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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경제에도 히딩크가 필요한 이유

  • < 정갑영 / 연세대 교수·경제학 >

경제에도 히딩크가 필요한 이유

경제에도 히딩크가 필요한 이유
월드컵 열풍과 더불어 곳곳에서 히딩크식 전략이 붐을 이루고 있다. 기업마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을 경영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고, 정치와 경제에도 히딩크의 리더십과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히딩크가 출마하면 압승할 것이라고도 한다. 과연 히딩크의 리더십에 숨어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논리일까?

축구감독 히딩크가 한국의 각계각층에서 선풍적인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른 감독들과 구별되는 파격적인 리더십이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감독으로서 그의 지도력은 이 분야 전문가들이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에 문외한인 일반 팬들도 그 비결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축구에 선풍적인 바람이 부는 것처럼 경제와 정치, 사회 부문에서도 신바람 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 경제·사회 신바람 접목 가능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몇 가지로 특징지어지는 것 같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기초체력을 중시하여 치열한 경쟁과정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적절한 인재를 적기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16강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독자적인 전략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갔던 추진력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역설적으로 보면 싱겁기 짝이 없다. 새로운 전략이라기보다 오히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원론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기본으로 돌아간’(Back to the Basic) 전략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기 때문에 경영은 물론 경제와 정치, 사회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히딩크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기본원칙을 고수하는 정책이 우리 풍토에서는 시행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히딩크는 온갖 비난과 타협에의 유혹, 그리고 실행과정에서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원칙을 고수해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의 모형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실제 히딩크 스타일로 성공한 경제정책은 역사적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1981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항공관제사 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하면서, 빗발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업자 전원을 법대로 해고한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법과 원칙에 충실한 그의 대응이 미국의 노사관계 선진화에 기여했고,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수주의를 표명한 영국의 대처리즘도 히딩크와 같이 결단과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리더십에 비유할 수 있다. 대처는 재임기간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영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노조와 야당의 비판에도 민영화를 끝까지 추진한 대처리즘이 영국의 생산성 제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8년간의 끈질긴 협상 끝에 1867년 알래스카를 인수한 미국 스워드 국무장관의 전략도 전형적인 히딩크 스타일이다. 당시에는 쓸모없는 땅을 산다며 많은 비판을 받았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마저 끝나고 말았지만, 오늘날 알래스카의 가치는 그때의 가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지 않은가.

우리 경제에서는 히딩크의 리더십이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가장 큰 교훈은 역시 개방을 해야 좋은 전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폐쇄적 전략을 추진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참패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제는 물론 교육, 금융도 개방해 선진국의 수준을 받아들여야만 발전할 수 있다. 바깥세상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에서도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연과 지연에 연연하고, 표를 의식해 민감한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가. 경제는 스포츠와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따라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과감한 리더십이 관건이 된다.

셋째는 역시 국민정서다. 히딩크의 성공을 믿는다면 원칙에 충실한 경제정책에 집단이기주의로 대항하지 말자. 히딩크도 한때는 얼마나 비난받았는가. 경제에는 항상 공짜 점심이 없다. 사회적 비용 없이 개혁할 수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개혁이라면 소신 있게 밀어붙여야 하고, 너도나도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에서도 히딩크식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다.



주간동아 340호 (p96~96)

< 정갑영 / 연세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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