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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최고 대 최고|⑥ 칸 VS 부폰

최강의 거미손 출격… “0의 행진 지켜보라”

완벽한 공중볼 처리·환상의 순발력 닮은꼴… 골 가뭄 예고하며 ‘야신賞’후보 1순위

  • < 김한석/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 hans@sportsseoul.com

최강의 거미손 출격… “0의 행진 지켜보라”

21세기 첫 ‘야신상(賞)’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구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의 업적을 기려 94월드컵부터 가장 뛰어난 수문장에게 야신상을 수여해 왔다. 첫 영광을 누린 것은 벨기에의 프뢰돔. 98년에는 ‘대회 2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바르테즈가 트로피를 안았다.

2002월드컵을 통해 이 상에 도전하는 골키퍼 중에서는 독일의 올리버 칸(33·바이에른 뮌헨)과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부폰(24·유벤투스)이 단연 눈에 띈다. 188cm의 키, 완벽에 가까운 공중볼 처리와 세계 최고의 순발력 등 두 선수의 닮은 점은 한둘이 아니다.

칸은 독일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예선 10경기에 전부 출전해 12점을 실점했다. 지난해 9월 수비조직력의 와해로 잉글랜드에 5대 1의 수모를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발군의 방어력을 보여줬다는 평가.

부폰은 손가락 부상을 딛고 지난해 3월부터 예선전에 5연속 출장해 단 1실점만 기록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2001년 세계 랭킹에 따르면 현역 골키퍼들 가운데 칸은 1위, 부폰은 3위다.

독일 대표팀은 지난 90년대의 세대교체 실패로 침체에 빠져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방어력 때문. 2001년 5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발레시아와 1대 1로 비긴 뒤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칸은 무려 3명의 킥을 신들린 듯 막아내 25년 만에 바이에른 뮌헨에 우승컵을 안겼다. 펠레는 이 같은 솜씨를 보고 “이 시대 최고의 골키퍼”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칸, 분데스리가 3연속 우승의 주인공

그는 소속팀의 분데스리가 3연속 우승을 이끌어 2000, 2001년 연속 리그 최우수 선수에 오르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유럽골든볼 시상에서는 오언과 라울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브론즈볼을 수상하기도 했다. 56년 제정된 이 상을 받은 골키퍼는 야신 이후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FIFA 올해의 선수 랭킹에서도 각국 대표팀 감독들은 그를 7위로 꼽았다. 91년 이 제도가 시작된 뒤 골키퍼가 10걸 안에 든 것은 94년 슈마이켈(덴마크·4위)에 이어 두 번째.

상복에서 칸이 앞서 있다면 부폰은 기록에서 돋보인다. 칸은 95년 6월 스위스전에서 국가대표 주전이 된 후 A매치 42경기에서 47실점했다. 경기당 평균 실점률은 1.11. 97년 10월29일 러시아전에서 데뷔한 이래 부폰은 모두 24경기에 출전, 17실점을 기록해 평균 0.7점만 허용하고 있다. 무실점 경기 비율도 28%의 칸보다 50%의 부폰이 단연 앞선다.

부폰은 이미 97년 데뷔전에서부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보여 유럽 스카우트들의 톱 리스트에 올랐다.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였던 이 경기에서 부상한 팔류카 대신 교체멤버로 급히 출전해, 눈이 내린 그라운드를 반팔 차림으로 뒹굴며 선방묘기를 펼쳤던 것.

칸이 두 차례 월드컵에서 벤치만 지키다 98년 주전 쾨프케가 은퇴한 후에야 뒤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형’이라면, 부폰은 16, 18, 21세에 청소년대표를 거쳐 일약 19세에 대표팀 골문을 지키게 된 ‘행운의 사나이’다. 이탈리아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디노 조프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표팀에 데뷔했던 것이다. 동물의 촉수 같은 순발력과 탁월한 위치 선정, 안정된 공중볼 처리로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마지노선을 지켜온 부폰은 98∼9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과 이탈리아 FA(축구협회)컵에서 우승을 이끌며 성장 페달을 밟았다.

2000년 유럽선수권 예선전에서는 탄탄한 방어 능력을 선보였지만, 본선을 앞두고 열린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왼쪽 엄지손가락이 부러지는 액운으로 관중석에서 팀의 준우승을 지켜보는 불운도 맛봤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파르마에서 유벤투스로 옮기면서 골키퍼 사상 최고 이적료인 45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명예를 누리며 이를 말끔히 털어낸다. 지단, 피구, 크레스포에 이어 세계 통산 랭킹에서 4위의 기록.

유럽 팬들은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이들을 맞는다. 칸이 출전할 때 경기장에 여지없이 날아드는 것은 바나나. 칸의 별명이 ‘고릴라’이기 때문이다. ‘고릴라가 좋아하는 것을 던져주는’ 독일 팬들의 지극한 사랑의 징표다. 그러나 90kg의 육중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민첩하기 짝이 없는 그의 세트플레이 대처 능력은 “고릴라가 아니라 고양이과”라는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반면 부폰은 리그경기 때마다 상대편 서포터스들로부터 ‘부포나토’(Buffonato·바보)라는 야유 세례를 받는다. 이탈리아어로 부포(Buffo)는 ‘웃기는, 바보 같은’ 이라는 뜻. 그러나 신기에 가까운 부폰의 선방이 빛을 발하면 관중의 놀림은 금세 사그라지고 만다. 승부욕이 강한 부폰은 야유를 이겨내기 위해 유니폼 상의 아래쪽에 ‘항복하는자에게 죽음을!’이란 글귀를 새겨 넣기도 했다.

작렬하는 슛도, 화려한 돌파도 보여줄 수 없는 골키퍼. 그러나 최후의 승부는 항상 이들의 두 손에 달려 있다. 2002월드컵의 관중들은 야신의 두 후예가 뛰는 그라운드에 무엇을 던질까. 정답은 아마도 최고의 찬사와 갈채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2.05.03 332호 (p76~77)

< 김한석/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 han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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