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2

2002.07.11

신생아 B형간염 예방접종 의무화는 언제나 …

  • 최영철 기자

    입력2004-10-18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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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아 B형간염 예방접종 의무화는 언제나 …
    “세상에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다니, 또 그게 내 조국이라니…. ” 최근 세계적인 간 전문가로 유명한 이종수 박사(독일 본대학 종신교수)를 인터뷰차 만난 기자는 노학자의 이런 한탄을 들으며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박사는 “신생아에 대한 B형간염 예방접종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의무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관련 법률도 없다”는 기자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사실 이박사는 그의 오랜 베스트셀러이자 올 7월 개정 출판될 ‘간 다스리는 법’에서 “B형간염은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제 C형간염과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B형간염 예방접종이 널리 확산된 데다 백신의 질이 날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 또 모체감염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가 신생아에 대한 B형간염 예방접종을 의무화해 실질적으로 간염을 가진 어머니로부터 신생아가 감염될 확률은 0%에 가까워진 이유에서다.

    간염은 알려진 것과 달리 공기중이나 일상적 신체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지만, 어머니가 간염인 경우는 분만시 아이의 상처와 어머니의 피를 통해 전염률이 100%에 가깝다. 그런데 한국만이 유독 신생아 예방접종이 없다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전 국민의 9~14%지만 미국 등 서양의 경우에는 0.1~0.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일반인에 대한 B형간염 예방접종에 대한 법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생아를 포함한 간염 예방접종의 의무화를 예산문제나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정부가 간염 환자는 물론 간염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정상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보균자의 공무원 임용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이들의 취업을 거부하니 일반 기업이 이 원칙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도대체 정부와 언론은 뭘 하고 있지요?” 날카로운 이박사의 질타에 눈앞이 캄캄해진 기자는 2002 한·일 월드컵 대 독일전에서 한국의 패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역시 건강한 국민이 축구도 더 잘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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