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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경제 이야기|‘1960~70년대 우주 공상영화 전성시대’

미·소 우주개발 경쟁의 시대적 상황 반영

  • < 이명재/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mjlee@donga.com

미·소 우주개발 경쟁의 시대적 상황 반영

미·소 우주개발 경쟁의 시대적 상황 반영
당연한 얘기 같지만 영화도 시대의 유행을 탄다. 그래서 영화에는 당대의 사회상이 투영된다. 영화가 ‘종합예술’로 불리는 것은 연극이나 문학적 요소 등 모든 예술의 총합이라는 측면과 함께 그런 사회상의 총체적 반영이라는 의미에서이기도 하다.

작년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중 ‘혹성탈출’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원래 1960년대에 찰턴 헤스턴 주연으로 만들어졌던 영화를 리바이벌한 것인데, 고도의 지능을 갖춘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낯선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품이 눈길 끈 것은 그 발상의 독특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요즘 드물게 보는 우주 공상물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이런 유의 영화를 보기 힘들어졌지만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는 ‘혹성탈출’ 같은 우주 공상영화의 전성시대였다.

그런 영화들을 양산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거기엔 할리우드 외적인 정치·군사적 배경이 있었다. 이 시기는 우주로의 진출이 활발하던 때였다. 아폴로호의 달 착륙은 69년이었지만 이미 60년대 초부터 미국과 소련은 우주에 경쟁적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렸다. 그것은 우주를 무대로 한 군사 대결과 마찬가지였다.

우주개발 경쟁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달을 지구의 영토로 개척하자는 식의 장밋빛 꿈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대대적인 우주 붐을 일으켰다. 미국 항공사인 팬암사는 이런 붐에 편승해 달 여행 예약을 받는다는 광고를 내어 9만3000명의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 시기 영화에는 자연스레 그런 우주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꽃을 피웠고, 스크린은 그런 꽃들이 피어나는 화원이었다.

우주선 얘기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나오다 보니 그 상상력도 점차 다채로워졌다. 좁은 지구를 벗어나 은하계 저 너머 우주의 광활한 세계를 무대로 한 영화들까지 등장했다. ‘혹성탈출’처럼 인간이 원숭이에게 지배당한다는 초현실적 발상도 그런 배경의 산물이다.

한참 뒤 70년대 말에 나온 ‘스타워즈’는 우주영화 붐과 미·소간 군사 대결의 긴장을 복합적으로 보여준 결정판이었다. 겉으로는 은하계 너머 먼 우주에서의 별들의 전쟁을 다뤘지만 기실 그 속에 숨어 있던 것은 첨예한 미·소 대결에 대한 미국측 시각의 은유였다.

그러나 스타워즈류의 영화는 수년 전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 ‘스타십 트루퍼스’ 등 간간이 나오긴 하지만 근근이 명맥을 잇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주 영화가 사라진 자리에 새롭게 등장한 장르 중 하나가 기이하게 변형된 괴물을 등장시킨 영화들이다.

‘에일리언’류의 이런 영화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지만 우주영화라기보다는 미생물의 세계를 다룬 것이다. 바이러스균의 확산으로 인한 혼란을 그린 ‘아웃 브레이크’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유행이 바뀐 이유는 뭘까. 거기에도 물론 할리우드 외적인 배경이 있었다. 즉 경쟁적 우주개발 열기가 시든 데다 냉전체제 종식이라는 거시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90년대 과학계의 판도를 바꾼 가장 큰 사건으로 과학자들은 소립자 세계를 연구하기 위한 초전도 충돌형 가속기 계획이 폐기되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기 위한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을 꼽는다. 두 분야는 고에너지 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을 각각 대변한다. 전자가 우주의 초거대 세계를 다룬다면 후자는 작은 세계, 극소의 세계를 탐구한다.

20세기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변되는 물리과학의 세기였다면 1990년대 이후 21세기에는 유전자로 대별되는 생명과학이 ‘주역’으로 떠오른 셈이다. 스크린에서의 ‘주역 교체’에는 그런 스크린 밖의 이유들이 있었던 것이다.



주간동아 340호 (p81~81)

< 이명재/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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