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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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와 경제는 판박이

체질개선 통한 경쟁력 보유 시급 …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쾌거, 양국 경제개방 효과 학습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10-18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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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축구와 경제는 판박이
    한·일 축구와 경제는 판박이
    전세계 축구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2002 한·일 월드컵의 화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 개최국 한일의 명암. 일본은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지 두 번째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4강 진출에 가려 빛이 바래게 됐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대진 운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과 달리 한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우승후보로 꼽힌 강팀을 ‘집으로’ 보내며 4강에 올라 더욱 그랬다.

    외신들은 한국 축구의 신화 창조와 함께 한국 경제의 ‘화려한’ 부활에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4년여 만에 국가 신용등급 A등급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 한국팀의 월드컵 선전으로 ‘코리아 브랜드’ 상승 효과까지 누리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이 8강 문턱에서 힘없이 주저앉은 것은 ‘가라앉고 있는’ 일본 경제를 상징한다는 게 외신들의 반응이다.

    눈 높아진 관중들 국내 리그에 만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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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우연의 일치겠지만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월드컵 개막일에 맞춰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무디스는 5월31일 일본의 엔화 표시 국채 등급을 Aa3에서 A2로 두 단계나 떨어뜨렸다. 무디스가 올 3월 한국의 외화 표시 국채 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두 단계 상향 조정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일 두 나라의 경제와 축구가 짝을 이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 두 나라 축구와 경제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는 것은 무모한 시도일 수 있다. 원래 축구경기라는 게 이변이 많고 바로 그것이 축구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경제와 축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나라의 축구와 경제에서 재미있는 유사점도 발견된다.



    우선 두 나라 모두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두 나라 모두 일부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일본은 98년 9월 트루시에를, 한국은 2000년 말 히딩크를 감독으로 각각 영입했다. 물론 자국 출신의 축구 감독에 맡긴 결과 세계무대에서 변변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02 월드컵에서 공동 개최국으로서 적어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막다른 상항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나라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시기는 동남아시아 경제 위기 직후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를 통해 과거 동남아시아 특유의 정부 주도 성장방식이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경제개방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는 등 경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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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시에와 히딩크 역시 두 나라 축구 감독을 맡아 팀 운영과 훈련 방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했다. 두 감독은 취임 이후 선수 선발에서의 연고주의, 선수와 감독 사이의 권위주의, 선수와 선수 사이의 서열주의, 지도방식에서의 집단주의 등을 과감히 파괴한 것이다.

    두 나라의 상황은 다른 점도 많다. 우선 한국 축구는 월드컵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일부 축구인들은 “월드컵이 한국 축구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축구선수 출신의 수원대 체육학부 이성철 교수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대표들을 직접 배출하는 국내 프로축구의 활성화가 절실한데, 월드컵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관람한 축구팬들이 상대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는 K리그를 더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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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외국인들이 아무리 한국 경제의 부활을 추켜세워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진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가 회복된 것은 원금만 104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결과일 뿐이고,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한국 경제의 허약한 체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혹평한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우선 축구의 경우 93년 J리그 출범 이후 브라질의 용병 지코 등의 활약에 힘입어 축구 붐이 일어 이제 축구는 야구와 배구에 이어 메이저 스포츠로 성장했다. 일본 축구팬들의 성원도 크다.

    경제 역시 비록 막대한 정부 부채와 금융 부실 때문에 장기 침체에 빠져 있긴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동차 조립 과정의 낭비 요인을 제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던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표준’이 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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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히딩크 감독의 축구 철학이 도요타 생산방식에서 강조한 개념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 물론 히딩크 감독은 도요타 생산방식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 수준으로 이끈 철학이나 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선 히딩크 감독이 강조한 멀티 플레이어는, 도요타자동차가 근로자들을 여러 공정을 맡을 수 있는 다(多)기능공으로 양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히딩크는 또 한국 선수들에게 축구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요타자동차 역시 근로자들이 노동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4월 초 10여년 만에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던 강명한 전 삼성자동차 고문은 “근로자들이 조립하기 쉽도록 부품 설계를 최근 다시 시작했다는 도요타측의 얘기를 듣고 은근히 놀랐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어야 창조성을 발휘, 현장에서 좀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도요타자동차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히딩크 감독은 현재 한국에서 ‘히딩크 신드롬’을 낳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축구계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등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히딩크는 5월20일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팀은 월드컵 예선전에서 항상 동남아 약체국들과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경기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유럽 강팀들과 친선경기를 통해 한국팀의 경험과 자신감 향상에 노력한 것이 이만한 수준의 팀으로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융시스템이나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했던 것은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안방에서만 경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금융기관이나 기업들과 경쟁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기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두 나라 축구가 외국인 감독 영입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듯, 두 나라 경제 역시 좀더 개방경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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