사방북을 “일관된 입장에서 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 역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으로서는 무한정 북미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이상, 미국의 특사방북을 받아들임으로써 양국 수뇌부의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어쩌면 절충을 위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넷째, 그럼에도 북미관계의 보다 깊은 부분을 들여다보면, 대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의 성격도 강하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협상 원칙은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핵, 미사일, 재래식 전력 문제 등에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나면 ‘그 이후에’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임의 룰이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대화 제스처는 북미대화가 성사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나아가 2003년 ‘벼랑끝 외교’를 위한 숨 고르기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에 ‘벼랑끝 외교의 재연’을 예고한 바 있다. 2003년이 제네바합의상의 경수로 완공 시한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다’는 약속은 ‘그때까지 경수로가 완공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는 협박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일’이라는 것은 7월13일 평양의 조선중앙방송이 시사한 대로 대포동 미사일 2호의 시험발사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간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을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성명을 발표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요도호 납치범 4명을 자진 귀국 형식으로 일본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벼랑끝 외교 국면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경대응을 한일 양국의 대북 동정여론으로 견제하자는 목적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북미대화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벼랑끝 외교를 대비한 완충장치를 기대하는 것인지, 진정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려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실리만을 챙기려는 속셈인지, 그 모든 진실은 8월 초로 제안된 금강산 실무회담장에서 판가름날 문제다. 그 결과에 따라 장관급회담의 수용 여부나 미 특사의 방북이 결정될 것이다. 북한의 진실한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주간동아 346호 (p88~88)

< 장성민 / 미 듀크대학 국제문제 연구소 객원 연구원·전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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