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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건축 제동 승부수 성공할까

부동산 과열 방지 위해 개포동 용적률 200% 이하 결정 … 주민 반발 극복이 관건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서울시, 재건축 제동 승부수 성공할까

서울시, 재건축 제동 승부수 성공할까
‘서울시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서울시가 고건 시장 임기만료 직전, 지난 4년을 끌어오던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평균 200% 이하로 결정함으로써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을 향후 무분별한 ‘머니게임’식 재건축을 막을 수 있는 긍정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한양대 여홍구 교수(도시공학)는 “서울시가 과거 무분별한 재건축 바람을 원상회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여교수는 또 “미국의 경우에도 지구단위계획은 건물주에게만 혜택을 줄 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장 주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서는 지난 6월22일 주민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용적률 200%’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애초 주민들과 강남구청은 이 지역에 대한 용적률을 250%로 해달라는 의견을 냈으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6월11일, 이를 200%로 하향 조정해 의결했다.

주민 추가부담 불가피 ‘법적 대응’

서울시, 재건축 제동 승부수 성공할까
용적률이 200% 이하로 되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구 수가 줄어들어 가구별 분담금이 크게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용적률이 10%만 떨어져도 가구당 분담금이 1500만∼2000만원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3억6000만원대 15평형의 경우 45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45평형 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용적률이 200%로 떨어지면 분담금은 1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포 주공 1단지 장영수 재건축조합장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주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며, 재건축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98년 처음으로 재건축을 추진한 이후 4년간이나 끌어오던 개포지구 재건축 문제가 일단락되기는커녕 새로운 불씨를 안게 됐다. 그동안 개포지구 재건축조합들은 서울시에 세 차례나 자문해 왔으나 서울시는 번번이 ‘200% 이상 불가’ 방안을 고수했다. 현행 조례상으로는 도시계획위원회 결정 이후 5년 동안은 안건 재상정이 금지되기 때문에 항의시위에 나선 주민들로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주민들은 ‘5년간 재상정 금지’를 규정한 조례 개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여나가는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및 헌법소원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변호인 선임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자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개포지구 용적률 결정이 앞으로 서울시 재건축 관련 정책에 관한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포지구 용적률 250%’를 주장하며 서울시와 대립해 왔던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도 “서울시 역시 이번 조치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개포지구의 경우가 다른 지역 용적률 결정의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재건축 제동 승부수 성공할까
실제 개포지구의 용적률이 200%로 결정됨에 따라 서울시내에서 지구단위계획이 추진중인 고덕, 둔촌지구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개포지구 용적률 결정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고덕 주공 2단지의 경우 개포지구 용적률 결정 이후 술렁이는 분위기가 역력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 단지에서는 당초 주민들의 주장대로 용적률 250%를 적용받을 경우 11평형 소유자는 가구당 140만원만 부담하면 25평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건축조합측 설명. 또 13평형 소유자가 25평형을 배정받을 경우에는 430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개포지구와 똑같은 200% 이하를 적용받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11평형 소유자는 가구당 53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13평형 소유자도 환급은커녕 18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개포지구처럼 용적률 200%를 적용받게 되면 재건축조합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조합측도 “13평이나 15평짜리 연탄보일러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현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말이냐”며 서울시의 결정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현장 주민들은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신임시장 취임 이후로 늦추겠다는 분위기다. 고덕지구나 둔촌지구의 경우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령상 2002년 6월30일을 넘길 경우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

고덕·둔촌 등 타 지역도 비상

또 용적률이 결정된 개포지구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번에 ‘용적률 200% 이하’를 결정한 대상은 개포동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단지의 평균치다. 따라서 32개 단지 2만8000여 가구나 되는 개포지구에서는 앞으로 단지별 층수나 용적률을 결정하는 도시계획소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주민들간에 심각한 대립과 민원이 야기될 것이 분명해 더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고건 시장 임기만료를 계기로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분별한 재건축 열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포털사이트인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그동안 두 번에 걸쳐 부동산 과열 양상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하반기 과열 흐름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강남 재건축시장에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 역시 한때 ‘서울시 결정 재검토’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선 상태.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이명박 당선자가 취임하면 뭔가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20일 이명박 당선자를 당시 후보자격으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던 고덕 주공 1단지 양한준 조합장은 “이명박 신임시장이 재건축 추진의 사업성에 관심을 갖고 있고 시의회 의원들도 80% 이상이 바뀐 만큼 용도지역 세분화 기준상 3종 주거지역으로 인정받아 용적률 25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반면 서울시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하다. 서울시 허영 도시관리과장은 “2003년 6월까지 거주지 세분화 기준에 따른 분류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이미 25개 자치구에 기준이 내려가 작업이 진행중인 만큼 이제 와서 기준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는 용적률 하향 결정을 내린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보안’이라는 명분으로 감추고 있다. 서울시가 무분별한 재건축에 비로소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오기는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암초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341호 (p44~45)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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