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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X파일’… 여전한 ‘지뢰’

300페이지 분량의 ‘극비서류’ 존재설… “두 아들 병역문제 등 두께가 자꾸 불어난다”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이회창 ‘X파일’… 여전한 ‘지뢰’

이회창 ‘X파일’… 여전한 ‘지뢰’
”한방 없을까?” 5월23일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워크숍을 끝내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발길을 돌리던 민주당 한 의원이 독백처럼 던진 말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은 지 한 달, 노무현 후보의 5월 한 달 대차대조표는 신통치 못하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당과 후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이날 워크숍은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고 아태재단 해체, 김대중 대통령과의 절연, 중앙당 폐지, 김홍일 의원 결단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어느 것 하나 현실화할 강제력이 없다는 게 한계였다.

이 인사는 그 답답함을 ‘한 방’에 기대를 한 것이다. “한 방으로 해결이 되겠느냐”고 반문하자 이 인사는 “지난 ‘3월’을 보라”고 말했다.

3월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에 10%포인트 가량 뒤져 있었다. 99년 5월 옷로비 사건 이후 모든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했고 이런 기류는 연말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됐다. 이런 비관 속에 3월5일 설훈 의원이 빌라문제를 터뜨렸다. 민심은 요동쳤고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폭증했다. 그 사이를 뚫고 ‘노풍’(盧風)은 2주 만에 이회창을 앞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런 충격요법에 맛을 들인 일부 인사들로서는 ‘큰 것 한 방’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이른바 ‘이회창 파일’에 대한 기대감의 배경이다.

A4용지 302페이지. “이회창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이른바 민주당 ‘이회창 파일’의 외형적 규모는 이렇게 거론된다. 원고지 2000장이 넘는 분량으로 세풍에서 빌라까지, 그 내용은 짐작조차 어렵다. 물론 이 파일의 실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파일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이회창 ‘X파일’… 여전한 ‘지뢰’
민주당 한 인사는 “요즘도 이회창 파일의 두께가 자꾸 불어난다”고 말한다. 민주당 인사들이 월드컵 정국을 맞아 정쟁중단을 선언했지만 한편으로 이회창 파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언젠가 터질 것으로 보이는 폭발력 때문. 후진적 정치문화의 산물이라는 부정적 시각에도 ‘폭로’에 길들여져 있기는 여야 마찬가지고, 대선전략상 이 파일의 역할과 기능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화성 땅 투기 의혹, 차남 수연씨의 미국 유학 중 호화생활과 호화주택 소유 의혹, 부인 한인옥씨의 고급옷과 고가 핸드백 구입 및 선물 등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이회창 후보의 변호사 시절 고액 수임료 및 탈세 의혹, 정연씨 재산문제 및 최규선 커넥션, 이후보가 전주 이씨가 아니라 교하(交河) 이씨라는 의혹, 아버지의 친일문제, 군 법무관 조기 제대 의혹, 정연씨 근화제약 주가조작 의혹 등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주변에서 거론되는 이회창 파일의 내용물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여전히 위력적으로 한나라당을 위협하는 사안은 정연씨와 수연씨의 병역문제. 이 문제는 97년 대선 당시 이후보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혔으나 최근 또다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당시 상황과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2002년판 병역파일’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이후 오랫동안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과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것.

수연씨의 병적기록부가 우선 의혹 대상이다. 수연씨의 한자 이름 중 ‘淵’자가 틀린 것을 고쳤으나 담당자 정정 날인이 없는 점, 학적란에 동국대 사회학과 재학중인 부분을 고치고도 날인이 없는 점, 부모란에 수연씨 큰아버지인 이회정씨가 기재된 점, 90년 1월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지만 엑스선 촬영을 받지 않은 점 등이 의문이다. 정연씨 병적기록부도 마찬가지. ‘淵’으로 바로잡았지만 정정 날인이 없는 점이 수연씨와 같다. 병적기록부에 사진이 없는 점, 종로구청장 직인은 있지만 병무청 대조확인 날인은 없는 점 등도 의혹의 근거로 오르내린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매우 정밀한 검증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97년 당시 이회창 후보의 측근들이 병역은폐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회창 ‘X파일’… 여전한 ‘지뢰’
이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해 좀더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병역비리의 주범 박노항 전 원사의 출현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씨가 수사과정에 묘한 발언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중이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박씨가 수사과정에 꽤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이후보 부인 한인옥씨와 접촉했거나 한인옥씨가 다른 병역비리 담당자와 접촉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 허의원은 “사실을 날조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하지만 주변에서는 “만약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사태가 복잡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많다.

최규선씨(미래도시환경 대표·구속)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설훈 의원의 폭로에 대해 이후보는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계를 떠나겠다”고 5월23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경우에 따라 양날의 칼로 이후보를 압박할 수도 있다. 만약 일각의 지적처럼 민주당이 ‘미끼’를 던졌다면 이후보는 그 미끼를 제대로 문 셈이다.

이후보 주변에는 폭발력 강한 ‘지뢰’가 널려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월드컵을 이유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정쟁중단을 선언하고 손을 잡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한 손으로는 파일을 만지작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드컵이 끝난 뒤 ‘X파일’이 다시 정치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37호 (p58~59)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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